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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급한 신동빈, 롯데그룹 수렁에서 건질 수 있을까

김수정 기자 hallow21@businesspost.co.kr 2015-08-11 17:3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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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급한 신동빈, 롯데그룹 수렁에서 건질 수 있을까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롯데의 불투명한 지배구조 개선에 대한 의지를 밝히며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있다.<뉴시스>

신동빈 회장은 롯데그룹을 수렁에서 건져낼 수 있을까?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다시 한 번 국민 앞에 고개를 숙였다. 신 회장은 11일 대국민 사과와 함께 과감한 개혁을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신 회장이 지난 3일 귀국길에 공항에서 사과한 지 불과 1주일 만이다.

신 회장은 그만큼 롯데그룹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 이후 롯데그룹이 위기상황에 내몰리고 있는 데 대해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총수일가의 경영권 다툼을 계기로 베일에 싸인 지배구조와 폐쇄적 족벌경영으로 여론의 호된 질타를 받고 있다.

소비자단체들을 중심으로 이미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정부와 정치권도 롯데그룹을 압박하고 있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이 벼랑 끝으로 몰리는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경영권 분쟁에서 승기를 잡는다 하더라도 이번 사태로 입은 상처를 회복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를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들을 내놓았다. 또 롯데그룹이 한국기업이라는 사실도 강조하며 한국경제에 이바지하겠다는 각오도 거듭 내비쳤다.

신 회장은 이와 함께 한국과 일본롯데그룹 경영의 책임자이며 앞으로도 이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도 내비쳤다.

그러나 신 회장의 사과와 지배구조 개선 약속이 국민들의 실망과 분노를 이른 시일 안에 달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배구조와 관련된 의문점은 해소되지 않았고 경영개선책도 알맹이가 빠진 선언적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 신동빈, 롯데그룹 지배구조 개선 약속

신 회장은 두 차례 허리를 깊이 숙여 사과한 뒤 지배구조 개선과 경영투명성 강화 방안을 내놓았다.

한국롯데그룹의 실질적 지주사인 롯데호텔을 기업공개하고 장기적으로 지주회사 전환을 통해 계열사 순환출자를 해소하겠다는 것이다. 또 이를 위해 지배구조 개선을 위한 태스크포스팀과 기업문화 개선위원회를 설치하겠다고 밝혔다.

신 회장은 “롯데호텔에 대한 일본계열회사의 지분구성을 축소할 것”이라면서 “주주구성이 다양해질 수 있도록 기업공개를 추진해 종합적 개선방법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남아 있는 순환출자의 80%를 연말까지 해소하겠다”며 “중장기적으로 그룹을 지주회사로 전환해 순환출자를 완전히 해소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신 회장은 이밖에도 청년 일자리 창출에 앞장서는 등 국가경제에 기여하겠다는 뜻도 강조했다. 일본기업이라는 국적논란에 대해서도 롯데그룹이 한국기업이라는 점을 역설하며 롯데호텔을 지배하는 L투자회사가 국부유출이 아닌 투자창구라고 해명했다.

신 회장은 사과문 발표 뒤 신격호 총괄회장의 뜻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저는 아버지를 많이 존경하고 있다"며 답변을 피했다.

  다급한 신동빈, 롯데그룹 수렁에서 건질 수 있을까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마친 뒤 고개숙여 인사하고 있다.<뉴시스>

◆ 신동빈, '반 롯데' 전방위 확산에 다급


신 회장은 ‘반 롯데’ 정서라는 쓰나미가 덮치자 서둘러 대국민 사과문 발표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위기를 조기에 수습하지 않으면 경영권을 차지하더라도 롯데그룹이 뿌리채 흔들리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롯데그룹은 지난 7월 말 불거진 경영권 다툼이 폭로전 양상으로 비화하며 그룹 지배구조의 민낯을 속속들이 드러냈다. 고령인 아버지의 뜻을 앞세워 가족간 편가르기 싸움이 국민여론을 악화시켰다.

더욱이 이 과정에서 일본계열사의 지배를 받는다는 사실이 드러났고 가족간 일본어 소통이 도마 위에 오르며 국적과 관련된 정체성 의혹도 불거졌다.

소비자단체와 시민단체들을 중심으로 소비자 불매운동과 재벌개혁을 촉구하는 움직임도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부정적 여론이 일파만파 확산되면서 정부당국도 롯데그룹을 재벌개혁의 표적으로 삼아 전방위 압박을 가하고 있다.

롯데그룹은 면세점사업과 카지노, 제2롯데월드 등 정부 인허가를 앞둔 사업에서 차질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세청은 계열사인 대홍기획에 대해 정기 세무조사를 진행하고 있으며 이를 계열사 전반으로 확대하는 특별세무 조사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일본 L투자회사가 지분을 보유한 계열사들의 정보를 공개하라고 요구했다.

검찰은 제2롯데월드 건설사업에서 위법사실을 적발하고 책임자를 기소한 데 이어 법인을 고발하는 방침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빈 회장은 다음달 초 열릴 정기국감에서 증인이나 참고인 1순위로 거명되고 있다.

정치권도 여야 없이 롯데그룹 사태를 재벌개혁의 계기로 삼으려는 움직임을 가시화하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은 국내법인에만 적용되던 상호출자 규제를 해외법인까지 확대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일명 롯데 해외법인법)을 발의하기로 했다.

이날 신 회장의 사과문 발표는 롯데그룹을 둘러싼 총체적 위기를 잠재우기 위한 반전카드인 것이다.

신 회장은 신동주 전 부회장과 경영권 분쟁을 아직 마무리 짓지 못하고 있다.

신 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을 분리할 수 없다고 강조하며 가족과 경영을 분리한 점도 주목된다.

신 회장은 “우리그룹에서 국내만 13만 명, 세계적으로 18만 명이 근무하고 있다”며 “사업에 대한 안정성을 생각해야 하므로 가족과 경영의 문제는 별개”라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날 사과문 발표를 통해 '원롯데, 원리더'로서 위상도 과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경영의 책임경영자로서 면모를 강조하면서 가족간 화해와 타협의 여지가 없을 것이라는 점도 내비쳤다.
 
신 회장은 경영자로서 적임자라는 자신감을 바탕으로 경영권 분쟁에서 '끝까지 간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다급한 신동빈, 롯데그룹 수렁에서 건질 수 있을까  
▲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11일 서울 중구 롯데호텔에서 대국민 사과문 발표를 마치고 이동하고 있다.

◆ '알맹이' 없는 개혁안, 등돌린 여론 가라앉힐 수 있나


신 회장의 대국민 사과는 전날인 10일 급하게 일정이 잡혔다. 장소 물색도 일정을 먼저 잡은 뒤에야 이뤄졌다. 그만큼 롯데그룹 위기에 대한 신 회장의 심정이 다급했던 것으로 읽힌다.

그러나 신 회장의 대국민 사과가 통할지는 불투명하다. 신 회장의 해명에도 의문이 해소되지 않은 점이 많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롯데그룹의 과거와 관련한 사안에 대해서 연도와 숫자를 나열하며 조목조목 구체적으로 설명했으나 현재 상황이나 미래 계획에 대해서 속 시원한 해답을 내놓지 않았다.

롯데호텔 상장과 관련해서도 추진하겠다는 의지만 밝혔을 뿐 명확한 일정을 제시하지 않았다. 순환출자 해소 역시 올해 안에 가시적 성과를 낼 수 있을지 의문을 갖게 한다. 신 회장은 올해 안에 순환출자 80%를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롯데그룹은 순환출자 고리가 무려 416개에 이른다. 기업규모가 훨씬 큰 삼성그룹이 10개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롯데그룹 순환출자 구조가 얼마나 거미줄처럼 복잡한지 짐작할 수 있다. 신 회장은 또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서도 ‘장기적’이라고 단서를 달았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의 이날 사과문 발표가 소나기를 피해가고 보자는 임기응변에 그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11일 대국민 사과 발표 직후 성명을 내 “부정적 여론을 피해가기 위한 땜질식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경실련은 “신 회장과 롯데그룹은 소유지배구조 문제, 비윤리적 경영행태, 불공정 행위 등에 대한 전방위적 개선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경실련은 “지금의 반 롯데, 반 재벌정서는 재벌특혜와 불공정행위, 부도덕행위를 통한 수익을 일일이 가져가려는 세습경영과 불투명한 소유지배구조 문제에서 발생했다”며 “해결해야 할 과제가 쌓였음에도 당연히 해야 할 순환출자 해소와 중장기적 지주회사체제로 전환 등 추상적 내용만 언급해 반성과 개선의지가 약하다”고 주장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1일 신 회장의 사과문 발표와 상관없이 조사를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공정위는 오는 20일까지 롯데 해외계열사 전체 주주현황과 각 계열사가 들고 있는 주식보유 현황, 임원현황 등 3가지 자료를 제출할 것을 롯데그룹에 요청한 상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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