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희문 메리츠종금증권 대표이사 부회장이 종합금융업 면허 만료에도 발행어음사업 진출을 서두르는 대신 수익 다각화를 통한 내실 다지기에 집중하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발행어음사업에 진출할 수 있는 자기자본 4조 원을 눈앞에 두고 있지만 인위적 자본확충보다 실적 성장을 바탕으로 차근차근 단계를 밟아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9일 메리츠종금증권에 따르면 초대형 투자은행(IB) 인가를 받기 위한 자기자본 조건을 맞추기 위해 유상증자 등을 추진하지 않는다는 태도를 보이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 관계자는 “자기자본을 4조 원으로 늘리기 위해 유상증자 등 인위적 수단을 활용하지 않을 것”이라며 “실적을 바탕으로 이익잉여금을 쌓는다면 빠르면 올해 말, 늦어도 내년 초쯤 초대형 투자은행 인가조건인 자기자본 4조 원을 맞출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신종자본증권을 뺀 메리츠종금증권의 자기자본은 지난해 말 개별기준으로 약 3조7천억 원 수준이다.
자기자본 4조 원을 갖춘 증권사는 단기금융업 인가를 통해 발행어음 사업을 할 수 있다. 자체 신용을 기반으로 손쉽게 자금을 끌어모을 수 있는 발행어음은 투자금융(IB)을 확대할 수 있는 매력적 수단으로 꼽힌다.
하나금융투자나 신한금융투자 등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들이 유상증자를 통해 빠르게 자기자본을 늘린 것도 이때문이다.
규모를 갖추지 못한 증권사는 상대적으로 사업상 운신의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에 메리츠종금증권도 발행어음사업 진출에 속도를 낼 것이라는 시선도 있었다.
하지만 최 부회장은 발행어음사업 진출을 서두르기보다는 해외 부동산 대체투자, 항공기금융 등을 통해 수익 다각화에 힘을 쏟고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말 제이알투자운용, AIP자산운용 등과 함께 벨기에 파이낸스타워를 1조8천억 원에 인수한 뒤 이를 기초자산으로 한 공모리츠를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10월에는 8천억 원가량을 항공기금융에 투자하기도 했다.
최 부회장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 중심의 수익구조를 바꿔 메리츠종금증권의 내실을 다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4월 메리츠종금증권의 종합금융업 면허가 만료되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을 적극적으로 펼치기 어려워질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2010년 메리츠종합금융과 합병하면서 ‘종합금융업 면허’를 취득했다. 종합금융사가 증권사에 합병되거나 증권업 면허를 따면 10년 동안만 종합금융업무를 유지할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그동안 종합금융업 면허 덕에 발행할 수 있던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를 통해 낮은 금리에 자금을 조달해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사업을 주요 수익원으로 키워 왔다.
최 부회장은 지난해 4월부터 1년짜리 발행어음형 종합자산관리계좌(CMA)의 신규 가입을 중단하는 등 종합금융업 면허 만료에 대비해왔다.
종합금융업 면허 만료를 준비하면서도 메리츠종금증권은 지난해 말 연결기준으로 순이익 5546억 원을 거두며 최대 실적을 거뒀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27.8% 늘었다.
올해도 수익 다각화를 통해 실적 증가세를 이어간다면 이익잉여금을 쌓아 자기자본을 4조 원으로 늘리겠다는 최 부회장의 목표도 빠르게 달성될 수 있다.
메리츠종금증권은 3월13일 열릴 주주총회를 거쳐 회사이름을 ‘메리츠종금증권’에서 ‘메리츠증권’으로 바꾼다. 종합금융업 면허 만료에 따른 것이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