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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일 오전 서울 중구 서울시청 시민청에서 주빌리은행 출범식이 열린 가운데 공동 은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가운데)이 출범 선언문을 낭독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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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은행’을 표방하는 주빌리은행이 공식 출범했다.
주빌리은행은 금융기관들이 파는 장기연체 대출채권(NPL)을 원금의 3~5% 가격으로 구입해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 주는 비영리단체다. 은행법에 근거해 설립된 통상적인 은행은 아니다.
주빌리은행의 공동은행장인 이재명 성남시장과 유종일 한국개발연구원(KDI) 정책대학원교수는 27일 서울시청 안 시민청에서 출범식을 열어 “채무자들의 빚을 탕감해 줘 그들의 존엄한 삶을 지키는 착한 금융운동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국내에서 금융기관과 대부업체에서 돈을 빌려 갚지 못한 채무 취약 계층은 350만 명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114만명은 사실상 부채상환이 불가능한 장기 연체자로 파악된다.
은행 등 금융기관들은 돈을 빌려주고 오랫동안 갚지 못하면 채권을 손실로 처리하고 대부업체에 원금의 1~10% 수준에 넘겨왔다.
부실채권을 이처럼 헐값에 사들인 대부업체들은 채무자들에게 거의 원금에 가까운 돈을 갚으라며 괴롭혀 왔다. 대부업체들은 연체 채권이 회수 불가능하다고 판단되면 다른 대부업체 이를 재판매하는데 이 경우 채무자들은 또다시 추심에 시달린다.
제윤경 주빌리은행 상임이사는 “금융기관들이 부실 채권을 헐값에 대부업체에 파는 걸 보고 우리가 직접 채권을 매입해 추심하고 채무자들을 괴롭히는 대신 새 출발의 기회를 주기 위해 주빌리은행을 설립하게 됐다”며 “앞으로 채권 매입과정에서 시민들의 십시일반 모금 등 도움의 손길을 바라고 있다”고 말했다.
주빌리은행은 장기연체 채권을 전문 대부업체들이 구입하기 전 사들이기로 했다. 매입비용은 기부금과 채무자들이 낸 상환금 등으로 조달한다.
채무자들에게는 원금의 7%만 갚도록 하고 갚을 형편이 안 된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전액 탕감해 주기로 했다.
다만 채무자들이 직접 빚을 탕감해 달라고 요구하기는 어렵다. 부실채권 시장에서 특정인의 채무를 선택적으로 매입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채권을 매입한 뒤 빚이 탕감되는 사람에게 이를 알리는 식이다.
주빌리은행의 출범에 대해 금융권에서 “채무자들이 악의적으로 빚을 안 갚는 도덕적 해이가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하지만 공동은행장인 유종일 교수는 “우리가 구제하려는 채무자들은 이미 고통을 받을 대로 받은 이들”이라며 “이들에게 세상을 찾아주는 것은 도덕적 해이가 아니라 도덕적 의무”라고 말했다.
이재명 시장도 “정부가 기업을 위해선 100조 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쓰면서도 서민들을 위해선 제대로 투자한 적이 없다”며 “1조 원을 투자하면 50조 원의 장기 연체된 악성 채권을 탕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 시장은 “지금은 민간 모금으로 출발하지만 장기적으로 국가 예산으로 서민의 빚을 탕감해 주는 사업을 해야 한다”며 “개인을 살리는 효과도 있지만 노동 가능한 인구가 느는 효과도 있어 사회 전체적으로도 이익이 되는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재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