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병현 기자 naforce@businesspost.co.kr2019-12-25 14:5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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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과 일동제약이 고혈압과 고지혈증 ‘4제 복합제’ 개발 경쟁을 벌이고 있다. 4제 복합제란 4개의 치료 성분을 한 알에 담은 의약품을 말한다.
고혈압 등 만성질환 환자가 늘며 복합제시장이 커지자 경쟁사보다 빠르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 우종수 한미약품 대표이사 사장.
25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이 국내 최초로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치료하는 4제 복합제 상용화에 도전한 데 이어 일동제약도 개발에 착수했다.
일동제약은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고혈압, 고지혈증 4제 복합제의 임상1상 승인을 받았다. 임상시험은 모두 30명을 대상으로 12월부터 2020년 8월까지 충남대학교 병원에서 진행된다.
한미약품은 일동제약보다 고혈압·고지혈증 4제 복합제 개발에서 앞서있다.
한미약품의 올해 1월 식약처로부터 각각 2개의 고혈압, 고지혈증 치료성분을 합한 ‘HCP1701’의 임상3상 허가를 받아 빠른 속도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이르면 2020년에 임상을 마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미약품과 일동제약이 고혈압 4제 복합제 개발에 뛰어든 것은 수요 증가로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보이는 고혈압 복합제시장에서 차별적 시장 지위를 확보하겠다는 전략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고혈압과 고지혈증을 동반한 환자는 복용해야 하는 약물이 많아 복합제가 복용 편의성에서 경쟁력이 높다. 실제로 고혈압 환자의 절반 이상이 2가지 이상의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고혈압과 같이 평생 약을 먹어야 하는 만성질환은 약의 개수가 늘어나면 환자의 예후에 악영향을 미칠 공산이 크다. 고혈압 치료의 최신 진료지침도 혈압 강하효과와 혈압 변동성 관리를 위해 2가지 이상의 성분을 함께 복용하라고 권고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이미 한미약품과 일동제약 외에도 종근당, 삼진제약, 일양약품, 대원제약 등이 고혈압 3제 복합제를 내놓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의약품 조사기관 유비스트에 따르면 2018년 고혈압 복합제의 처방규모는 6284억 원으로 단일제를 합친 규모와 비슷하다. 2013년 고혈압 복합제의 처방규모는 3360억 원으로 단일제에 한참 미치지 못했지만 최근 복합제 선호현상이 두드러지며 5년 만에 처방 규모가 87%나 증가했다.
▲ 윤웅섭 일동제약 대표이사 사장.
4제 복합제가 개발되면 현재의 고혈압 복합제시장에도 변화가 생길 공산이 크다.
4제 복합제를 통해 알약 한 알에 들어가는 각 성분의 용량을 줄일 수 있다면 부작용은 낮추면서도 효과는 높일 수 있다.
따라서 복합제 알약의 크기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가 4제 복합제 개발에서 핵심 경쟁력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미약품은 그동안 고혈압 치료제 ‘아모잘탄’의 크기를 줄이기 위해 많은 공을 들였다.
그 결과 2017년에 출시한 고혈압 3제 복합제 ‘아모잘탄플러스’와 ‘아모잘탄큐’는 세 가지 성분을 넣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존 아모잘탄과 비슷한 크기로 만드는 데 성공했다.
제약업계의 한 연구원은 “4제 복합제는 네 가지 약물을 선정할 때 용법과 용량이 동일한지 알아보고 동시에 약물의 상호작용, 안전성 등을 파악해야 하기 때문에 3제 복합제보다 개발 과정이 훨씬 복잡하다”며 “제형 크기를 최소화하는 것도 상당한 기술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