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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 신동주 전 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
롯데그룹이 총수 일가 경영권 분쟁으로 최대위기를 맞고 있다.
롯데그룹의 주요 사업 가운데 면세점 등 정부 인허가와 관련된 것들이 많다.
면세점사업, 제2롯데월드 완공, 인터넷전문은행, 카지노사업 등 롯데그룹이 정부 인허가를 받아 벌이고 있거나 추진하는 사업이 이번 경영권 분쟁으로 뿌리채 흔들리고 있다.
5일 재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12월 롯데면세점 서울 소공점과 잠실월드타워점의 특허만료를 앞두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호텔롯데가 운영을 맡고 있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가 19.7%의 지분을 보유한 대주주다. 일본 L제4투자회사가 15.63%, 일본 L제9투자회사가 10.41%, 일본 L제7투자회사가 9.4%를 보유하는 등 99% 이상이 일본계 자금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서울 시내면세점에서만 1조9760억 원의 매출을 올렸다. 롯데그룹이 롯데마트와 롯데백화점, 롯데하이마트, 롯데아울렛 등을 두루 거느린 유통대기업이긴 하지만 현재 면세점만큼 ‘알짜’ 매출을 내는 곳은 없다.
면세점사업은 특히 국가가 세수를 포기해 그에 따른 이익이 기업에 돌아가도록 돼 있는 국가 특혜사업이다. 지난달 서울 시내면세점 경쟁에 국내 유통대기업들이 사활을 걸고 뛰어들었던 것도 그만큼 영양가가 높은 사업이기 때문이다.
롯데그룹은 세계 면세업계 3위다. 국내 면세시장에서도 롯데면세점과 호텔신라의 시장점유율은 8대2 정도로 롯데면세점의 입지는 독보적이다.
롯데면세점이 면세사업에서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것은 분명하지만 독점적 사업자로 올라선 데는 정부의 특혜가 한몫했다.
면세점사업은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5년마다 입찰을 통해 특허권을 받도록 바뀌었다. 그동안 재승인 형식으로 기존 사업자가 사업권을 유지해 왔다.
롯데그룹은 총수 일가 경영권 분쟁에서 그동안 베일에 싸였던 지배구조와 경영자들의 민낯도 낱낱이 드러났다.
이번 사태가 기존 재벌그룹에서 벌어진 경영권 다툼과 다른 것은 일본 롯데그룹 계열사가 한국 롯데그룹 계열사를 지배하는 독특한 지배구조 때문이다. 일본기업인지, 한국기업인지를 놓고 정체성 논란이 잇따르면서 소비자 불매운동까지 벌어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업계 관계자는 “롯데면세점이 지난 10년 동안 일본 주요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만 2천억 원 정도에 이른다”며 “특별한 기술을 요구하지 않아 땅짚고 헤엄친다는 유통업에서 그것도 한국정부의 특혜사업에서 돈을 벌어 일본에 바친다는 지적도 무리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여야 가릴 것 없이 롯데그룹 사태에 대해 맹공을 퍼붓고 있다.
롯데그룹은 당장 올해 하반기 서울 시내면세점 특허권 경쟁에서 탈락할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인허가권을 쥔 관세청이 심사에서 정치권과 국민의 눈치를 살필 것이 불 보듯 훤하기 때문이다.
심재철 새누리당 의원은 5일 최고중진연석회의에서 “롯데그룹을 지배하는 것은 정체불명의 일본기업인 광윤사라는 페이퍼 컴퍼니로 일본측 지분이 99%지만, 구체적 지분이나 지배구조는 전혀 알 수 없게 돼있다”면서 “이런 불투명한 기업에 알짜 면세점 허가를 내줄 이유가 없다”고 비판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도 4일 성명을 통해 “롯데그룹의 경우 0.5%의 낮은 특허수수료로 재벌들의 독점이윤을 보장해주는 면세사업을 통해 성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면세점사업에 대한 별도의 분리공시제도가 반드시 도입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총수 일가 경영권 분쟁이 면세점 입찰심사 평가항목에 포함되는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심사위원들의 주관적 판단이 평가에 영향을 미칠 수는 있다”고 말했다.
관세청은 9월25일까지 서울 시내면세점 사업자 신청을 마감하고 오는 11월 중 심사결과를 발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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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이 지난 3일 일본에서 귀국해 김포공항에서 대국민 사과를 하고 있다.<뉴시스> |
롯데그룹은 면세점 외에도 앞으로 정부의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사업들이 줄줄이 남아있다.
롯데그룹의 최대 숙원사업인 제2롯데월드타워는 2016년 말 완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제2롯데월드는 사업착공 때부터 저층부 임시 사용승인을 받는 과정에 이르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 특히 이명박 정부가 관련법 규제를 변경하면서까지 사업인허가를 내줬다는 특혜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박영선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4일 트위터에서 "2007년 12월19일 저녁 8시 반경 당선유력 이명박 후보 차량이 향하던 곳은 롯데호텔"이라며 "롯데 왕자의 난.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고 꼬집었다.
박 의원은 "MB정권 이후 롯데는 여러가지 숙원사업을 해결했다"며 "군 시설인 성남공항의 활주로 각도까지 변경해가며 제2롯데월드 건설이 허가됐고 롯데마트를 통해 골목상권 마저 침해됐다”고 지적했다.
제2롯데월드는 저층부 개장 이후에도 안전과 교통문제 등으로 논란이 끊이지 않아 서울시와 국토교통부가 언제든 다시 규제카드를 꺼내들 수 있다.
이밖에 롯데그룹이 부산 북항에 추진하고 있는 신규 카지노 복합리조트사업 역시 정부 인허가를 받아야 하는 만큼 차질을 빚을 수 있다.
롯데그룹은 BNK금융지주와 손잡고 인터넷전문은행 진출도 추진하고 있다. 인터넷전문은행도 금융당국으로부터 인허가권을 받아야 하는 사업이어서 이번 사태의 여파가 미칠 수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