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금융지주 대표이사 회장은 지난해 12월 신한금융지주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최종후보로 뽑혀 연임이 사실상 결정됐지만 불안한 처지에 여전히 놓여 있었다.
신한은행장 시절 채용비리 관여 혐의와 관련한 재판에서 조 회장이 실형을 받아 구속수감되면 회장을 수행하기 사실상 불가능해 물러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서울동부지방법원 재판부가 22일 1심 선고공판에서 조 회장에 집행유예 판결을 내리면서 조 회장은 채용비리 재판 변수를 넘고 신한금융지주 회장 연임을 사실상 확정하게 됐다.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재판결과에 따른 리스크를 안고 있으면서도 조 회장의 연임을 일찌감치 결정한 것이 긍정적 결과로 이어진 셈이다.
이사회가 1심 재판결과를 본 뒤 조 회장의 연임 여부를 결정했다면 신한금융 계열사 경영진 인사와 올해 사업전략 추진이 늦어지며 차질이 빚어졌을 공산이 컸다.
조 회장은 신한금융지주 이사회가 강한 신임을 보여준 데 보답하기 위해 올해 사업계획을 수립하고 실행하는 데 속도를 내고 경영능력을 증명해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지난해 말 회장후보 추천위원회에서 연임이 결정된 뒤 조 회장은 채용비리 재판을 의식해 소극적 태도를 보이기보다 다음 임기에 추진할 공격적 전략 변화를 적극적으로 강조했다.
재판을 앞두고 어수선한 신한금융 계열사의 조직 분위기를 다잡기 위한 것으로 분석된다.
신한금융 계열사의 한 관계자는 재판결과가 나오기 전 "조 회장의 구속 여부가 그룹 전반에 너무 큰 변수가 될 수 있기 때문에 내부적으로 위기감이 큰 상황"이라고 말했다.
조 회장은 지난해 말 연임이 결정된 뒤 2020년도 경영계획을 이미 이사회에서 승인받아 실행에 들어갈 수 있다며 다음 3년 동안의 경영전략 변화에 속도를 내겠다는 계획을 내놓았다.
올해 초 신년사에서는 해외사업 확대와 인수합병 등을 공격적으로 추진하겠다는 점도 예고했다.
조 회장이 1심 재판에서 집행유예 판결로 연임에 사실상 마지막 관문을 넘으면서 이런 구상을 본격적으로 실행에 옮길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조 회장이 연임을 완전히 확정하려면 주주총회에서 승인을 거쳐야 하는 만큼 이번 재판에서 유죄 판결이 나온 점은 주주 여론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재판부는 조 회장이 신한은행의 채용비리 행위를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바로잡지 않고 가담했다는 점을 인정해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신한금융지주는 재일교포 주주의 비중이 약 20%를 차지하고 있는데 조 회장에 높은 지지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나머지는 대부분 국민연금과 일반주주로 구성되어 있다.
주주들은 조 회장의 유죄 판결을 계기로 신한금융지주의 지배구조 개선과 투명성 강화, 유사한 사태 재발 방지 노력 등을 요구할 공산이 크다.
조 회장은 3월 말 열리는 주주총회 전까지 다음 임기 동안 추진할 신한금융그룹 사업 전략을 더욱 구체화해 내놓으면서 주주들의 지지를 얻는 데 주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주주 동의를 거쳐 조 회장이 연임한다면 성원에 보답하기 위해 신한금융그룹 내부통제 체계를 강화하는 계획과 지배구조 투명성을 높여 주주의 더 큰 신뢰를 얻을 수 있는 변화도 추진될 가능성이 높다.
조 회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고객과 사회의 굳건한 신뢰를 쌓아갈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임직원 스스로도 보람과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검찰과 조 회장 측은 모두 이번 재판결과에 불복해 항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조 회장은 재판을 마치고 나오면서 “여러 차례의 재판에서 공소사실에 관련해 많이 설명했지만 미흡한 점이 있었다”며 “항소를 통해 다시 한 번 법의 심판을 받겠다”고 말했다.
항소심과 대법원 상고심까지 재판이 진행된다면 오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는 만큼 조 회장이 앞으로 3년 동안 임기를 이어가는 데는 큰 무리가 없다.
조 회장은 저금리 장기화와 금융당국 규제 강화에 대응할 수 있는 신한금융의 사업체질 변화, 라임자산운용 환매 중단사태 대응 등 조속히 해결해야 할 여러 현안도 과제로 안고 있다.
이번 재판에서 조 회장이 실형을 받고 구속됐다면 신한금융그룹의 리더십 부재로 위기 대응체계도 흔들려 어려운 상황이 지속됐을 공산이 크다.
조 회장은 채용비리 재판과 관련한 리스크에서 일단 벗어나게 된 만큼 신한금융 전반의 위기 대응전략과 관련한 논의도 본격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