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주주연합은 대한항공 사우회와 대한한공 자가보험에서 보유한 한진칼 지분을 두고 자본시장법을 위반했다며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 행사를 금지해달라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대한항공 사우회는 임직원과 지역사회 주민의 복리 증진을 위해 만들어진 조직으로 법인은 아니다. 대한항공 자가보험은 1984년 대한항공 직원들이 의료비 지원을 위한 상호 부조 목적으로 금원을 출연해 설립됐다.
두 조직은 자산운용 과정에서 1997년부터 대한항공 주식을 취득했고 2013년 대한항공의 인적분할 당시 보유했던 대한항공 주식을 한진칼 주식으로 전환해 현재 한진칼 지분을 3.8% 보유하고 있다.
주주연합은 27일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의 우호지분인 대한항공의 자가보험과 사우회의 의결권을 무력화하기 위해 이날 가처분 신청을 급히 낸 것으로 파악된다.
주주연합 관계자는 “대한항공 사우회와 자가보험은 '특별관계'로 볼 수 있는 조원태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어 자본시장법상 신고의무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를 진행하지 않았다”며 “법무법인 태평양을 통해 법적 검토를 진행한 결과 자본시장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돼 의결권 행사금지 가처분신청을 제기하게 됐다”고 말했다.
자본시장법은 의결권을 공동으로 행사하기로 합의하거나 계약을 한 주주들의 주식 수의 합계가 5%가 넘게 되면 특별관계로서 신고와 공시를 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만약 신고를 하지 않으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조원태 회장과 이명희 전 일우재단 이사장, 조현민 한진칼 전무 등 오너일가를 비롯한 특수관계인의 한진칼 지분은 22.45%로 대한항공 사우회 및 자가보험 지분 3.8%와 합치면 26.25%가 된다. 자본시장법이 규정한 5%를 훨씬 넘는다.
문제는 대한항공 사우회와 대한항공 자가보험이 자본시장법상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특별관계에 있는데도 한진칼 지분을 취득하는 과정에서 공정위 신고를 게을리 했는지 여부다.
이에 앞서 '대한항공 자가보험 보유주식 교체 품의서'가 공개되기도 했는데 이 품의서에는 자가보험의 대한항공 보유주식을 한진칼 주식으로 교체하는 목적과 효과를 "경영 안정성 도모"라고 설명하고 있어 대한항공 자가보험이 조원태 회장의 영향력 아래 있다는 의심을 품도록 하는 측면도 있다.
게다가 이 품의서에는 대한항공 팀장과 전무, 부본부장과 부사장 및 사장으로 이어지는 결제도장도 찍혀 있었다.
주주연합은 이를 근거로 대한항공 사우회와 대한항공 자가보험이 조원태 회장과 특별관계에 있는데도 자본시장법상 신고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보고 가처분신청을 한 것이다.
만약 법원이 이번 가처분신청에서 대한항공 사우회와 대한항공 자가보험이 조원태 회장과 자본시장법상 ‘특별관계’에 있다고 인정하면 신고를 하지 않은 꼴이 돼 3월27일 열리는 한진칼 정기 주주총회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게 된다.
현재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과 주주연합의 지분 차이가 불과 5.27%인 상태에서 조원태 회장의 우호지분 3.8%의 의결권이 없어지면 지분차이는 1.47%포인트로 좁혀진다.
대한항공은 즉각 대한항공 사우회와 대한항공 자가보험의 한진칼 의결권 행사와 관련한 주주연합의 주장을 반박했다.
대한항공은 “자가보험이 한진칼 주주총회 안건을 두고 의결권의 찬반 여부를 임직원이 직접 선택하도록 하는 ‘불통일행사’를 실시하겠다고 입장을 밝혀왔다”며 “이에 따라 13~20일 사내 인트라넷인 임직원 정보시스템에 ‘전자투표 시스템’을 만들고 한진칼 주주총회에서 다뤄질 안건별 찬반의견을 미리 받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한항공은 “이미 대한항공 자가보험은 지난해부터 전자투표 시스템을 활용해 왔고 사우회도 직원들의 의사가 주주총회에 공정하게 반영될 수 있도록 전자적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정기 주주총회에 앞서 사우회원과 자가보험 가입자들이 찬반의견을 물어서 혹시라도 법원의 가처분신청이 낳을 논란을 피하겠다는 것이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에 주주연합이 제기한 가처분신청에 대한 법원 판단이 한진칼 경영권 분쟁에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바라보고 있다.
만약 법원이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면 한진칼 지분을 2.9% 쥐고 있는 국민연금과 소액주주들의 표심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대한항공 사우회와 대한항공 자가보험이 지닌 한진칼 지분을 제외하면 주주연합과 조원태 회장이 보유한 한진칼 지분율 격차가 미세해 법원의 결정이 변수가 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