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한솔 기자 limhs@businesspost.co.kr2020-01-22 12:2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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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사업부가 글로벌 최대 반도체기업인 인텔의 일감을 놓칠 위기에 놓였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인텔이 자체적으로 소화하지 못하는 반도체 물량의 위탁생산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수주에 실패하면 상당 기간 TSMC를 따라 잡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
▲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22일 외국언론을 종합하면 2022년 도입되는 인텔 7나노급 외장 GPU(그래픽처리장치) ‘DG2’는 TSMC에서 생산되는 것으로 파악된다.
인텔 최초의 외장 GPU ‘DG1’은 자체 10나노급 공정을 통해 하반기 내놓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미세공정 양산이 늦어지면서 7나노급 차세대 제품에 관해서는 외주를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인텔이 TSMC에 반도체 위탁생산을 맡긴다는 것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가 상당 기간 TSMC에 밀려 파운드리시장 2등을 벗어나기 어렵다는 점을 의미한다.
2030년 시스템반도체 세계 1위 목표에 차질이 생기는 것이다.
삼성전자는 지금도 TSMC에 시장점유율 30% 이상 차이로 뒤처져 있다. 시장 조사기관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2019년 4분기 기준 글로벌 파운드리시장에서 TSMC는 52.7%를 차지했다. 반면 삼성전자는 17.8%에 그쳤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실적에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의 물량도 포함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순수 파운드리의 격차는 더 벌어진다.
이런 상황에서 TSMC의 인텔 일감 수주에 실패하게 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의 미래에 먹구름을 드리우게 한다.
인텔은 현재 세계 반도체시장에서 매출 기준 1위를 차지하는 기업이다. 가트너가 집계한 2019년 반도체시장 매출을 보면 인텔은 2019년 매출 658억 달러를 거뒀다. 삼성전자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사업의 매출을 모두 더한 것보다 130억 달러 이상 많다.
인텔이 TSMC에 얼마나 많은 GPU를 맡길지는 아직 확실하지 않다. 그러나 인텔은 AMD, 엔비디아 등 이미 외장 GPU 분야에서 입지가 굳건한 기업들을 상대로 경쟁하기 위해 상당한 물량을 확보하려 할 것으로 보인다.
이는 결국 삼성전자와 TSMC의 파운드리 매출 차이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일부 전문가들은 인텔이 TSMC에 파운드리를 맡긴다고 해도 CPU(중앙처리장치) 공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단기적 조치에 그쳐 파운드리시장에 미칠 영향이 크지 않다고 보기도 한다. 인텔은 2021년 7나노급 공정 양산, 2023년 3나노급 공정 양산 등 미세공정 로드맵을 수립하면서 자체 공정 추진에 굳은 의지를 보이고 있다.
IT매체 ADOREDTV는 “DG2가 TSMC 7나노급 공정을 사용하는 유일한 GPU인지는 확실하지 않다”면서도 “인텔이 자체 7나노급 공정에서도 GPU를 생산하겠다고 약속했기 때문에 앞으로 모든 7나노급 GPU를 TSMC에 맡길 가능성은 낮다”고 바라봤다.
인텔은 최근 14나노급 공정을 10나노급 공정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수율(생산품 대비 양품 비율) 안정화 속도가 늦어져 주요 고객사에 CPU 물량을 충분히 공급하지 못하고 있다.
인텔은 2019년 11월 사과문을 내고 “자체 생산하는 제품 가운데 CPU를 제외한 다른 제품들은 파운드리 비중을 높여 CPU 생산시설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그동안 대부분의 반도체를 자체생산해 왔는데 방향을 틀어 파운드리를 확대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이에 따라 최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인텔 파운드리를 수주할 가능성이 부각됐다. 특히 인텔의 7나노급 제품에 관한 기대감이 퍼져 있었다.
현재 7나노급 공정을 지원하는 기업은 삼성전자와 TSMC 이외에 없는데 TSMC의 7나노급 공정은 현재 애플, 화웨이, AMD 등 주요 고객사 주문이 밀리면서 생산능력이 한계에 이른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인텔의 경쟁사인 AMD가 TSMC에 제품 생산을 맡긴 점이 TSMC의 인텔 수주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말도 나왔다.
인텔에서 GPU를 담당하는 라자 코두리 수석부사장이 2019년 4월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을 방문한 일도 삼성전자의 인텔 GPU 수주 가능성에 힘을 실었다. 기흥사업장은 파운드리를 수행하는 곳이다.
하지만 현재로서는 TSMC가 삼성전자 대신 인텔 GPU 일감을 차지한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ADOREDTV는 “2022년에는 (TSMC의) 7나노급 공정 용량이 확보되고 비용도 분명히 저렴해지는 만큼 인텔이 기다리기로 했을 것”이라며 “최근 인텔이 AMD 출신 직원을 여럿 채용한 일도 TSMC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