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지주회사이며 핵심 계열사인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타이어사업을 맡고 있다.
19일 증권업계 분석을 종합하면 유럽에서 코로나19 확산으로 자동차 수요가 가파르게 줄면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가 실적에 타격을 볼 것으로 전망된다.
유지웅 이베스트투자증권 연구원은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유럽시장 의존도가 높아 자동차 수요 급감으로 올해 1분기와 2분기 매출이 줄어들 것”이라고 바라봤다.
유럽은 2019년 3분기를 기준으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타이어 매출의 34%를 차지하는 주요 시장인 만큼 전체 매출도 덩달아 휘청일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9년에도 유럽에서 타이어 판매 부진으로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뒷걸음질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19년 연결기준으로 매출 6조8964억 원, 영업이익 5429억 원을 냈는데 2018년보다 각각 2.7%, 19.9% 감소한 수치다.
지난해 고객사인 유럽 완성차기업들이 높아진 배출가스 규제기준(WLTP) 때문에 신차 출시를 미룬 탓에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신차용 타이어(OE) 물량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해 타이어 판매가 줄었던 것으로 파악된다.
이번에는 손 쓸 방안이 마땅치 않다는 점에서 조 부회장 앞에 놓인 상황은 더욱 녹록치 않다고 볼 수 있다.
유럽에서 자동차 수요가 큰 폭으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난해처럼 신차용 타이어(OE) 물량 감소에 따른 매출 감소를 교체용 타이어(RE) 판매를 늘려 만회한다는 전략도 통하지 않을 공산이 크다.
타이어는 완성차기업에 공급하는 신차용 타이어(OE)와 타이어 유통점에서 일반 고객을 대상으로 판매하는 교체용 타이어(RE)로 나뉜다.
조 부회장이 유럽시장 공략에 대한 의지가 강했던 만큼 속도 더욱 타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2020년 초 오스트리아에 판매법인을 세웠는데 이미 유럽에만 판매법인을 14곳 두고 있던 점에 비춰볼 때 영업과 서비스망을 촘촘히 꾸려 판매를 더욱 늘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관계자는 “코로나19 여파에도 헝가리공장 등은 정상가동되고 있다”며 “일단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조 부회장은 가뜩이나 동생 조현범 사장의 구속으로 그룹을 이끌 책임이 커졌는데 타이어업황까지 뒤따라주지 않아 어깨가 더욱 무겁게 됐다.
조 부회장은 그룹 지주회사 업무에만 전념하다가 조 사장이 구속된 뒤 타이어사업에도 관여하고 있다. 올해 들어 신사업과 관련한 투자나 인수합병을 모두 미루고 타이어사업에만 매달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조 부회장은 2020년 신년사에서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은 타이어사업 역량을 강화할 수 있는 분야의 투자와 인수합병에 집중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도 2월 2019년 실적을 발표하며 “신사업은 지주회사 주도 아래 장기적으로 추진하고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는 타이어 본업에 역량을 집중하는 구조로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조현범 사장은 협력업체로부터 납품 대가로 매달 수백만 원을 받아 모두 5억 원 규모의 뒷돈을 챙기고 계열사 자금 2억여 원을 빼돌린 혐의(배임수재·업무상횡령 등)로 2019년 11월21일 구속됐다.
지난해 조 부회장과 조 사장 형제가 회사이름까지 바꾸며 신사업 찾기에 의지를 보였던 점에 비춰볼 때 조 부회장은 현재 그룹의 상황을 ‘위기’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조 부회장과 조 사장은 2019년 5월 회사이름에서 타이어를 들어내는 대신 테크놀로지를 넣으며 타이어 ‘한 우물’만 팠던 아버지 조 회장과 다른 길을 가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때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으로, 한국타이어는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로 이름을 바꿨다. [비즈니스포스트 차화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