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증권업계와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아이에스동서가 최근 장비 임대업체 한국렌탈과 요업회사 이누스를 매각하기로 하면서 확보할 자금 3천억 원으로 새로운 신규사업에 진입할 가능성이 나온다.
아이에스동서는 비건설 분야에서 여러 차례 인수합병(M&A)을 통해 아이에스동서의 사세를 키워온 만큼 다음 투자처를 모색하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권혁운 회장이 형인 권홍사 회장의 뒤를 따라 대한항공을 지배하는 한진칼 지분을 사들일 수 있다는 시선이 고개를 든다.
권혁운 회장은 2018년 아들인 권민석 사장에게 대표이사 자리를 넘기고 물러났지만 여전히 지주사 아이에스지주 최대주주(지분율 56.3%)로서 아이에스동서를 지배하고 있다.
권홍사 회장의 반도그룹은 2019년 말부터 대한항공의 지주사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해 현재 13.3%를 보유하고 있다. 현재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KCGI와 연합군을 형성해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에 맞서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대한항공 경영권을 노린다는 분석이 많다.
권홍사 회장은 반도그룹의 계열사를 통해 1조 원 규모의 자금을 동원할 수 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는데 여기에 권혁운 회장까지 힘을 보탠다면 한층 더 한진칼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아들인 권민석 사장도 ‘건설부문 매출이 40%를 넘지 않아야 한다’는 권혁운 회장의 경영원칙을 그대로 이어받아 건설업 이외 다양한 분야로 발을 뻗어 왔다.
권 사장은 미국 보스턴대학교 경제학과와 연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을 졸업해 자본시장과 투자금융업계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인수합병에도 관심이 많다.
권 사장은 최근 자산운용업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는 얘기도 들리는데 반도건설이 한진칼 투자로 몇 개월 만에 수백억 원대의 장부상 차익을 거둔 데 영향을 받은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다.
한진칼 주가는 5일 종가 기준 8만2700원으로 권홍사 회장이 처음 한진칼 지분을 사들이기 시작한 2019년 10월과 비교하면 2배 이상 훌쩍 뛰었다.
권홍사 회장과 권혁운 회장의 우애가 남다른 것으로 알려져 항공업 공동진출에 나설 수 있다는 전망에 힘을 보탠다.
권혁운 회장은 형인 권홍사 회장 밑에서 건설업 경영을 배웠다. 그는 과거 언론 인터뷰에서 “형님이 제 인생 선배이자 스승”이라며 “형님은 사업이나 사물을 보는 통찰력이 남다르고 정도 많다”고 말했다.
권홍사 회장은 2005~2011년 대한건설협회 회장을 역임했는데 권혁운 회장 역시 2016년 대한건설협회 회장 선거에 출마할 만큼 형과 비슷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다만 증권업계에선 아이에스동서의 이번 요업부문 매각이 건설폐기물 처리를 포함한 건설업 유관사업 중심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구성하기 위한 목적으로 바라보는 시선도 있다.
아이에스동서 관계자는 “이누스 매각은 요업부문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두루 고려해 내린 결정”이라며 “아이에스동서는 한진칼과 관계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