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원 빙그레 대표이사가 취임 1년 동안 국내 유음료, 빙과시장의 정체에 맞서 빙그레의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하게 달려왔다.
하지만 가정간편식(HMR)과 펫푸드사업은 올해 결국 ‘백기’를 들었고 건강기능식사업은 이제 출발선상에 서있는 정도라서 사업 다각화의 성적표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20일 식품업계 관계자 말을 종합하면 본업인 유가공음료와 빙과부문에서는 안정적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신규사업부문에서는 좀처럼 속도가 나지 않고 있다.
전 대표는 올해 취임하면서 ‘사업모델 재창조 및 발굴’을 경영목표로 제시했다. 유음료와 빙과제품 위주의 사업구조를 다각화하는 데 집중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유아와 어린이 등을 주요 소비자로 하고 있는 유음료와 빙과시장 둘 다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출산율 저하로 소비자층은 줄어드는 가운데 디저트시장의 발달로 빙과제품 매출 역시 지속적으로 떨어지고 있다.
빙그레는 올해 3분기 기준으로 바나나맛우유, 요플레 등 냉장품목 매출이 전체의 53.8%, 투게더 등 냉동품목 매출이 46.2%를 차지하고 있다.
빙그레를 지탱하고 있는 두 사업 모두 정체를 넘어 축소가 우려되는 만큼 기업의 미래를 위해서는 새로운 성장동력의 발굴이 절실하다.
빙그레는 2017년부터 사업 다각화를 위한 여러 시도를 해왔다. 2017년 가정간편식 브랜드 ‘헬로빙그레’를 내놓았고 2018년에는 펫푸드 브랜드 ‘에버그로’로 새로운 시장에 도전했다.
하지만 전 대표는 취임하자마자 올해 상반기 헬로빙그레와 에버그로 브랜드사업을 모두 중단하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헬로빙그레는 치열한 가정간편식시장에 후발주자로 진입해 자리를 잡지 못하고 밀려났다. 펫푸드시장은 성장하는 시장이기는 하지만 전체 규모가 너무 작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전 대표는 그 뒤 6월 건강식품 통합브랜드 ‘TFT’를 론칭하면서 건강기능식사업을 빙그레의 미래 먹거리로 점찍었다.
‘TFT’는 맛(taste), 기능(function), 신뢰(trust)의 영문 머리글자를 따서 만든 브랜드로 ‘맛있으면서도 건강하고 믿을 수 있는 제품’을 목표로 삼고 있다.
전 대표는 앞으로 TFT 브랜드 아래 각 제품의 속성에 따라 다양한 하위 브랜드와 제품들을 내놓으면서 건강기능식사업을 키워갈 계획을 세워뒀다. 과감하게 사업들을 정리한 만큼 회사의 역량을 건강기능식사업에 집중하겠다는 것이다.
빙그레는 그 첫번째로 여성건강 전문 브랜드 ‘비바시티’를 만들어 20~30대 여성을 대상으로 한 건강기능식 젤리제품을 내놓았다.
기존 건강기능식품이 중장년층을 주요 대상으로 삼고 있는 점과 비교해 빙그레는 건강기능식품의 소비자가 20~30대 등 젊은 층으로 낮아지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비바시티 브랜드를 통해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미래 고객’을 미리 확보해두겠다는 전략을 세웠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에 따르면 국내 건강기능식품시장 규모는 약 4조3천억 원으로 안정적 성장궤도 구간에 진입했다. 특히 젊은 층에서 건강을 스스로 지키기 위해 간편한 건강기능식 제품을 찾는 비중이 늘어나고 있다.
30대의 건강기능식품 섭취율은 2016년 54.8%에서 2018년 65.4%로 늘었고 올해에는 70%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건강기능식사업이 안착한다면 빙그레의 든든한 대들보가 돼줄 가능성이 높은 셈이다.
다만 식품업계뿐 아니라 제약업계 등 다양한 기업들이 건강기능식시장에 뛰어들고 있는 만큼 전 대표가 건강기능식사업을 성공적으로 키워내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전 대표는 1961년 태어나 거창고등학교와 부산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연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1985년 빙그레에 입사해 35년 가까이 몸담아온 '빙그레맨'이다. 인재개발센터장, 경영관리담당 등을 역임하며 인사와 재무, 총무 등 경영관리부서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빙그레 관계자는 “2020년에도 빙그레는 건강기능식사업의 안착과 성장, 해외시장 확대 등에 집중할 것”이라며 “건강기능식에서는 비바시티의 제품군을 늘려 인지도를 높이고 해외시장에서는 현지법인을 중심으로 투자 등을 통해 사업을 확장해갈 것”이라고 말했다.
빙그레는 올해 3분기까지 연결기준 누적 매출 6911억 원, 영업이익 472억 원을 냈다. 2018년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2%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5.4% 줄어들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