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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
총수 일가의 경영권 분쟁을 계기로 베일에 싸인 롯데그룹 지배구조가 전모를 드러낼지 주목된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이 롯데그룹의 불투명한 지배구조를 파헤치기 위해 칼을 빼들었다.
이 과정에서 일본 L투자회사의 정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L투자회사 소유현황에 따라 롯데그룹 경영권 향배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일본 L투자회사의 대표이사로 등재된 사실이 6일 확인됐다.
신 회장은 지난달 31일자로 일본 L투자회사 12곳 가운데 10곳의 대표이사로 등기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L투자회사의 나머지 2곳은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신 회장이 지난달 17일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오른 뒤 L투자회사도 완전히 장악한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L투자회사에 대한 신 회장의 정확한 지분은 밝혀지지 않았다.
일본 L투자회사는 롯데그룹 지배구조를 파악하는 열쇠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L투자회사는 1~12번까지 일련번호로 구분될 뿐 철저히 비밀에 부쳐져 왔다. 정체가 드러나지 않아 신격호 총괄회장이 차명으로 보유한 특수목적법인이라는 소문도 돌고 있다.
정부는 L투자회사의 실체에 주목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은 6일 롯데그룹 일본 롯데홀딩스와 일본 L제2투자회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호텔롯데와 롯데물산, 롯데알미늄, 롯데로지스틱스 등 4개 계열사에 대해 대표자와 재무현황 등의 정보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금감원은 이 계열사들의 사업보고서를 확인한 결과 최대주주가 일본계 법인이라는 사실만 확인될 뿐 법인의 대표자 정보 등 일부 정보가 빠진 것을 보고 이런 조치를 내렸다.
새누리당과 정부는 6일 당정회의에서 공정거래위원회가 롯데그룹 해외 계열사 실태파악에 철저하게 나설 것을 촉구했다.
김정훈 정책위의장은 회의에서 “공정위가 20일까지 롯데에 관련 자료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라면서 “허위자료를 제출할 수도 있는 만큼 공정거래법을 개정해 총수의 해외 계열사 현황을 공시하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정위는 5일 롯데그룹에 전체 해외계열사의 주주현황, 주식보유현황 등 자료를 오는 20일까지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공정위는 롯데그룹으로부터 자료를 받아 L투자회사 12곳과 광윤사, 일본 롯데홀딩스 등 소유실태를 확인하려 한다.
한국 롯데그룹은 호텔롯데가 사실상 지주사 역할을 하고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9.07%의 지분을 보유해 최대주주로 돼 있다.
그러나 L투자회사들이 호텔롯데의 지분 72.65%를 쪼개 보유해 실질적 최대주주라는 추측도 나온다. L투자회사의 전모가 드러나야 한국 롯데그룹의 정확한 지배구조를 파악할 수 있다는 것이다.
L투자회사는 호텔롯데 외에도 부산롯데호텔(46.54%), 롯데로지스틱스(45.34%), 롯데알미늄(34.92%), 롯데물산(4.98%), 롯데푸드(4.34%) 등의 주식도 보유하고 있다.
결국 롯데그룹 경영권의 향방은 L투자회사에 대한 지배력을 누가 갖느냐에 따라 결정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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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
신동빈 회장이 L투자회사 대표이사로 올려놓은 만큼 경영권 분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그러나 L투자회사가 일본 롯데홀딩스나 광윤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승리를 속단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만약 L투자회사가 신 총괄회장의 차명회사인 경우 신동빈 회장이 롯데그룹 경영권을 독차지하는 것은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L투자회사의 주소가 신 총괄회장의 일본 도쿄 소재자택이나 일본롯데홀딩스 주소로 돼 있는 점도 신 총괄회장이 실질적 주인이라는 추측에 힘을 싣고 있다.
재계의 한 관계자는 “롯데그룹에서 폐쇄경영이 이어지고 지배구조도 복잡해진 것은 지금까지 L투자회사의 정체가 드러나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정부당국까지 조사에 나선 만큼 이번 기회에 베일이 벗겨질지 주목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