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콘텐츠업계에 따르면 영화 제작사부터 애니메이션 제작사, 게임회사까지 콘텐츠를 다루는 기업이라면 누구든 한국의 디즈니가 되기를 꿈꾼다.
월트디즈니컴퍼니의 주요 특징으로는 ‘원 소스 멀티 유스(OSMU)’ 전략이 꼽힌다. ‘미키마우스’부터 ‘스타워즈’, ‘겨울왕국’까지 충성도가 높은 지식재산을 다양한 수익원으로 만들어내는 것이다.
김 대표는 이런 체제의 뿌리가 되는 영상콘텐츠 제작에 올해 본격 힘을 쏟는다는 계획을 세웠다.
최근 투자받은 자금도 영상 제작에 활용할 것으로 파악된다. 홍콩계 사모펀드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최근 카카오M에 2100억 원을 투자하면서 2대주주가 됐다.
김 대표는 제작역량을 확보하려 지난해 회사를 공격적으로 확장했다. 카카오는 2018년 11월 카카오M을 설립했으며 김 대표는 2019년 1월 카카오M 대표직을 맡았다.
카카오M은 지난해 영화사월광과 사나이픽처스 등 영화제작사를 편입하고 BH엔터테인먼트와 제이와이드컴퍼니, 숲엔터테인먼트 등 배우 매니지먼트기업들을 속속 인수했다. 드라마제작사 메가몬스터, 공연제작사 쇼노트 등도 계열사로 뒀다.
지상파방송 유명 PD들도 대거 영입했다. ‘진짜 사나이’를 연출한 김민종 PD,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문상돈 PD, ‘마이 리틀 텔레비전’ 박진경 PD와 권해봄 PD 등이 카카오M에 합류했다.
카카오M 관계자는 이를 두고 “콘텐츠 제작역량을 확보해 지식재산 하나를 다양한 형태로 기획하고 제작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구상하는 한국의 디즈니를 향한 작업을 착착 시작한 셈이다.
계열사 사이 시너지도 기대를 받는다.
김진구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카카오M의 투자 유치와 관련해 이날 “카카오M은 생태계 구축을 통해 경쟁우위를 높여나가고 있다”며 “카카오페이지의 지식재산을 활용한 드라마와 영화 등으로 수익을 이끌어내고 카카오M-카카오페이지-카카오게임즈로 이어지는 시너지체제를 구축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카카오는 카카오톡에 동영상란을 만드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넷플릭스가 영상 소비방식을 새롭게 만들어내면서 디즈니도 지난해 11월 '디즈니+'라는 인터넷 동영상 플랫폼을 출시했다. 카카오톡에 동영상란을 만들면 카카오M은 카카오의 플랫폼을 활용할 수 있는 것이다.
지식재산을 백지에서 만들어내야 하는 부담도 적다.
카카오페이지가 웹소설과 웹툰 등을 제공해줄 수 있기 때문이다.
쇼박스가 제작해 1월부터 JTBC에서 방영 중인 ‘이태원 클라쓰’는 시청률이 최고 14.8%까지 올랐다. 카카오페이지가 보유한 지식재산을 활용해 제작했다.
카카오M이 제작역량을 갖춘 데 따라 앞으로는 이런 지식재산을 카카오 공동체 안에서 자체적으로 영상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앵커에쿼티파트너스는 2016년 카카오페이지에도 1250억 원을 투자했다.
김 대표는 카카오M으로 옮기기 전 CJE&M(현재 CJENM)에서도 한국의 디즈니를 구상했다.
‘슈퍼스타K’와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 ‘미생’, 예능프로그램 ‘꽃보다할배’와 ‘삼시세끼’ 등으로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에 머물렀던 채널들의 존재감을 지상파 수준으로 끌어올렸다.
김 대표는 지식재산을 방송과 영화, 뮤지컬 등 다양한 형태로 제작하고 해외에 유통하는 데도 힘을 쏟았다.
콘텐츠와 상거래를 결합하겠다는 CJ그룹의 구상에 따라 CJE&M과 CJ오쇼핑을 합병하는 작업까지 마무리한 뒤 2018년 7월 대표에서 물러났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