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원태 회장이 송현동 부지 등 유휴자산을 매각한다고 했지만 코로나19 사태를 맞아 악화된 한진그룹의 자금상황에 비춰볼 때 시장에서 관심을 보일 매물을 더 내놔야 한다는 시선이 나오고 있다.
대한항공이 올해 중 차환 또는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만 총 4조5천억 원에 이르러
조원태 회장이 좀 더 적극적 자세로 자구책을 내놔야 정부 지원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진그룹은 코로나19로 주력 계열사인 대한항공의 실적에서 막대한 손실을 입고 있다.
대한항공은 2020년 1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2조5153억 원, 영업손실 2485억 원을 냈을 것으로 추정됐다.
양지환 대신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은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국제선 여객운항 중단으로 실적 악화추세가 2020년 2분기까지 이어질 것”이라며 “세계적으로 항공화물운임이 급등하고 있지만 여객부문의 손실을 상쇄하기는 역부족인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조원태 회장은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채와 차입금도 고려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 있다.
연내 만기가 도래하는 대한항공의 회사채는 약 5천억 원 수준이다. 또한 올해 중 차환 또는 상환해야 하는 차입금은 모두 4조5천억 원에 이른다.
대한항공이 자금조달 차원에서 3월에 6천억 원 가량의 자산유동화증권(ABS)의 발행을 확정지었으나 이것으로 코로나19 사태를 버틸 수는 없을 것이라는 시선이 나오는 이유다.
항공업계에서는
조원태 회장이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유휴자산 매각방안을 내놨지만 지금은 코로나19사태로 상황이 악화된 만큼 가용할 수 있는 모든 유휴자산과 건물을 팔아서라도 긴급한 경영자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한진그룹은 올해 2월 대한항공의 송현동 부지와 칼호텔네트워크가 소유한 제주 파라다이스 호텔부지를 비롯한 유휴자산을 매각한다는 자구안을 내놓고 현재 매각준비를 위한 절차에 들어갔지만 계획한 만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월 송현동 부지와 관련해 서울시가 매입의사를 밝히기도 했지만 한진그룹이 기대한 금액에 미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진그룹은 이에 따라 매각주관사를 통해 매각하는 기존 매각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한진그룹 관계자는 “3월24일까지 매각주관사 선정과 관련해 제안서를 받아 현재 심사를 진행하고 있고 서울시와 논의하고 있는 것은 없다”며 “송현동 부지 외에 다른 자산 매각과 관련해서는 아직 검토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급박하게 돌아가는 항공업황을 고려할 때 대한항공이 결국 매수자들이 관심을 보일 부동산을 내놔야 할 것으로 보고 있다.
조원태 회장은 올해 초 한진그룹을 통해 미국 캘리포니아주 로스앤젤레스에 있는 윌셔그랜드센터 호텔과 그랜드 하얏트 인천 호텔 등의 사업성도 재검토하겠다며 매각 가능성을 열어뒀다.
항공업계에서는 이 호텔 외에 구체적으로 하와이 와이키키 리조트호텔과 제주 KAL호텔, 서귀포 KAL호텔 등을 매각할만한 자산으로 꼽히고 있다.
특히 윌셔그랜드호탤은 글로벌시장에서 매력적 매물일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진그룹은 윌셔그랜드호텔을 1989년 인수한 뒤 2009년부터 재건축에 들어갔다. 한진그룹에 따르면 재건축 프로젝트에만 1조9천억 원 가량이 투입된 것으로 추산된다.
윌셔그랜드호텔의 객실 숙박료는 보통 50만 원 정도로 여름 성수기에는 100만원에 육박하기까지 한다. 평균 객실료를 60만원으로 가정할 때 가동률 80%를 기준으로 거둘 수 있는 연간 수익은 1576억 원에 이른다.
전문가들은 현재 코로나19에 따른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조원태 회장이 좀 더 적극적 자세로 자산매각의 폭과 속도에 신경 쓸 필요가 있다고 바라보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한진그룹이 좀 더 적극적으로 매물을 내놓아야 시장에서도 반응이 올 것이고 그에 따라 자금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한진그룹은 물류와 항공운송에 특화된 기업이므로 핵심역량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면서 “호텔사업 등 물류 및 운송과 관련이 적은 사업분야를 정리해 선택과 집중을 통해 날카롭게 다듬는다면 정부의 지원을 받는데도 유리할 것으로 본다”고 덧붙였다.
정부는 대한항공과 같은 항공 대기업을 향해 먼저 자구안을 내놓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최근 항공사 지원을 두고 “항공업 경영현황을 자세히 모니터링하고 있다”며 “대기업은 유보금과 가용자산 등을 최대한 활용해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도록 해야 하며 1차적 자구노력을 먼저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