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소득층의 70% 정도는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의 부채규모는 보유한 금융자산의 약 75%에 이른다.
한국은행이 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의 오제세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게 제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소득 5분위(상위 20%)에 속한 367만9천 가구 가운데 265만 가구(72.0%)가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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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소비자가 지난 8월25일 서울 중구 농협중앙본부점 창구에서 대출상담을 받고 있다. <뉴시스> |
빚을 진 가구의 비중은 소득수준이 높을수록 늘어났다.
부채를 보유한 가구는 소득 1분위 27.4%, 2분위 56.7%, 3분위 67.6%, 4분위 71.9%로 증가했다.
저소득층은 10가구 가운데 약 2~3가구만 빚을 진 반면 고소득층은 10가구 가운데 7가구가 돈을 빌린 셈이다.
고소득층의 경우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여부에 따라 보유자산의 비중도 달랐다.
금융기관에서 빚을 낸 가구는 보유자산 가운데 부동산 등 실물자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76.0%였다.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리지 않은 가구는 실물자산 비중이 66.0%로 이보다 낮았다. 이는 고소득층 가구가 대출을 받아 부동산을 사들인 것으로 풀이된다.
같은 고소득층이라 해도 금융기업에서 돈을 빌린 가구는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보유한 금융자산이 적은 것으로 조사됐다.
소득 상위 20% 가운데 빚을 진 가구는 평균 금융자산으로 1억7298만 원을 보유했다. 빚을 내지 않은 가구(2억8666만 원)보다 1억 원 이상 적은 금액이다.
빚을 진 가구가 금융기관에서 빌린 부채 규모는 이들이 보유한 전체 금융자산의 74.7%에 이르렀다.
오 의원은 “소득 상위 20% 계층이 진 금융부채 총량은 약 500조 원으로 국내 전체 금융부채의 45.5%를 차지한다”며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고소득층은 1가구당 약 1억9천만 원씩 빚을 껴안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오 의원은 소득 상위 20% 계층에 빚이 몰린 상황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오기 직전인 2007년 미국과 비슷하다고 밝혔다.
오 의원이 국회 예산정책처에 의뢰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미국은 2007년 기준 소득 상위 20% 계층의 부채 집중도는 50.2%로 나타났다.
오 의원은 “소득이 비교적 높아도 빚이 있다면 금리 변동과 부동산 가격 하락 등의 영향을 심각하게 받을 수 있다”며 “부채 규모가 큰 고소득층에서 부실 문제가 터지면 파급효과가 큰 데다가 민간 소비에도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