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업은 '극단적' 수주산업으로 불리는 만큼 수주목표는 그 해의 경영전략을 가늠하는 가장 명확한 지표다.
1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지난해보다 더욱 높은 수주목표를 설정할 것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대우조선해양은 이성근 대표이사 사장이 신년사에서 지난해보다 많은 수주가 필요하다고 강조하면서 올해 공격적 수주영업을 예고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은 2019년에 수주목표의 91%를 채워 목표달성에는 실패했지만 2018년보다는 많은 수주잔고를 쌓았다. 게다가 조선3사 가운데 가장 높은 수주목표 달성률을 보인 만큼 남준우 대표이사 사장은 올해 지난해보다 더 큰 자신감을 품고 경영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한국 조선사가 압도적 지배력을 유지하고 있는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발주가 늘어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두 회사가 수주목표를 높여 내놓을 가능성은 충분하다. 지난해 글로벌시장에서 LNG운반선은 모두 51척(초대형 가스운반선 기준) 발주됐는데 한국 조선3사가 48척을 수주했다.
올해는 지난해 발주될 것으로 여겨졌던 카타르와 모잠비크의 가스전 개발 프로젝트용 LNG운반선뿐만 아니라 러시아의 쇄빙 LNG운반선 추가발주, 사우디아라비아의 미국산 LNG 운송용 LNG운반선 등이 쏟아져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김홍균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LNG운반선이 74척 발주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배세진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2020년과 2021년의 발주척수 합계가 최대 150척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현재까지 계획이 공개된 프로젝트 단위 발주물량만을 집계한 것으로 선주사들의 투기적 발주물량까지 감안하면 발주척수는 증권사들의 집계보다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해양부문에서도 지난해보다 많은 설비가 발주될 것으로 보여 이 또한 수주목표를 높여 잡을 배경이 된다.
지난해 발주가 예상됐던 나이지리아 봉가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와 호주 브로우즈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2기 등 물량이 올해로 이연됐다.
게다가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수주 가능성이 높다고 예상되는 설비들도 있는 만큼 해양부문에서도 두 회사의 선전이 기대되고 있다.
캐나다 베이두노르드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 1기는 수주전의 구도가 이미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의 2파전으로 좁혀졌다.
나이지리아 봉가사우스웨스트 프로젝트의 부유식 원유생산·저장·하역설비(FPSO) 1기는 삼성중공업이 현지에 합작조선소를 운영하고 있어 나이지리아의 로컬 콘텐트법(설비의 일정 부분을 현지에서 제작하도록 규정하는 법)상 수주에 유리하다.
이에 앞서 3일 현대중공업은 2020년 그룹 조선3사(현대중공업,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의 조선부문과 해양부문 합산 수주목표를 177억 달러로 내걸었다. 지난해 그룹 3사의 합산 수주목표보다는 1억 달러 적다. 그러나 2019년 그룹 3사의 합산 수주금액보다는 42%나 높다.
현대중공업은 지난해 글로벌 선박 발주의 호황을 예상하고 수주목표를 2018년보다 20% 높게 잡았다. 그러나 글로벌 선박 발주량이 오히려 19% 줄어들며 수주목표의 70%만 채웠다.
현대중공업이 올해 수주목표를 2019년과 비슷하게 제시한 것은 지난해 기대했던 조선업 호황이 올해는 틀림없다고 바라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