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건설업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신 회장이 국정농단 혐의와 관련한 대법원의 집행유예 판결에 책임을 지는 동시에 전문경영인체제 강화를 위해 사내이사에서 물러나는 첫 번째 계열사로 롯데건설을 선택하면서 하 사장은 모범사례 만들기라는 과제를 안게 됐다.
신 회장은 애초 롯데지주 등 9개 국내 계열사 사내이사에 이름을 올렸는데 지난해 말 유일하게 롯데건설 사내이사에서만 내려왔다.
시장에서는 신 회장이 전문경영인의 책임경영 강화 차원에서 중장기적으로 다른 계열사 사내이사에서도 순차적으로 내려올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
신 회장이 처음으로 롯데건설 사내이사에서 내려온 데는 하 사장을 향한 신뢰도 한몫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 사장은 롯데그룹 기획조정실 출신으로 신 회장의 깊은 신뢰를 받는 롯데그룹 전문경영인 가운데 한 명으로 꼽힌다.
하 사장은 2017년 초 대기업계열 건설사 가운데 이례적으로 부사장으로 롯데건설 대표에 올라 다음해 사장으로 승진했고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현재 10대 건설사 가운데 2017년부터 회사를 이끌고 있는 전문경영인은 건설업계 최장수 CEO로 꼽히는 임병용 GS건설 대표이사 부회장과 하 사장 둘뿐이다.
하 사장은 올해 화공플랜트사업 강화와 동남아시아 등 해외시장 확대에 더욱 힘을 실을 준비를 하고 있다.
하 사장은 2020년을 시작하며 A4용지 9장 분량의 상대적으로 긴 신년사를 냈는데 그 안에는 미래 먹거리 확보를 향한 하 사장의 고민이 그대로 드러나 있다.
하 사장은 신년사에서 2020년 슬로건을 ‘내실성장을 통한 미래시장 개척의 해!’로 정하며 무엇보다 화공플랜트사업 강화와 동남아 등 해외시장 확대를 강조했다.
하 사장은 “국내와 주택 중심의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있는 롯데건설은 균형 잡힌 사업포트폴리오 개선을 위해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며 “글로벌 시장 확대와 안정적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는 미래시장 개척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닌 극복해야 하는 숙명”이라고 말했다.
롯데건설은 석유화학 쪽에서 롯데케미칼이라는 대형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지만 다른 대형건설사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화공플랜트사업에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롯데그룹이 해외사업을 활발히 펼치는 것과 달리 롯데건설 해외사업 비중은 다른 대형건설사와 비교해 턱없이 낮다.
롯데건설은 2019년 3분기 누적 매출 기준 플랜트사업과 해외사업 비중이 각각 6.5%와 3.5%에 그친다.
롯데건설은 2019년 시공능력 평가 8위에 올랐는데 10대 건설사들이 대부분 플랜트와 해외사업을 주요 사업 포트폴리오로 삼고 있는 것과 사뭇 다르다. 7위인 현대엔지니어링만 보더라도 2019년 3분기까지 누적 매출의 절반 가량을 각각 플랜트사업과 해외사업을 통해 올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