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정치권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심 대표는 위성정당 반대라는 원칙과 진보진영의 총선 승리라는 현실이 부딪히는 상황에 놓였다.
지금 구도대로 총선이 치러지면 통합당이 원내 1당이 확실하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으면서 정의당이 진보개혁진영의 비례연합정당에 참여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민주당은 비례대표 순번의 앞자리를 소수 정당에 양보한다는 방안까지 제시하며 정의당, 민생당, 녹색당 등을 설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이날 TBS 교통방송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민주당 의원이 찾아와 비례대표 앞 순번을 소수정당에 준다는 뜻을 전했다"고 말했다.
비례연합정당과 관련해 심 대표와 정의당은 지금까지 '꼼수로 꼼수에 대응하는 것은 안된다'는 태도를 고수해왔는데 정의당의 기반이기도 한 시민사회진영에서도 비례연합정당을 만들어야 한다는 요구가 빗발치고 있어 원칙만을 고집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
일각에서는 고 노회찬 의원이 정의당 원내대표일 때 비례정당과 비슷한 '가설정당'을 제안한 적이 있다는 점을 들어 정의당의 태도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노 의원은 2011년 한 토론회에서 선거연대를 위해 일시적으로 가설정당을 만들고 국민참여 경선으로 총선과 대선 후보를 뽑은 뒤 다시 소속 정당으로 복귀하는 안을 제시했다.
이런 외부의 요구를 놓고 심 대표는 이날도 연합정당 참여 가능성에 분명히 선을 그었다.
심 대표는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의당 상무위원회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미래통합당의) 비례위성정당과 (진보개혁진영의) 비례연합당은 다르지만 정의당은 어떠한 경우에도 (진보비례정당에)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은 그동안 미래통합당의 비례대표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위헌적 정당이라며 반대했고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정당 등록을 취소해달라는 헌법소원까지 냈던 만큼 태도를 바꿔 민주당의 위성정당이나 다름없는 연합정당에 참여하는 게 쉽지 않다.
연합정당 참여가 정의당 내부의 반발을 사 총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심 대표에게는 현실적 고민일 수 있다.
정의당 일부 당원들은 민주당 지지자들이 비례대표 투표에서 사표를 막기 위해 정의당을 찍을 가능성이 있는 만큼 굳이 비례진보정당에 참여할 이유가 없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실제 이날 한국일보가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해 보도한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내지 않았을 때 정의당을 선택할 것이라는 응답이 16.6%에 이르렀다. 미래한국당을 찍겠다는 응답도 18%나 됐다.
심 대표는 비례진보정당 없이 총선이 치러진 뒤 미래통합당이 1당의 지위를 확보하게 되면 선거 참패에 따른 비난여론이 정의당에 쏟아질 수 있다는 점도 고민스러울 것으로 보인다.
정의당은 지난 2010년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고 노회찬 의원이 서울시장 후보로 출마해 완주했지만 후보 단일화를 거부해 오세훈 시장의 당선에 일조했다는 비난을 받기도 했다. 당시 노회찬 후보의 득표율은 3%를 웃돌았는데 오세훈 후보와 민주당의 한명숙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1%포인트 미만이었다.
그런 점에서 비례의원 몫을 보장받고 진보진영 선거 승리라는 명분을 갖춘다면 심 대표가 '결심'을 할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박지원 민생당 의원은 5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정의당의 진보 비례연합정당 참여를 놓고 “정의당 내에서 이론이 있지만 윤소하 의원 등이 (비례연합정당) 참여가능성을 비추고 있다”며 “민주당이 미래통합당의 위성정당 창당을 비판한 것에 대해 사과하고 보수에게 의석을 뺏기는 것보다는 그래도 창당을 하는 것이 낫다고 설득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의당 내부에서도 진보비례정당 참여 여지를 내비치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심 대표가 이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와의 회동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고 정의당 인사들의 발언에서도 분위기의 변화가 감지되는 만큼 심 대표가 정의당 내부를 설득하는 데 나설 수도 있다는 것이다.
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는 4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소수 진보정당이 어떤 형태로라도 국회에 진출해서 자기 목소리를 다양한 목소리를 낸다는 것이 정치개혁의 원래 목표”라며 “범진보 개혁세력이 윈윈하는 정당한 방법을 먼저 찾아내고 거기에 협력관계를 구축하는 것이 옳은 일”이라고 말했다.
진보비례정당의 출범 가능성은 3월 둘째 주에는 윤곽이 어느 정도 잡힐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총선 후보등록 마감일이 27일인 만큼 그 전에는 정의당과 민주당 등 진보 정당들이 연합정당 구성을 위한 협상테이블에 앉아야 하기 때문이다.
위의 여론조사는 한국일보의 의뢰를 받아 한국리서치가 지난 1일과 2일 이틀동안 전국에 사는 만 18세 이상 성인 1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했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www.nesdc.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비즈니스포스트 고우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