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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시대 현대차 의사결정 진화, 영입 전문가 중심 더 빨라졌다

남희헌 기자 gypsies87@businesspost.co.kr 2019-12-19 15:3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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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href='https://www.businesspost.co.kr/BP?command=article_view&num=357450' class='human_link' style='text-decoration:underline' target='_blank'>정의선</a>시대 현대차 의사결정 진화, 영입 전문가 중심 더 빨라졌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
정의선시대 현대자동차의 의사결정이 진화했다.

더 빨라지고 더 전문화됐다. 자동차시장 격변에 전문가를 영입해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의 의지가 구현되고 있다.

◆ 보고문화 변화로 의사결정 속도 빨라져 

19일 현대차그룹 안팎의 평가를 종합하면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경영 전면에 나선 이후 현대차그룹의 의사결정시스템이 더욱 전문적, 효율적으로 바뀌었다.

매주 월요일마다 보고를 위해 여러 차례 수정을 거쳐 보고서를 만들던 문화는 더 이상 현대차그룹에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직원들은 보고서나 프레젠테이션용 파일을 만들던 시간을 새로운 아이디어 구상에 쏟는다. 새 아이디어는 윗선에 사내 메신저 등을 통해 간략하게 보고된다.

보고서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지만 일을 할 때마다 보고서를 작성해야 했던 관행이 사라진 것은 분명하다고 내부 직원들은 얘기한다.

현대차의 한 직원은 “해외출장 등을 다녀온 뒤 시장 현황과 개선사항, 과제 등을 포함해 보고서 양을 늘리는 게 일상이었지만 올해 들어 핵심만 최대한 간결하게 보고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며 “보고서 작성 스트레스가 없어졌다고 하기는 힘들지만 과거보다 나아진 것은 사실”이라고 말했다.

의사결정시스템의 '진화'는 정 수석부회장의 분명한 의지에 따른 것이다.

정 수석부회장은 10월 서울 양재동 본사에서 열린 타운홀 미팅에서 보고문화의 변화를 묻는 직원 질문에 “(수기결재를) 예전부터 싫어했다”며 “몇 줄이라도 뜻이 전달될 수 있는, 효율적이고 빠르고 뜻만 전달할 수 있는 그런 방법을 추구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의사결정 단계에서 비효율을 걷어낸 결과는 자연스럽게 현대차그룹을 ‘빠른 조직’으로 바꿔내고 있다. 

현대차는 18일 스웨덴 정밀코팅 특화기업인 임팩트코팅스와 수소연료전지 개발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10월30일 임팩트코팅스에 전략적으로 투자하기로 결정한지 약 한달 반 만이다. 과거라면 전략적 투자 결정에서 기술개발 협력이라는 성과를 내기까지 최소 몇 달 걸렸을 일이다.

정 수석부회장의 전략참모 역할을 하는 지영조 전략기술본부장 사장은 과거 동아일보와 인터뷰에서 “정 수석부회장이 경영을 맡은 뒤에는 예전 같으면 2년 넘게 걸릴 투자건을 시행하는데 3개월도 안 걸린 사례도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현대차그룹이 9월 20억 달러를 투자해 미국 자율주행 전문기업 앱티브와 합작기업을 설립하기로 한 것, 11월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을 설립하는데 15억 달러를 투자하기로 한 것 등도 모두 빨라진 의사결정 시스템 덕분으로 평가받는다.

◆ 달라진 의사결정시스템에는 외부출신 전문가들이 있다

진화된 의사결정시스템에는 외부기업 출신의 여러 전문가들이 크게 기여하고 있다.

정 수석부회장이 직접 영입한 삼성그룹 출신의 지영조 사장은 현대차그룹의 5대 전략 과제인 모빌리티서비스와 스마트시티, 에너지, 로봇, 인공지능 등의 사업을 챙기고 있다.

지 사장은 삼성전자에서 정보통신총괄 기획팀장,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기획팀장 등을 역임한 신사업 전문가로 정 수석부회장의 직속 조직인 전략기술본부를 통해 새로 발견한 사업기회를 직접 정 수석부회장에게 보고하며 현대차그룹의 혁신에 기여하고 있다.

수소차 대중화를 위한 해외기업 협력, 앱티브와 합작회사 설립, 해외 차량공유기업 투자 등이 모두 지 사장의 손끝에서 나왔다.

정 수석부회장이 강조한 ‘ICT기업보다 더 ICT기업 같아져야 한다’는 철학을 뒷받침하는 참모는 KT 출신의 서정식 전무다.

서 전무는 KT에서 클라우드추진본부장과 KT클라우드웨어 대표 등을 지낸 ICT 전문가다. 2018년 8월 정보기술본부와 챠량지능화사업부가 통합해 처음 출범한 현대차 ICT본부의 초대 본부장을 맡아 커넥티비티 전략 등을 구체화하고 있다.

8세대 쏘나타에 처음 적용된 ‘스마트키’(스마트폰의 근거리 무선통신 기술을 이용해 차 문을 여는 것)도 ICT본부의 작품이다.

이밖에도 인공지능 연구개발 조직인 에어랩에서 일하는 네이버 출신의 김정희 상무, 글로벌 컨설팅회사 맥킨지 출신으로 현대차 최연소 임원 이력을 달고 있는 장웅준 자율주행개발센터장 겸 자율주행개발실장 상무 등도 각 분야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의사결정을 돕는다.

장 상무는 9월23일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정 수석부회장의 앱티브 투자 관련 특파원 간담회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왼쪽에 앉아 자율주행 전략의 핵심 참모 역할을 수행하고 있음을 공개적으로 알리기도 했다.

정의선 의사결정시스템의 지향점은 미래차 대응

정의선 수석부회장이 주도한 의사결정시스템 혁신과 외부 인재 수혈은 미래차시대 대응을 향하고 있다.

현대차그룹의 글로벌 생산능력이 글로벌 900만 대를 넘어선 것은 이미 오래됐다. 하지만 현대차그룹의 연간 판매량은 2015년을 정점으로 후퇴해 현재 750만 대 수준까지 후퇴했다.

생산능력이 차고 넘치는 상황에서 정 수석부회장의 시선은 미래로 향할 수밖에 없다. 자율주행과 친환경차 등이 이미 자동차산업의 화두로 자리매김한 상황에서 미래 기술을 서둘러 확보하는 것만이 새 시대 생존을 위한 유일한 길이라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자동차산업 전문가에게만 조언을 구하는 방식의 옛 전략은 이러한 정 수석부회장의 구상과 맞지 않았을 수 있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을 통해 외부기업과 협업하고 필요하다면 순혈주의를 벗어나 외부출신 인재까지 적극적으로 영입하는 새로운 전략을 정 수석부회장이 꺼내든 이유다.

정 수석부회장은 2018년 10월에 현대차가 ‘어닝쇼크’를 내며 부진한 실적을 냈을 때도 임원들에게 실적을 끌어올리라는 주문보다는 미래를 내다보자는 당부를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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