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팀 쿡 애플CEO |
애플이 삼성전자의 조롱에 맞서 반격에 나섰다. 삼성전자를 은근히 비꼬는 광고를 냈다. 그동안 삼성전자의 온갖 비교 광고에 무시로 일관하던 대응에서 벗어난 것이다. 삼성전자의 성장에 대한 애플의 위기감이 드러났다는 분석도 나온다.
애플은 22일(현지시각) ‘지구의 날’을 맞아 미국과 영국의 주요 일간지에 “우리는 모든 회사가 이런 아이디어를 베끼기를 바란다(There are some ideas we want every company to copy)”라는 제목의 전면광고를 냈다.
광고에는 애플의 데이터 센터에 설치된 태양광 발전 시설 사진이 실려 있다. 애플은 "우리의 모든 데이터 센터가 100% 재생 가능 에너지로 가동된다"며 “모든 사람이 환경을 중요하게 여기면 우리 모두 이득을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광고의 제목에 'copy'라는 단어를 직접 사용해 삼성전자를 겨냥한 조롱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해외 주요 외신들은 삼성전자와 특허침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하고 있는 애플이 우회적으로 삼성전자를 조롱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애플은 그동안 삼성전자를 향해 자신들을 베낀 ‘카피캣(copycat)’이라며 비난해 왔다.
애플의 이번 광고는 그동안 있었던 삼성전자의 광고에 맞대응하는 성격이 짙어 보인다. 삼성전자는 2011년부터 애플과 삼성전자의 제품을 직접 비교하거나 간접적으로 조롱하는 광고를 선보이는 전략을 써왔다.
지난 2월에도 삼성전자는 갤럭시노트3와 아이폰의 화면 크기를 직접 비교하는 광고를 내보냈다. 미국의 인기 농구스타 르브론 제임스가 덩크슛하는 장면을 동시에 재생해 화면 크기 차이를 부각시켰다.
광고가 끝날 즈음 성우는 “이렇게 대단한 장면은 4인치에서 보는 것보다 5.7인치 넓은 화면에서 보는 게 제 맛”이라며 “4인치 제품에선 제임스 르브론조차 마치 도망가려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한다.
|
|
|
▲ 애플이 미국과 영국의 주요 일간지에 실은 전면광고 |
가장 화제가 됐던 광고는 지난해 초 방영된 'Next Big Thing' 광고다. 아이폰 출시일 애플스토어 앞에 긴 줄로 늘어서 있던 팬들이 지나가던 갤럭시폰 사용자의 화면을 보고 깜짝 놀라며 부러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당시 이 광고는 애플의 필 실러 마케팅책임자(부사장)를 화나게 만들었다는 소문이 돌았다.
애플은 지난해 마케팅 및 광고비용으로 3억5100만 달러를 쓰며 삼성전자와 격차를 줄였다. 몇 년 전까지 삼성전자가 애플보다 훨씬 많은 비용을 마케팅에 쏟았다.
삼성전자는 애플의 소송을 직접 비웃는 광고도 내놓은 적이 있다. 이 광고는 세계 최대의 광고 경연장이라 불리는 슈퍼볼 경기 중간에 방영됐다. 두 영화배우가 나와 곧 다가올 슈퍼볼을 언급하지만 바로 상사로 보이는 사람에게 제지당한다. 상사는 슈퍼볼을 언급했다가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며 슈퍼볼 대신 ‘빅게임(Big game)’이라고 부를 것을 요구한다.
당시 이 광고는 많은 화제를 모으며 AP통신이 선정한 슈퍼볼 톱10 광고 중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경쟁업체를 직접 언급하며 비교하거나 조롱하는 광고는 광고계에서 흔한 일이다. 특히 후발주자의 경우 자신의 상품을 업계 1위의 제품과 비교하는 방식으로 제품을 홍보해 이름을 알리는 경우가 많다. 삼성전자뿐 아니라 LG전자나 노키아 등도 종종 상대방을 조롱하는 광고를 내보낸다.
애플은 그동안 삼성전자의 조롱을 무시하며 묵묵히 갈 길을 가는 전략을 선택해 왔다. 제품 그 자체에 충실하고, 기능보다 감성을 강조하는 애플 특유의 광고는 많은 사람들의 호감을 샀다.
전문가들은 애플이 후발주자인 삼성전자의 제품과 직접 비교하는 내용의 광고를 만들거나 비교 혹은 조롱 광고에 일일이 대응할 경우 ‘양강’ 이미지만 굳어질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전략적으로 피해가는 것으로 분석했다.
그런 의미에서 애플의 이번 반격은 몇 년 만에 달라진 두 기업의 관계를 보여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애플이 삼성전자를 그만큼 의식하고 있으며 삼성전자의 성장에 위기감을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애플은 이달 초 런던올림픽의 디자인 총괄책임자였던 컨설팅 기업의 CEO를 자사 마케팅 팀에 영입했다. 또 애플의 마케팅책임자인 필 실러가 삼성전자의 공격적 마케팅에 비해 오랫동안 애플의 광고를 맡아온 TBWA의 성과에 대해 불만을 드러내 4개 업체와 추가로 계약을 맺은 사실도 밝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