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보험시장은 포화상태에 이른 손해보험 업계에서 새로운 돌파구로 주목을 받는데 메리츠화재가 지난해 전통적 강자였던 현대해상을 제치면서 올해는 경쟁이 더욱 뜨거울 것으로 보인다.
▲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 기업로고.
5일 손해보험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전반적 보험시장이 불황인 가운데 어린이보험시장의 성장세가 가팔라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등 보험사의 경쟁이 치열하다.
어린이보험 시장의 전통적 강자로는 현대해상이 꼽힌다.
현대해상은 2004년 업계 최초의 어린이전용 보험 ‘굿앤굿어린이종합보험Q’를 출시해 2019년까지 357만여 건을 판매했다. 굿앳굿어린이종합보험Q는 출생아의 약 45%가 가입할 만큼 어린이보험의 대표 상품으로 자리매김했다.
2019년 어린이보험 판매건수와 판매액 1위를 메리츠화재에 내준 뒤 다시 어린이보험 업계1위를 되찾는 데 힘을 기울이고 있다.
현대해상은 올해 1월 출생률이 지속적으로 낮아지는 가운데 선천성 이상 아이가 증가하고 있다는 사실에 집중해 생명보험과 손해보험 업계 최초로 선천 이상을 포함한 보장 특약 20종을 개발하고 6개월 동안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했다.
배타적 사용권은 창의적 보험상품을 개발한 회사에 해당 상품을 일정 기간 독점적으로 판매할 권리를 부여하는 제도다.
기존 어린이보험에서는 선천성 뇌질환, 선천적 기형, 염색체 이상 등은 면책 사유에 해당하기 때문에 배타적 사용권을 획득한 현대해상이 고객 모집에 있어서 다른 경쟁사보다 경쟁력이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메리츠화재는 어린이보험시장의 새로운 강자로 떠오르고 있는데 공격적 영업으로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메리츠화재는 2019년 4월 업계 최초로 어린이보험의 가입연령을 만 30세로 높이는 ‘어른이보험’을 출시했다.
2019년 10월에는 주의력결핍장애(ADHD)·천식·자폐·뇌전증 등 그동안 어린이보험의 가입문턱을 높였던 질병들을 놓고 인수 거절조건을 크게 완화한 유병자 어린이보험을 내놓았다.
메리츠화재의 2019년 어린이보험 판매건수는 34만4686건으로 현대해상 34만1339건 보다 3천 건 이상 많았다. 판매금액도 286억7천만 원으로 집계돼 현대해상 272억4천만 원보다 14억 원 이상 높았다.
메리츠화재가 2019년 보험 업황이 악화하는 상황에서도 설계사를 늘리고 보험료를 낮추는 전략을 앞세워 성과를 거둔 만큼 올해도 같은 전략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저금리 기조와 자동차보험 및 실손의료보험 손해율 상승 등으로 보험 업황 악화가 장기화할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어린이보험시장은 성장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어린이보험은 보험금 수령을 목적으로 보험에 가입하는 일이 적어 보험사에게는 손해율 관리에 유리하고 가입자에게는 일반 성인보험 상품보다 보험료가 저렴하고 보장범위는 넓어 보험사와 가입자 모두에게 이득인 상품으로 여겨지기 때문이다.
이를 반영하듯 어린이보험시장 점유율이 가장 높은 현대해상과 메리츠화재의 어린이보험 초회보험료는 2016년 263억 원에서 2018년 396억 원까지 51% 증가했다.
2019년 1월부터 11월까지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흥국화재, MG손해보험 등 9개 보험사의 어린이보험 신계약 기준 판매건수는 111만7581건으로 나타났다. 2018년 같은 기간 90만5285건에 견줘 23.5% 늘었다. 판매금액도 679억2600만 원에서 884억1200만 원으로 30.2% 증가했다.
보험업계의 한 관계자는 “저출산 여파 속에 부모들이 아이를 적게 낳는 대신 아이에게 더 많은 관심과 신경을 쓰고 있다”며 “어린이보험 가입을 출산준비의 과정으로 생각하고 미리 가입하려는 산모들이 많아 어린이보험의 성장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