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애플이 휴대전화를 새로 발명할 것이다.”
누구도 스마트폰을 상상하지 못했던 2007년 1월9일,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하며 아이폰을 내놨다. 그 뒤 10년도 지나지 않아 스마트폰은 일상의 필수품으로 자리잡았고 애플은 시장을 선도하게 됐다.
▲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왼쪽)과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 |
고객가치는 고객이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기업이 발굴하는 것이라는 사실을 보여준 셈이다.
삼성전자와 LG전자는 2020년을 맞이해 스티브 잡스와 같이 기존에 없었던 고객가치를 시장에 보여줄 수 있을까?
최근 5G통신, 인공지능, 사물인터넷(IoT) 등 다양한 첨단기술이 본격적으로 실생활에 적용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앞으로 어떤 제품 또는 기술이 스마트폰처럼 세상을 지배하게 될지는 아직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김현석 삼성전자 CE부문 대표이사 사장과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곧 열리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에서 어떤 고객가치를 내놓을지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다.
7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CES 2020(소비자 가전전시회)가 열린다.
김현석 사장과
권봉석 사장이 각각 삼성전자와 LG전자를 대표해 참석한다.
김 사장은 CES 2020 개막 전날인 6일 기조연설을 하는데 행사가 시작되기도 전에 일찌감치 삼성전자 고객가치의 방향성을 제시해 시선을 모았다.
김 사장은 3일 삼성전자 홈페이지에 기고한 글에서 “새로운 10년의 출발점에 서서 삼성전자가 바라보는 미래는 경험 중심의 시대”라며 “경험의 시대가 본격 도래하면 우리는 개개인에 최적화한 형태로 첨단기술과 연결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삼성전자는 인공지능, 사물인터넷, 5G 전반에 걸쳐 쌓아온 탄탄한 투자와 검증된 리더십을 바탕으로 경험의 시대를 선도할 수 있는 위치를 확보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맞춤형 기술’을 통해 고객이 요구하는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다.
김 사장의 말처럼 삼성전자는 이번 CES에서 소비자의 개성을 충족하는 제품을 선보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처음으로 공개하는 인공지능 플랫폼 ‘네온(NEON)’은 사용자마다 모바일 기기 등에서 서로 다른 가상 캐릭터를 만들어 소통하는 기능을 보유한 것으로 파악된다. 네온을 이용하면 누구나 자신에게 알맞은 친구를 갖게 되는 셈이다.
IT매체 레츠고디지털은 “네온은 시간이 지나면서 사용자의 요구와 관심을 학습할 수 있을 것”이라며 “사용자는 자신이 만든 ‘인공인간’과 의사소통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 사장의 주력인 가전 분야에서도 고객마다 다른 경험을 제공하는 제품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주문 제작으로 만들어지는 ‘비스포크’ 냉장고에 뒤이어 모듈화를 통해 집집마다 공간을 다르게 활용할 수 있는 큐브형 냉장고가 개발됐다.
이에 반해
권봉석 LG전자 최고경영자(CEO) 사장이 추구하는 고객가치는
구광모 LG그룹 회장의 디지털 전환(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전략을 바탕으로 그동안 아날로그에 머물렀던 것을 디지털로 바꿔 새로운 삶의 형태를 보여주는 데서 찾고 있다.
권 사장은 2일 신년사에서 “제품에 콘텐츠와 서비스를 연계하거나 커넥티드 디바이스(인터넷과 연결된 장치)를 기반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LG전자가 추구하는 디지털 전환의 핵심이다”고 말했다.
이번 CES에서 LG전자는 인공지능 솔루션을 적용한 ‘LG씽큐(ThinQ)존’을 꾸며 평범한 일상이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어떻게 바뀌는지를 소개한다.
LG씽큐존에서는 LG전자가 고객가치를 적용해 선보이는 '미래생활'을 체험할 수 있다.
관람객은 스마트거울을 통해 가상으로 옷을 입어보며 어울리는 옷을 고른다. 먹고 싶은 요리는 ‘클로이’ 등 LG전자 로봇에 맡기면 된다.
집안에서 TV를 보다가 약속 때문에 외출해야한다면 커넥티드카(인터넷과 연결된 차량)에서 보던 영상을 계속 시청할 수 있다. 집에 돌아오기 전에 거실 온도를 조절하거나 클로이에게 음식 조리를 시키는 등 집밖에서 가전제품을 모바일기기로 관리하는 것도 가능하다.
권 사장은 CES2020 행사기간 기자간담회를 통해 고객가치에 초점을 맞춘 LG전자의 사업전략을 소개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김현석 사장과
권봉석 사장이 '고객가치'를 화두로 제시하면서 최근 TV 품질 공방으로 부각된 삼성전자와 LG전자의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이번 CES에서는 두 기업 사이 갈등이 표면으로 떠오르지 않을 공산이 크다. CES 주관사인 미국소비자기술협회(CTA)가 행사 참가업체 사이 상호비방과 비교전시를 금지하는 조치를 내렸기 때문이다.
김 사장과 권 사장도 CES 기간에 신중한 태도를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김 사장은 삼성전자 대표자로서 최근 재판과 임원 구속 등으로 나빠진 기업 이미지를 쇄신할 필요가 있다.
권 사장은
조성진 전 대표이사 부회장 대신 LG전자 최고경영자로 임명된 뒤 처음으로 공식석상에 나서는 만큼 비전을 보여주는 데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