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증권업계 최대 실적을 거둔 성과를 바탕으로 연임가도에 청신호가 켜진 것으로 보인다.
2019년 1월 대표이사에 오르며 내세운 영업이익 1조 원 목표를 달성하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증권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 원을 거둘 수 있다.
1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투자증권이 2019년 순이익 기준으로 증권업계 1위를 달성하며 정 사장이 한국투자증권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9년 영업이익 8653억 원, 순이익 7099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영업이익은 34.3%, 순이익은 42.2% 각각 증가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이런 실적 증가세는 미래에셋대우와 비교해 더욱 눈에 띈다. 한국투자증권은 자기자본 5조 원 수준인데 자기자본 9조 원을 넘긴 미래에셋대우보다 더 많은 영업이익과 순이익을 냈다.
미래에셋대우는 지난해 영업이익 7272억 원, 순이익 6637억 원을 거뒀다. 영업이익은 41.95%, 순이익은 43.66% 각각 늘어난 것이지만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자기자본이 절반 수준인 한국투자증권에 뒤처졌다.
한국투자금융지주에서 내놓은 실적발표 자료를 살펴보면 투자금융(IB)부문과 트레이딩부문 실적 증가세가 돋보인다.
투자금융(IB)부문은 지난해 투자금융 수수료수익 3128억 원과 기업여신 관련 이자수익 737억 원 등 순영업수익 3865억 원을 거둬들였다. 2018년보다 38.9% 증가했다.
김남구 한국투자금융지주 대표이사 부회장은 투자금융(IB) 강화를 위해 정 사장을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로 발탁했는데 정 사장이 이를 실적으로 보여준 셈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기업공개 주관 2위, ECM(주식자본시장) 주관 2위, DCM(채권자본시장) 대표주관 3위, 인수합병 금융자문 3위 등 투자금융(IB) 부문에서 리그테이블 최상위권에 올랐다.
정 사장은 특히 기업공개 전문가로 꼽히는데 지난해 상장주관 실적 7700억 원가량을 거두며 명성을 다시 한번 입증했다.
정 사장은 동원증권 신입사원 시절부터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을 상대로 기업공개 영업을 해 탁월한 실적을 낸 것으로 알려졌다.
동원증권 시절 중소기업, 벤처기업 등과 맺은 인연을 토대로 ‘진우회’라는 상장정보 공유모임을 만들기도 했다. 진우회는 중소기업과 벤처기업 최고경영자들 사이에 상장준비를 위한 등용문으로 여겨지고 있다.
NH투자증권, 미래에셋대우와 빅히트엔터테인먼트 상장주관사 경쟁은 정 사장이 기업공개 전문가로서 면모를 보여줄 기회라고 할 수 있다.
트레이딩부문은 발행어음 잔고 증가, 채권 및 주가연계증권 트레이딩을 통해 순영업수익 4628억 원을 냈다. 2018년보다 60% 증가했다.
정 사장이 한국투자증권 사장에 오른 지 1년 만에 최대 실적을 거두고 증권업계 1위를 달성한 만큼 연임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실린다.
정 사장이 대표이사에 오른 지 1년밖에 지나지 않았다는 점,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부회장이 2018년 11월 승진하면서 경영일선에서 물러난 점 등도 정 사장의 연임에 힘을 실어준다.
한국투자증권 대표이사의 임기는 1년이다. 한국투자증권은 매년 실시되는 평가를 통해 대표이사와 임원들의 재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정 사장의 연임 여부는 3월 주주총회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임원추천위원회 등 일정을 알려줄 수 없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의 실적 증가에도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하지 못한 점은 아쉬울 수 있다.
2019년 1월 정 사장은 취임사에서 “영업이익 1조 원 돌파, 3년 안에 순이익 1조 원 클럽에 가입할 것”이라고 목표를 제시했다.
한국투자증권의 자기자본 이익률(ROE)은 14.3%로 메리츠종금증권(14.8%)에 이어 2위로 업계 최고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지난해 수준의 성장세를 유지한다면 올해 증권업계 최초로 영업이익 1조 원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고두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