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IBM의 양자컴퓨터 Q시스템원. < IBM > |
차세대 정보기술(IT)산업의 총아로 주목받고 있는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글로벌 IT공룡들이 치열하게 맞붙고 있다.
IBM과 구글에 이어 인텔, 아마존 등이 잇따라 양자컴퓨터 개발에 뛰어들며 각축전이 벌어졌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양자컴퓨터 분야의 선두주자로 꼽히는 IBM은 최근 독일·일본 기관과 양자컴퓨터 협약을 맺으면서 글로벌 양자컴퓨터의 거점 마련에 나섰다.
IBM은 그동안 클라우드 방식으로 양자컴퓨터 기술을 활용하도록 제공해왔는데 직접 양자컴퓨터 본체를 해외에 도입하기 시작했다.
IBM은 18일 일본 도쿄대와 협약을 맺고 IBM이 개발한 양자컴퓨터 Q시스템원을 일본에 설치하기로 했다. 미국과 독일에 이어 세 번째다.
앞서 9월에는 독일 프라운호퍼 연구소와 양자컴퓨터 연구개발에 협력하기로 하면서 Q시스템원을 독일에 설치하기로 했다. 2년간 6억5천만 유로 규모의 독일 정부 지원도 이끌어냈다.
IBM은 1월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19 행사에서 세계 최초로 연구와 상업 목적으로 동시에 활용할 수 있는 Q시스템원을 공개했다. 9월 뉴욕에 양자컴퓨터 센터를 열고 클라우드 상에서 10개의 양자컴퓨터 시스템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IBM은 1985년부터 양자컴퓨터 개발을 시작해 오랜 시간 공을 들여왔다. 2012년 논문을 발표하며 양자컴퓨터 개발을 가시화했고 이를 위해 다양한 기업들이 참여하는 'Q네트워크'를 구성해 운영하고 있다. 다임러, JP모건, 엑센츄어, 삼성전자 등의 많은 기업들이 Q네트워크에 가담하면서 양자컴퓨터 분야의 글로벌 리더십을 확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얼마 전 구글이 양자컴퓨터 기술의 새로운 이정표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IBM은 이를 견제하기 위해 글로벌 협업체계를 확대하는 데 더욱 속도를 내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구글은 10월 현존 최고 성능의 슈퍼컴퓨터가 1만 년 걸리는 연산을 양자컴퓨터 칩 시커모어로 200초 만에 수행했다고 밝혔다. 양자컴퓨터 성능이 디지털컴퓨터를 앞지르는 이른바 ‘양자우월성’을 구현했다는 것이다.
그러자 IBM은 공식 논평을 통해 “구글이 수행한 문제는 기존 슈퍼컴퓨터가 이틀 반이면 풀 수 있는 문제”라며 “외부 저장장치를 이용하고 성능을 최적화하면 연산을 더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IBM이 구글이 주장한 양자우월성을 반박하기는 했으나 구글 시커모어는 양자컴퓨터 분야에서 가장 앞선 기술로 평가받게 됐다.
구글은 2009년 양자 인공지능 연구소를 설립해 뒤늦게 양자컴퓨터에 뛰어들었지만 2014년 양자컴퓨터를 오래 연구해온 존 마티니스 박사를 영입하면서 선두업체와 격차를 좁힐 수 있었다. 이번 연구결과도 존 마티니스 연구팀이 이끌었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최고경영자(CEO)는 “라이트 형제의 첫 비행기는 12초만 날았으나 비행기가 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였다”며 “우리가 개발한 양자컴퓨터도 중요한 이정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IBM과 구글뿐 아니라 다른 IT 대기업들도 양자컴퓨터 관련 투자와 연구개발을 게을리하지 않고 있다. 양자컴퓨터 분야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는 방증이다.
인텔은 9일 양자컴퓨터 상용화를 앞당길 수 있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극저온을 이용해 대규모 양자컴퓨터를 제어할 수 있는 반도체칩 호스리지를 선보였다.
양자컴퓨터의 연산단위(큐비트)가 제대로 동작하려면 극저온이 유지돼야 한다. 극저온에서 다량에 큐비트를 제어하는 일은 쉽지 않은데 호스리지는 이를 가능하도록 할 것으로 보인다.
인텔은 구글(72큐비트), IBM(53큐비트)에는 미치지 못하나 2018년 49큐비트 칩을 개발한 바 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2005년 스테이션Q라는 양자컴퓨터 연구소를 설립해 다른 기업과는 다소 다른 방식인 위상 양자컴퓨터를 연구해왔다.
올해 들어 양자컴퓨터 기술개발을 위한 글로벌 네트워크 ‘퀀텀네트워크’를 출범해 운영하고 있으며 11월 연례 콘퍼런스에서 클라우드 서비스에 양자컴퓨팅을 적용한 ‘애저 퀀텀(Azure Quantum)’을 소개했다.
아마존도 최근 양자컴퓨터 분야에 뛰어들겠다고 선언했다. 아마존웹서비스(AWS)는 2일 연례 콘퍼런스에서 ‘아마존 브라켓’이라는 이름의 양자컴퓨팅 서비스를 선보였다.
찰리 벨 AWS 수석부사장은 “양자공학이 의미 있는 진전을 이루는 가운데 고객들의 양자컴퓨팅 경험을 지원할 계획”이라며 “양자컴퓨터의 잠재력을 빠르게 실현하기 위해 과학계와 산업계의 노력에 동참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디모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