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셀트리온 경영에서 올해 말 물러나더라도 원격진료사업을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원격진료서비스에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를 접목해 바이오시밀러 판매를 더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17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서 회장이 셀트리온 경영일선에서 물러나더라도 셀트리온의 원격진료사업을 본격화할 것이라는 시선이 나온다.
서 회장은 최근 열린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은퇴 뒤에도 원격진료서비스인 ‘U헬스케어’사업을 이어가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U헬스케어는 ‘유비쿼터스 헬스케어’의 줄인말로 개인별 유전정보와 신체정보에 기초해 장소와 시간에 상관없이 건강과 생활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서 회장은 “셀트리온그룹은 후배들에게 물려주고 새 회사를 만들어 시작할 것”이라며 “헬스케어산업의 미래는 U헬스케어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 회장은 바이오시밀러사업의 발상을 얻었던 미국에서 U헬스케어사업의 가능성을 봤다.
미국은 땅이 넓어 개인마다 자동차가 필요할 만큼 이동이 불편하다. 서 회장은 이러한 점에 착안해 앞으로 환자들이 집에서 진료를 받는 원격진료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서 회장은 U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판매량을 늘리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정마다 진단기기를 보급해 원격진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개인에 적합한 바이오시밀러를 함께 공급하면 매출을 늘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자가면역질환 치료제 ‘램시마SC’가 셀트리온의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가장 먼저 U헬스케어사업에 적용될 것으로 바라본다.
램시마SC는 환자가 직접 주사기로 약물을 주입하는 형태이기 때문에 환자가 언제 어디서든 진료를 받을 수 있는 U헬스케어에 가장 적합한 치료제다.
서 회장은 이미 U헬스케어사업의 기본 구상을 세우고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초 셀트리온 사업목적에 ‘정보통신 관련 서비스업’을 추가하고 2030년까지 10조 원가량을 U헬스케어사업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서 회장은 시스템 구축에 4조 원, 진단장비를 만드는데 6조 원가량을 투자할 계획을 세우고 U헬스케어 전담팀을 구성해 헬스케어사업 전반에 활용 가능한 플랫폼을 개발하고 있다.
하지만 서 회장의 구상대로 U헬스케어가 셀트리온의 한 축이 되려면 제도 개선이라는 벽을 넘어야 한다.
국내에서는 아직 의료계와 시민단체의 반대로 원격의료서비스가 수년째 시범사업 단계에 머물러 있다. 원격진료를 허용하는 의료법 개정은 2014년부터 추진돼왔지만 무산됐다.
서 회장은 이에 따라 해외에서 U헬스케어사업을 먼저 전개하고 그 뒤 국내에 도입하는 단계를 밟을 것으로 보인다.
서 회장은 JP모건 헬스케어콘퍼런스에서 “현재 핀란드 정부와 관련 법 및 제도 개선을 위한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며 “각국이 법 개정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승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