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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좌), 방준혁 CJ E&M 고문(중), 김정주 NXC 회장(우) |
지난해 우리나라 게임산업 규모는 10조8800억 원에 이른다. 영화산업(4조8400억 원)과 음악산업(4조4100억 원)을 합한 것보다 더 큰 규모다. 2000년 8300억 원에서 무려 13배나 성장했다.
게임산업이 이만큼 성장하는 데 선구자 역할을 했던 ‘3J’가 있었다. 김정주 NXC 회장,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 방준혁 CJ E&M 고문이다. 이들은 넥슨, 엔씨소프트, 넷마블을 설립해 게임시장을 선도해 왔다.
지난달 26일 방준혁 고문은 중국 텐센트로부터 5억 달러를 투자받고 CJ넷마블의 최대주주가 됐다. 방 고문이 2004년 넷마블을 CJ에 매각한지 10년 만에 다시 넷마블의 주인이 된 것이다.
게임산업 1세대인 방 고문이 넷마블 재건에 들어가면서 김정주 회장과 김택진 대표에게도 눈길이 쏠린다. 과거 게임산업의 중흥을 이끌었던 3J가 모바일게임과 글로벌이라는 더 큰 시장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 게임시장은 모바일로 향한다
방준혁 고문은 최근 넷마블 재건작업을 시작했다. 그는 텐센트 투자유치를 공식발표하는 자리에서 “글로벌 진출의 시기”라고 텐센트와 손을 잡게 된 배경을 밝혔다. 그는 또 “넷마블이 현재 국내 모바일게임 시장점유율 30%에 달해 고성장세를 유지하기 쉽지않다”고 말했다.
지난해 게임시장 매출순위는 넥슨, 엔씨소프트, NHN엔터테인먼트, CJ E&M 순이다. 방 고문은 새로 출범한 CJ넷마블로 NHN엔터테인먼트와 3위 싸움을 할 수 있게 됐다. 방 고문은 특히 지난해 134%나 매출이 증가한 모바일 게임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에 진출하겠다고 한다.
모바일게임 시장은 규모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2년 6천억 원이었던 모바일게임 시장은 올해 1조2천억 원으로 2년 사이 두배 가량 커질 것으로 보인다. 전 세계 모바일게임 시장도 120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방 고문은 이 가운데 5조 원을 차지하는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을 노린다. 치열한 경쟁과 정부규제로 국내 시장에서 성장의 한계를 느끼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 모바일게임 시장은 2015년 10조 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
◆ 김정주의 넥슨과 김택진의 엔씨소프트는 뭐하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도 최근 모바일과 글로벌시장 공략을 강조하고 나섰다. 김 대표는 지난달 28일 주주총회에 참석해 향후 계획을 발표했다.
김 대표는 “블레이드 소울 등 3개의 게임을 일본, 중국, 북미, 유럽에 연이어 출시하는 유례없는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글로벌시장 도전에 강한 의지를 보였다.
또 김 대표는 모바일게임 시장의 사업영역을 확대할 것을 예고했다. 그는 “모바일 환경에서도 큰 도전이 있을 것”이라며 “엔씨소프트만의 혁신적 작품으로 모바일시장을 이끌어나가는 기회를 마련하겠다”고 선언했다.
엔씨소프트는 지난달 30일 모바일판 리니지 헤이스트를 출시했다. 또 블레이드 소울 일본 서비스를 앞두고 블레이드 소울 TV애니메이션을 일본에서 방영하는 등 외국진출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김정주 NXC 회장은 2006년 넥슨의 지주사 NXC를 설립한 뒤 사업영역 확장에 주력하고 있다. 그는 지난해 레고 거래사이트 ‘브릭링크’와 유모차기업 ‘스토케’를 인수하며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올해 미국 스타트업 투자 펀드인 콜라보레이티브 펀드에 참여했고, 전기 이륜차 제조사인 릿모터스에 10억 원을 투자하는 등 투자자로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밸브, 로비오 등 해외 게임회사에 관심을 품고 접촉하는 등 게임업계에서 김 회장이 아예 물러난 것은 아니다. 2012년 김택진 사장의 엔씨소프트 지분을 인수하면서 오히려 게임업계에서 김 회장의 영향력은 더 커졌다.
넥슨은 매출의 약 72%가 글로벌시장에서 거두고 있다. 이미 가장 활발하게 글로벌시장 공략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대부분 매출이 일본과 중국에 몰려있어 유럽과 북미시장을 확대하는 것이 과제다.
넥슨은 새롭게 출시한 ‘영웅의 군단’을 앞세워 상대적으로 취약했던 모바일게임에서도 업계 1위의 자존심을 세우려 하고 있다. 영웅의 군단은 2월 출시돼 구글 플레이 매출 순위 7위에 오르는 등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다.
◆ 10년 전 모습은 어땠을까?
방준혁 고문은 2000년 넷마블을 설립했다. 넷마블은 2001년까지 적자를 기록해 플레너스엔터테인먼트에 인수됐다.
그러나 1년만인 2002년 게임포털 유료화로 매출 270억 원, 순이익 158억 원을 내고 이듬해 모기업 플레너스와 합병했다. 기업가치는 1년6개월 만에 100억 원에서 2920억 원으로 29배나 뛰었다. 2003년 게임포털 점유율 35.8%를 차지하며 업계 1위까지 올랐다.
김정주 회장은 1994년 넥슨을 설립했다. 1996년 국내 최초로 그래픽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선보이며 주목받았다. 바람의 나라는 1996년 미국과 1999년 유럽, 2000년 일본 등 해외로 진출한 한국 최초의 온라인 게임이었다.
넥슨은 최초의 온라인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택티컬 커맨더스’와 온라인 퀴즈게임 ‘퀴즈퀴즈’를 출시했다. 캐주얼 아케이드 게임 ‘크레이지 아케이드’로 한국과 중국에서 각각 동시접속자 수 35만 명과 70만 명을 달성하는 기록도 세웠다.
김택진 대표의 엔씨소프트는 원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였다. 그러나 1998년 내놓은 ‘리니지’가 온라인 게임의 대표주자로 떠오르면서 엔씨소프트는 게임회사로서 승승장구하게 됐다. 리니지는 출시 15년 만인 지난해 단일게임으로서 최초로 누적매출 2조 원을 달성했다.
온라인 게임산업 10년을 맞은 2004년은 국내 게임산업에서 수출이 수입을 처음으로 넘어선 기념비적인 해였다. 게임산업의 중흥과 함께 세 회사 모두 성장세가 지속됐다.
방준혁 고문은 CJ에 본인이 보유한 넷마블 지분을 800억 원에 넘기며 새로운 대박신화를 썼다. 엔씨소프트는 최초로 매출 2천억 원을 돌파했고, 넥슨은 매출 1천억 원을 넘어 게임 업계 1, 2위 자리를 공고히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