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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가 지난 3 국회 본회의장에서 교섭단체 대표연설을 하고 있다. <뉴시스> |
“10대 재벌의 사내유보금 504조 원의 1%인 5조 원만 고용창출 투자에 사용해도 비정규직 50만 명을 바로 정규직으로 전환할 수 있다.”(이종걸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 3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 중)
“사내유보금은 기업의 현금성 자산으로 결코 여윳돈이 아니다.”(홍성일 전경련 재정금융팀장)
기업들이 보유하고 있는 사내유보금을 두고 논란이 뜨겁다.
야권과 노동계, 시민단체들은 대기업이 보유한 막대한 사내유보금의 일부만 활용해도 청년 일자리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재계는 사내유보금에 대한 오해에서 비롯된 것일 뿐이라고 일축한다.
문재인 새정치연합 대표도 최근 당의 ‘경제정의 노동민주화 특별위원회’의 첫 전체회의에서 “대기업이 보유 중인 사내유보금의 1%만 풀어도 월 200만 원을 주는 청년 일자리 30만개를 새롭게 창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 대표는 “일 순서를 놓고 봐다 대기업이 당기순이익을 쌓아둔 막대한 사내유보금을 먼저 쓰고 필요할 때 임금피크제로 하는 게 순서에 맞다”고 지적했다.
반면 재계에서는 사내유보금이란 용어부터 잘못됐다고 주장한다. 본질과 다르게 ‘쌓아 놓은 돈’으로 해석돼 공격의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는 것이다.
홍성일 전경련 재정금융팀장은 “현금을 갖고 있다는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용어부터 바꾸려고 한다”며 “기업의 사내유보금은 설비투자와 원재료 및 부품 구입, 인건비와 임대료 지출, 차입금 상환 등에 필요한 금액일 뿐 결코 여윳돈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홍 팀장은 “사내유보금의 대부분은 이미 투자돼 있어 현금성자산의 비중은 전체의 15%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처럼 사내유보금은 쌓여 있는 현금이 아니다”고 말했다. ‘곳간에 쌓아뒀다’고 하려면 현금성자산을 거론하는 게 정확하다는 것이다.
기업 경영성과 평가기관인 'CEO 스코어‘에 따르면 30대 그룹 268개 계열사의 사내유보금은 지난해 말 672조624억 원에서 올해 1분기 말 710조3002억 원으로 38조2378억원(5.7%)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재계 1, 2위 삼성과 현대차그룹의 증가액이 30대 그룹 전체 증가액의 80% 정도를 차지했다.
사내유보금이란 기업이 거둔 순이익 가운데 세금과 배당금을 내고 남은 부분(이익잉여금+자본잉여금)이 장기간에 걸쳐 축적된 자금이다.
해당 기업의 창고에 현금으로 쌓여 있는 것이 아니라 생산설비나 공장 등 실물자산은 물론 금융상품의 형태로도 잠겨 있다.
전경련은 사내유보금 가운데 실물자산 비율이 현재 80% 이상이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야당과 노동계는 재계 주장을 감안하더라도 사내유보금의 일부분을 사회에 환원할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실장은 “사내유보금을 모두 내놓으라는 게 아니다”며 “9일 기자회견을 열어 사내유보금 일부만이라도 고용을 위해 투자하라고 촉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 대학의 경제학과 교수는 “700조원이 넘는 돈이 기업에 묶여 있다는 것은 우리 경제의 성장판이 닫혀 있는 것이나 다름 없다”며 “사내유보금의 과다한 증가는 투자부진으로 이어져 경제의 성장동력을 떨어뜨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우리 기업인들이 창업 1세대의 패기와 도전정신을 본받아 고용창출 효과가 큰 제조업이나 첨단기술 분야에 과감하게 투자했으면 한다”고 주문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