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일 방산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비궁의 미국 국방부 해외비교시험 통과는 LIG넥스원의 유도무기체계 전반의 위상 강화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LIG넥스원은 매년 전체 매출의 60% 이상을 유도무기를 통해 올리는 등 정밀타격(PGM) 무기체계를 주력으로 한다.
주요제품은 비궁과 현무, 현궁 등 지상유도무기, 신궁과 천궁, 비호복합 등 대공유도무기, 해궁과 비룡, 해성 등 해상유도무기 등이 있다.
미국은 최대 군사강국으로 미국 국방부의 성능 인정은 다른 나라의 무기 수출에도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국방과학연구소는 2012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3년에 걸쳐 비궁을 개발했는데 LIG넥스원은 핵심 개발업체로 비궁 제작에 참여했다.
LIG넥스원이 비궁을 앞세워 전략시장으로 삼고 있는 중동, 중남미, 동남아시아 등에서 수출 경쟁력을 높일 가능성은 충분한 셈이다.
김 사장은 1987년 LIG넥스원에 입사해 30년 넘게 방산업계에서 일한 방산 전문가로 LIG넥스원이 대규모 지체상금(국가계약에서 납품기한 등을 맞추지 못하면 내는 일종의 벌금) 등으로 실적에 어려움을 겪던 2018년 3월 대표에 올라 경영 정상화를 이끌었다.
김 사장은 최근 2년 동안 LIG넥스원의 순손실을 순이익으로 돌려놓은 것은 물론 앞으로 실적에 영향을 주는 수주잔고도 크게 늘렸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말 수주잔고 6조1840억 원 규모를 보유하고 있다. 2018년 말보다 9% 늘어난 것으로 사상 처음 수주잔고 6조 원을 넘겼다.
다만 김 사장은 해외사업에서는 국내사업과 비교해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사장은 LIG넥스원 대표에 오른 뒤 국제 주요 방산전시회에 적극 참석하는 등 해외사업 확대에 힘썼지만 지난 2년 LIG넥스원의 해외매출은 오히려 감소했다.
LIG넥스원은 지난해 해외에서 매출 1861억 원을 올렸다. 김 사장 취임 전인 2017년 말보다 13% 줄었다.
LIG넥스원 해외 매출은 2013년 424억 원에서 2017년 2128억 원으로 4년 사이 5배 넘게 늘었는데 최근 2년 사이 증가세가 다소 꺾였다고도 볼 수 있다.
김 사장이 해외 매출 확대가 필요한 상황에서 한 단계 높아진 비궁의 경쟁력에 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방위사업청이 비궁의 해외수출에 더욱 힘을 실을 준비를 하는 것도 김 사장에게 반가운 일이다.
과거 자체 개발한 국산 유도무기는 종종 성능논란에 휩싸일 때가 있었지만 비궁은 방위사업청과 LIG넥스원이 자발적으로 미국의 해외비교시험을 신청해 통과했다.
국내 유도무기가 미국 국방부의 해외비교시험을 통과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방위사업청은 비궁 성능에 그만큼 자신감을 지녔다고 볼 수 있다.
▲ 비궁 발사장면. <방위사업청>
왕정홍 방위사업청장은 7일 비궁의 해외비교시험 통과를 알리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해외비교시험 성공은 국산 무기체계의 우수성을 인정받은 성과”라며 “미국을 포함한 세계시장에 비궁의 수출 가능성을 확인하는 계기가 됐다”고 말했다.
비궁이 미국 국방부로부터 성능을 인정받은 일은 김 사장 개인적으로도 반가운 일이다.
김 사장은 LIG넥스원 대표에 오르기 전 사업개발본부장을 맡아 비궁을 비롯한 무기체계 개발사업을 총괄했다.
김 사장은 LIG넥스원에서 정밀 유도무기와 감시정찰, 지휘통제통신 등 다수 무기체계의 개발과 양산을 수행한 공로로 지난해 ‘방위산업 발전 및 방위력개선 유공자 정부포상 전수식’에서 은탑산업훈장을 받기도 했다.
LIG넥스원 관계자는 “비궁의 해외비교시험 평가결과가 해외시장 개척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세계 주요 방산전시회 등에서 유도무기, 감시정찰, 통신장비 등 주요 제품의 수주활동을 한층 강화해 새로운 성장기회를 찾겠다”고 말했다.
비궁은 해상 이동표적에 대응하고자 2016년 국방과학연구소가 LIG넥스원과 함께 개발한 2.75인치 유도로켓이다. 방위사업청은 8일 비궁이 특정조건에서 10발을 모두 목표에 정확히 맞춰 국내 유도무기 가운데 처음으로 미국 국방부의 해외비교시험을 통과했다고 밝혔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