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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톡톡] 정몽규 아시아나항공 왜 샀나, '단도투자' 지론에 답 있다

이한재 기자 piekielny@businesspost.co.kr 2020-02-03 10: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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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몽규 HDC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품고 HDC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준비하고 있다.

정 회장이 때를 기다렸다가 모든 것을 거는 ‘승부사’ 기질을 보였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만 시장은 아직까지 정 회장의 이번 승부수를 놓고 '승자의 저주'를 우려하는 불안한 시선을 거두지 않고 있다.

■ 방송 : CEO톡톡
■ 진행 : 곽보현 부국장
■ 출연 : 이한재 기자

곽: 인물중심, 기업분석! 안녕하십니까. CEO톡톡 곽보현입니다. 

이번에는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고 새로운 비상을 꿈꾸는 정몽규 HDC그룹 회장에 대해 이야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정몽규 회장은 지난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깜짝' 등장한 뒤 속전속결로 인수전을 마무리하면서 재계에서 가장 뜨거운 인물이 됐죠.

하지만 시장에서는 정 회장을 비롯해 HDC그룹 전반을 향한 우려의 시선이 쉽사리 가시지 않고 있는데요.

정 회장과 HDC그룹이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지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와 이야기해보겠습니다.

이: 안녕하세요.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입니다.

곽: 이한재 기자, 정몽규 회장은 1999년 현대그룹에서 현대산업개발을 들고 나와 건설업으로 HDC그룹을 자산 10조 원의 대기업집단으로 키웠습니다.

지난해 그룹 출범 20년 만에 아시아나항공을 품에 안으면서 그룹 외형을 한 단계 도약할 기회를 잡았는데요.

이렇게 그룹을 꾸준히 성장시키고 있는 정몽규 회장의 경영스타일을 먼저 짚고 넘어가야 할 것 같습니다.

정 회장은 어떤 경영스타일을 지녔다는 평가를 받고 있나요?

이 : 혹시 '단도 투자'라고 아시나요?

곽 : 너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보시는데.. 짧은 칼을 의미하는 단도인가요?

이 : 아닙니다.

단도는 인도 구자라트 말로 '부를 창출하기 위한 노력'을 의미하는데요.

단도 투자는 위험을 줄이면서도 고수익을 내는 투자방식을 말합니다.

세계적 투자자 '모니시 파브라이'의 투자방식으로 널리 알려진 개념인데 정 회장은 단도 투자를 투자지론으로 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곽 : 어떤 투자방식이기에 지론으로까지 삼는다는 겁니까? 단도 투자가 이번 아시나아항공 인수전 참여와 관련이 있습니까?

이 : 그렇습니다.

단도 투자의 원칙을 구체적으로 보면 새로운 사업보다 기존사업에 투자하라, 침체된 업종의 침체된 사업에 투자하라, 단순하게 이해되는 사업에 투자하라, 확률이 높을 땐 큰 규모로 집중 투자하라 등이 있습니다.

곽 : 정 회장은 시장의 예상보다 5천억 원이나 많은 2조5천억 원을 써내 기존 침체된 사업으로 평가되는 아시아나항공 품에 안았습니다.

단도 투자 원칙을 실행에 옮겼다고 볼 수 있는 셈이라는 건가요?

이 : 그렇습니다.

정 회장은 단도 투자를 알린 모니시 파브라이와 개인적 친분이 있어 일 년에 한두 차례 만나 투자의견을 나눈다고 합니다.

모니시 파브라이의 책 '투자를 어떻게 할 것인가'를 보면 단도 투자로 성공한 예가 나오는데 항공업에 진출한 사례도 나옵니다.

정 회장이 모니시 파브라이한테 항공업 진출과 관련한 의견을 물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곽 : 정 회장은 건설업을 키울 때도 경기시장 침체 속에서 무리하게 분양을 해 미분양을 늘리기보다 금융비용을 감당하더라도 분양시기를 조절하는 방식으로 사업을 키웠습니다.

이제 생각해보니 이 역시 단도 투자 원칙을 지킨 것으로 보입니다.

정 회장은 때를 기다리다 모든 것을 거는 ‘승부사’ 기질을 지닌 것 같습니다.

이 : 네. 하지만 아시아나항공 인수는 단순투자가 아니라 그룹의 명운을 건 투자라는 점에서 승부사인 정몽규 회장도 긴장하지 않을 수 없을 겁니다. 

이는 정 회장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우선협상자에 선정되고 난 뒤 계열사 대표들과 함께 읽은 책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나는데요.

정몽규 회장은 그룹 미래전략회의에서 레이 달리오의 '원칙'과 에이미 에드먼스의 '두려움 없는 조직'이라는 도서를 추천했습니다.

새롭게 모빌리티 기업으로 도약하는데 ‘두려움 없는 조직이 되어 투명하게 소통하자’는 것을 강조한 것인데요.

이 점에서 그룹 최대 규모의 인수합병에 정몽규 회장의 고민을 깊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곽 : 두려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시아나항공을 품은 HDC그룹을 바라보는 시장의 시선이 그리 곱지만은 않다면서요?

이 : 그렇습니다.

무리한 인수합병으로 기존 사업까지 무너지는 이른바 ‘승자의 저주’에 대한 우려 때문인데요.

증권업계는 HDC현대산업개발이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깜짝 등장했을 때부터 부정적 의견을 담은 리포트를 쏟아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이 대규모 부채를 지닌 상황에서 정 회장이 HDC그룹 전체 자산과 맞먹는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려 했기 때문이죠.

곽 : 실제 HDC그룹 지주사인 HDC와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HDC현대산업개발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깜짝 등장했을 때부터 주가가 크게 떨어진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재계에서 지금까지 승자의 저주에 걸린 사례는 참 많지 않습니까?

이 : 아시아나항공을 HDC그룹에 넘겨준 금호그룹이 대표적 사례로 꼽힙니다.

박삼구 회장은 과거 대우건설과 대한통운을 인수해 금호아시아나그룹을 재계 10위권 그룹에 올려 놓았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인수합병에 따른 재무적 부담을 해결하지 못하고 결국 핵심 계열사인 아시아나항공을 잃게 됐죠.

금호그룹은 올해 자산규모가 5조 원 아래로 쪼그라들어 대기업집단에도 이름을 못 올릴 가능성이 큽니다.

곽 : 재계 순위가 나와서 말인데, HDC그룹은 현재 재계 순위가 30위권에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아시아나항공을 품은 만큼 올해 재계 순위가 도약하는 건가요?

이 : 그렇습니다. 

HDC그룹은 아시아나항공을 품으면서 올해 사상 처음으로 재계 순위 20위 안에 들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자산이 크게 늘어난 점을 고려하면 15위도 가능하다는 전망입니다.

대한항공을 지닌 한진그룹이 현재 재계순위 13위인데요.

정 회장이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내며 외형을 확장한다면 장기적으로 재계 10위권 진입도 불가능한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곽 : 결국 잘하면 대박, 못하면 쪽박일 수 있는 거군요.

정 회장이 두려움 없는 조직과 투자의 원칙을 강조한 이유를 알겠습니다.

지금까지 정몽규 회장의 경영스타일과 아시아나항공을 인수한 의미를 중점적으로 살펴봤습니다.

정 회장은 포니정으로 불리는 현대차를 키운 정세영 명예회장의 아들입니다.
 
정세영 회장이 과거 현대그룹에서 현대산업개발을 들고 나올 때 눈물을 흘렸다는 일화는 유명합니다. 

시장에서는 당시 복잡한 심정이 현재 정 회장의 경영활동 전반에 깔려 있다는 분석도 자주 나오고요.

그런 정 회장이 두려움 없는 조직과 단도 투자원칙을 강조하며 새로운 비상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 시간에는 과연 정몽규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을 정상화하고 재계 10위권 그룹으로 도약하기 위한 과제는 무엇인지 살펴보도록 하겠습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한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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