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건설이 이라크에 2조3천억 규모의 플랜트 계약을 따냈다. 올해 들어 세 번째 해외수주다. 지난해 1조에 가까운 적자를 낸 GS건설이 반전의 희망을 품을 수 있게 됐다.
|
|
|
▲ 임병용 GS건설 사장 |
GS건설이 이라크에 정유공장을 짓기로 계약했다고 24일 밝혔다. 이라크의 수도 바그다드 남쪽에 있는 카르발라에 위치한 공장으로 가솔린 디젤 등 석유제품을 생산하게 된다. 단일 플랜트 공사로 역대 최고금액인 6조2500억 원의 수주다. 총 공사기간은 약 4년 6개월로 예상된다.
이번 계약은 GS건설 단독으로 맺은 것이 아니라 국내 건설사 4개가 연합해 이뤄졌다. 각 건설사들이 담당하는 비중은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 37.5%, GS건설 37.5%, SK건설 25%다. 이에 따라 총 계약금액 6조2500억 원 중 GS건설의 몫은 2조3500억 원 가량이다.
건설사들은 전문 분야에 따라 각각 설계를 지시하고 구매와 시공은 공동으로 하는 협력 체제를 구성한다. GS건설은 정유공장 건설 경험이 많아 원유를 정제하는 장치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GS건설은 1999년 대만에 정유공장을 지으며 처음 해외에 진출했다. 그 뒤 아랍에미리트, 태국, 중국 등 해외에 많은 공장을 지었다. 이라크는 이번이 처음이다.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이번 프로젝트가 이라크에 첫 진출한 사업인 만큼 각오가 남다르다”며 “기술과 신뢰를 쌓아 전쟁 재건사업이 한창인 이라크의 전력과 토건분야에서도 진출하고 싶다”고 말했다.
GS건설은 불과 10일 전에 쿠웨이트에서도 계약을 따냈다.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가 소유하고 있는 정유 공장의 시설을 개선하는 공사다. 이 역시 SK건설과 일본 JGC와 공동으로 수주했다.
공동수주가 이어지는 이유에 대해 임병용 GS건설 사장은 "지난해 과열경쟁으로 불거진 해외사업 손실로 경영실적이 악화된 만큼 올해 공사수주는 물론 설계 등 모든 분야에서 회사운영 시스템을 근본부터 바꿔나가겠다"고 말했다. 혼자 다 차지하느라 출혈경쟁을 하기보다는 조금씩 나눠 먹겠다는 것이다.
2000년대 중반 이후 우리나라 건설사들이 해외로 나가며 국내업체간 경쟁이 치열해졌다. 사정을 아는 중동의 어느 발주처는 국내업체간 경쟁을 유도하기도 했다. 서로 수주비를 싸게 받겠다고 경쟁했고 이는 실적악화로 이어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SK건설, GS건설, 삼성엔지니어링 등이 모두 적자를 기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장기화된 건설경기 침체로 경쟁사였던 건설사와의 연합군 형성은 불황 타개를 위한 전략"이라며 "서로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건설사가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
|
▲ 허창수 GS건설 회장 |
허창수 GS회장은 지난 1월부터 현재까지 보수를 받지 않고 있다. 허 회장은 지난해 1조 원의 적자를 낸 GS건설에서 17억 원의 보수를 받아 논란이 됐다. 허 회장을 비롯해 허명수 GS부회장과 임병용 GS건설 사장도 보수를 받지 않기로 했다.
그동안 회사 실적을 이유로 총수가 보수를 적게 받은 사례는 있었다. 그러나 무보수를 선언한 것은 국내에서 GS가 처음이다.
임병용 사장은 올해 전체 수주 목표 14조 원 중 75%인 10조 원가량을 해외시장에서 달성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지난 2월 알제리 카이스 복합화력발전 프로젝트와 며칠 전 쿠웨이트 클린퓨얼 수주에 이어 이라크 카르발라 수주까지 수주금액을 더하면 4조5천억 원이다. 목표금액의 절반을 이미 달성한 것이다.
이런 기세가 계속된다면 내년에는 허창수 회장을 비롯해 임병용 사장도 다시 보수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