▲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가 4일 강릉에 출마한 더불어민주당 김경수 후보와 강릉 중앙시장에서 유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전 강원도지사에게 이번 총선이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다.
21대 총선은 이 전 지사가 정계를 떠난 지 9년 만에 다시 복귀하는 무대지만 강원도를 대표하는 정치인으로 '큰 꿈'을 키워갈 수 있을지를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8일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모두 강원지역 판세를 놓고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데 민주당이 현재 1석에 불과한 강원 지역 의석 수를 늘릴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이 전 지사가 강원지역의 과반 의석 획득이라는 민주당의 목표를 이뤄낸다면 당의 총선 승리에 기여한 것을 넘어 다음 대선주자로서도 힘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강원권역 선거대책위원장을 맡은 이 전 지사는 ‘원팀’을 내세우며 강원지역 민주당 후보들과 공동공약을 내고 함께 유세를 펼치는 등 지역구를 넘어 다른 후보의 선거지원에 적극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이 전 지사는 8일 강릉 주문진을 방문해 김경수 후보 지원에 나섰다.
강릉은 보수텃밭으로 지금까지 한 번도 민주당계 정당의 손을 들어준 적이 없지만 이번 총선에서는 보수후보가 다수 출마해 민주당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것으로 여겨지는 곳이다.
김 후보가 민주당의 깃발을 꽂게 되면 강원도 의석 8석 가운데 4석 이상을 확보한다는 이 전 지사의 목표가 눈앞에 다가오게 된다.
이에 앞서 5일 이 전 지사는 정선에서 동해태백삼척정선에 출마한 김동완 후보 지원유세에서 "강원도는 전통적으로 보수가 강한 지역이지만 이번 선거는 지금까지와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라며 "태백과 정선은
이광재의 정치적 고향인 만큼 김동완 후보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강원지역 내 다른 후보들도 유세 과정에서 적극적으로 이 전 지사를 내세우고 있다.
홍성횡성영월평창 지역구에 출마한 원경환 후보는 유세를 하며 "
이광재 위원장과 저는 원팀"이라며 "저 원경환이 당선되면 우리 지역구는
이광재와 원경환 두 명의 국회의원이 생기는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보수 텃밭이었던 강원도 민심에 변화의 조짐이 보인다는 점은 이 전 지사에게 긍정적이다.
선거기간 중 언론에 공개된 여론조사 결과를 종합해 보면 이 전 지사는 직접 출마한 원주시갑에서 미래통합당 박정하 후보를 오차범위 이상 앞서고 있다. 원주시을 역시 현역 의원인 송기헌 후보의 당선 가능성이 크다고 민주당에서는 바라본다.
여론조사 마다 조금씩 차이는 있으나 춘천철원화천양구갑, 춘천철원화천양구을, 강릉, 홍성횡성영월평창 등의 지역구에서도 민주당 후보와 통합당 후보가 오차범위 내에서 접전을 벌이고 있다.
격전지 결과에 따라 민주당은 강원 지역 8석 가운데 2석에서 6석까지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지난 두 차례 총선에서 강원 지역 국회의원을 1명밖에 내지 못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총선에서 강원지역 정치지형에 큰 변화가 생기게 되는 셈이다.
민주당은 2012년 총선에서는 강원 지역 9석 가운데 한 석도 차지하지 못했고 2016년 총선에서는 8석 가운데 원주시을에서 송 의원 1명이 당선되는데 그쳤다.
통합당에서도 강원 지역의 지지세 변화가 심상치 않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김종인 통합당 총괄 선거대책위원장은 7일 원주를 방문해 원주시갑 박정하 후보, 원주시을 이강후 후보 등을 지원했다.
유승민 통합당 의원도 6일 원주를 방문한 뒤 이 전 지사를 겨냥해 “지난 3년 동안, 또 과거부터 위선적이고 불법적으로 타락한 소위 진보를 자칭하는 진보세력들이 이번 선거에서 또다시 활개 치는 모습을 보고 울분을 감출 수 없었다”며 강도 높게 비판하기도 했다.
유 의원이 대중에게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으며 절제된 발언을 하는 정치인이라는 점에서 그만큼 이 전 지사를 의식한 것으로 읽힌다.
이 전 지사는 유 의원을 비롯해 같은 지역구 내 경쟁 후보들의 공세에 “저는 부족한 것이 많은 사람”이라거나 “제 얼굴에 침을 뱉으라, 마를 때 까지 기다리겠다”는 등 한껏 몸을 낮추고 있다.
하지만 앞으로 정치 행보를 놓고는 대선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숨기지 않았다.
이 전 지사는 7일 후보자 토론회에서 권성중 후보로부터 ‘2년 뒤 도지사에 출마할 발판을 마련하려 이번 총선에 출마한 것인가’라는 질문을 받고 “도지사보다는 원주시의 경제 성적표를 들고 전 국민이 인정하면 그 때 더 다른 꿈을 향해 나갈 생각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상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