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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합당 김병준, 험지 넘어 사지 세종에서 노무현과 인연을 앞세우다

류근영 기자 rky@businesspost.co.kr 2020-03-02 16: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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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이 미래통합당의 험지로 꼽히는 세종시에서 국회로 처음 입성할 수 있을까?

김 전 위원장은 출마 지역구를 확정하지 못하고 돌다가 세종시 통합당 후보로 확정됐는데 이 지역의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강해 쉽지 않은 승부를 펼칠 것으로 보인다.
 
통합당 <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266312'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김병준</a>, 험지 넘어 사지 세종에서 노무현과 인연을 앞세우다
김병준 전 자유한국당 혁신비상대책위원장.

2일 정치권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전 대통령과 함께 세종시를 기획했다는 경력을 내세워 국가의 미래비전을 담은 도시로 세종시를 완성시킬 적임자라는 점을 적극 내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세종시는 국토의 균형발전을 위해 서울에 집중된 행정기능의 분산을 위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대선공약으로 내걸었던 ‘행정수도 이전’ 계획에 따라 건설된 신도시다.

애초 노 전 대통령은 대부분의 행정기능을 세종시로 옮겨 행정수도로 삼으려고 했지만 헌법재판소에서 국회를 통과한 ‘신행정수도특별조치법’을 놓고 위헌 결정을 내리며 일부 행정부처만 이전하는 방향으로 계획이 축소됐다.

세종시는 노 전 대통령과 인연이 깊은 곳인 만큼 노 전 대통령을 계승한 더불어민주당 지지세가 높은 편이다.

세종시 출범 뒤 치러진 두 번의 총선에서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세종시 지역구에서 잇따라 당선됐다. 이 대표가 올해 총선 불출마를 결정해 세종시는 민주당의 전략공천지역으로 분류돼 있다.

통합당으로서는 험지인 셈이지만 나라의 행정기능을 상당부분 담당하는 데다 여당 대표의 지역구였기 때문에 이번 총선에서 정치적 상징성이 높은 지역구로 꼽힌다.

통합당 공천관리위원회가 김 전 위원장을 세종시에 전략적으로 공천한 데는 김 전 위원장이 노 전 대통령 가까이에서 세종시 설계와 기획에 주도적 역할을 했다는 점이 고려된 것으로 분석된다.

김 전 위원장은 노무현 정부 때 청와대 정책실장과 교육부총리를 지낸 참여정부 출신 인사로 보수진영에 들어온 독특한 이력을 지녔다.

노 전 대통령이 대선후보 시절부터 국토균형발전에 관해 자문 역할을 했고 노 전 대통령이 대통령에 당선된 뒤 대통령 직속 정부혁신 및 지방분권위원회 위원장을 맡았다. 2004년에 청와대 정책실장에 임명되면서 세종시 건설과 관련한 설계와 기획에 주도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 전 대통령을 보좌하며 세종시 건설의 기획에 참여했다는 점은 김 전 위원장이 여야를 막론하고 다른 세종시 예비후보들과 확연히 차별화되는 부분으로 꼽힌다.

김 전 위원장은 1일 통합당의 세종시 국회의원 후보로 확정된 뒤 기자들에게 보낸 문자 메시지에서 “세종시는 자치와 분권, 지역균형발전의 철학을 지니고 살아왔던 저 김병준의 꿈이 묻어 있는 곳”이라며 “노무현의 철학, 박근혜의 원칙, 이완구(전 충남지사)의 집념이 만나 건설된 도시”라고 말했다.

그는 “지금은 세종시의 재설계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세종시와 대한민국의 미래비전으로 승부해 반드시 살아 돌아오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종시는 김 전 위원장이 앞으로 정치적 입지를 세우는 데도 중요한 승부처다.

통합당 전신 한국당에서 비대위원장을 맡아 당권을 휘두른 적도 있지만 현재 통합당 내 입지는 다른 지도자급 인사들과 비교해 약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 때문인지 김 전 위원장은 희망했던 지역구에서 번번히 터를 잡지 못하고 떠돌아 다녀야 했다.

김 전 위원장은 지난해부터 대구 수성갑 출마를 희망했지만 당으로부터 험지 출마를 제안 받고 출마의사를 접었다. 그 뒤 서울 종로에 출마한다는 말도 돌았지만 황교안 통합당 대표가 종로에 출마하며 김 전 위원장 얘기는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다.

이후 서울 지역구 몇 곳과 심상정 정의당 대표의 지역구 고양갑 출마가 거론되기도 했으나 1일 세종시에 공천을 받는 것으로 결정됐다.

정치지도자급 인사라는 명분 아래 험지 출마를 압박 받았지만 선택의 우선순위에서도 밀려 뒤늦게 공천이 확정된 모양새가 됐다.

아직 세종시에 선거구를 나누는 문제가 마무리되지 않아 김 전 위원장은 기존 통합당 예비후보와 지역구를 배분해야 하는 숙제를 풀어야 한다. 

세종시는 인구가 많아 선거구를 두 개로 나누는 게 거의 확실시되는데 김 전 위원장이 세종시 북부의 갑구로 갈지 남부의 을구로 갈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김 전 위원장은 갑구 출마를 희망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이를 두고 기존 통합당 예비후보들의 반발이 거세다.

세종시 북부는 원도심을 비롯한 읍·면 지역이 포함돼 있어 보수 정치권이 상대적으로 유리하며 남부 지역은 신도심 지역이 다수 포함돼 민주당이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2일 한국당 세종시당위원장을 지낸 송아영 통합당 예비후보는 세종시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김 전 위원장이 분구가 되면 북쪽 지역으로 갈 것이란 뜻을 밝힌 것은 험지가 아닌 양지를 선택하려는 의도”라고 비판했다.

송 예비후보는 “갑구에서는 경선을 진행해 당과 지역을 위해 헌신한 후보를 선택하는 공천이 이뤄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민주당에서 세종시 예비후보는 모두 8명인데 아직 공천대상이 확정되지 않았다. 경제 전문가 홍성국 미래에셋대우 전 사장이 세종시 전략공천대상 인사로 거명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류근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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