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쇼박스가 배급하는 '남산의 부장들' 포스터. <쇼박스> |
영화배급업계에서 ‘허리’가 사라졌다.
CJENM과 디즈니가 질주하는 동안 다른 배급사들은 존재감을 보이는 데 고전하고 있다.
CJENM과 함께 ‘4대 배급사’로 불리던 롯데컬처웍스와 쇼박스, 넥스트엔터테인먼트월드(NEW)는 구겨진 체면을 세우려 새해 벽두부터 힘을 쏟고 있다.
10일 영화진흥위원회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을 살펴보면 박스오피스 10위권에 CJENM 영화가 2개, 디즈니 영화가 3개 올라 있다.
CJENM이 배급하는 ‘백두산’은 9일 하루 관객 수 2위, ‘신비아파트 극장판 하늘도깨비 대 요르문간드’가 8위, 디즈니의 ‘스타워즈 라이즈 오브 스카이워커’가 3위, ‘겨울왕국2’가 7위, ‘포드 V 페라리’가 10위로 두 회사의 영화가 절반을 차지했다.
2019년 관객 점유율도 CJENM과 디즈니를 더하면 50%가 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1~11월 두 회사의 점유율 합계는 50.2%로 집계됐다. 디즈니가 26.9%, CJENM이 23.3%로 나타났다. 2019년 12월 CJENM은 백두산, 디즈니는 겨울왕국2 등으로 관객을 계속 확보했다.
반면 나머지 배급사들은 점유율이 모두 한 자릿수에서 머물렀다. 롯체컬처웍스는 8%대, 쇼박스와 NEW는 각각 5%대로 예상된다.
CJENM과 디즈니 두 회사는 과거에 1~3위 배급사들이 시장을 점유하던 정도를 넘어섰다.
2018년 1~3위 점유율 합계는 44.3%(롯데컬처웍스 17.1%, 디즈니 13.9%, CJENM 13.3%)였다. 2017년은 CJENM이 15.1%, 롯데쇼핑의 롯데엔터테인먼트가 11.4%, 쇼박스가 10.7%로 1~3위 합계가 37.2%에 그쳤다.
그러나 이제는 양극화가 심해져 ‘4대 배급사’ 수식어가 무색해졌다.
롯데컬처웍스와 쇼박스, NEW는 올해 영화 흥행이 더욱 절실해진 셈이다.
실적 반등이 필요할 뿐 아니라 CJENM이 영화를 배급해야만 영화가 흥행한다는 인식이 생겨버리면 제작사들로부터 좋은 작품을 공급받기 어려워져 악순환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롯데컬처웍스는 우선 2019년 크리스마스 다음날 내놓은 ‘천문: 하늘에 묻는다’에 계속해서 힘을 싣고 있다. 9일까지 관객 175만 명을 모았다. 손익분기점은 380만 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이후 22일 ‘히트맨’으로 2020년 새출발을 다진 뒤 ‘정상회담’ 등으로 반등을 노린다. 정상회담은 ‘강철비’ 속편으로 양우석 감독이 연출한다.
쇼박스는 22일 대작 ‘남산의 부장들’을 내놓는다.
남산의 부장들은 ‘내부자들’의 우민호 감독이 연출을 맡은 만큼 기대감이 크다. 1979년 제2의 권력자라 불리던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 부장이 박정희 전 대통령을 저격한 내용을 담았다.
중앙정보부장 김규평 역에 이병헌, 전 중앙정보부장 박용각 역에 곽도원, 대통령 경호실장 곽상천 역에 이희준이 출연한다.
NEW가 2020년에 내놓을 영화 가운데는 ‘반도’가 눈에 띈다. 반도는 ‘부산행’ 속편으로 부산행 배경의 4년 뒤 이야기를 그린다.
부산행은 2016년 7월에 개봉해 누적 관객 1156만 명을 모았다. [비즈니스포스트 임재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