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재계 관계자의 말을 종합하면 허 회장이 남촌재단에 지분 증여를 이어가는 것은 기부 외에 경영권 승계기반을 우회적으로 마련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허 회장은 GS건설 지분 8.89%(711만9763주)를 보유한 개인 최대주주다. GS건설은 GS그룹 안에서도 지주사 GS 영향을 받지 않는 허 회장 개인회사로 분류된다.
허 회장 외아들인 허윤홍 GS건설 사장이 보유한 GS건설 지분은 현재 0.24%(19만1618주)에 불과해 아버지 허 회장이 이사장으로 있는 남촌재단 지분 1.46%가 향후 지배력 확대 과정에서 우호 세력이 될 수 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공익법인은 내국법인의 의결권 있는 주식을 5%까지 증여세 없이 받을 수 있다. 그 비중은 성실공익법인 등 일정 요건을 갖췄을 때 10%까지 늘어난다.
허 회장이 앞으로도 남촌재단에 지분 증여를 계속한다면 아들인 허 사장은 의결권 있는 GS건설 지분을 최소 5%까지 세금부담 없이 우호적 지분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뜻이다.
허 회장은 2007년 1월 남촌재단 창립이사회에서 “앞으로 매년 GS건설 주식 등 사재를 500억 원까지 남촌재단에 지속해서 기부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세청 공익법인공시자료 등에 따르면 허 회장이 지금까지 남촌재단에 증여한 GS건설 지분은 취득가액 기준으로 이미 600억 원에 육박했다. 처음 목표했던 기부금액은 충분히 달성했는데 앞으로 증여를 추가적으로 이어갈 가능성이 있다.
GS그룹은 최근 대대적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로써 그룹 전반적으로 4세승계가 본격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허 회장은 이번 인사에서 GS그룹 회장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동시에 외아들 허 사장을 1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초고속 승진했다.
허 사장은 신사업부문 대표를 맡아 GS건설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고 승계 정당성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남촌재단을 통해 별도 증여세 부담 없이 우호 지분까지 확보할 수 있다면 지배력을 굳히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허 회장은 2014년 이후 남촌재단에 GS건설 지분를 계속 증여하고 있다.
2006년 12만2110주를 출연한 뒤 2008~2012년까지 5번에 걸쳐 모두 20만9650주를 내놨는데 2014~2019년 5번의 기부에서는 모두 83만9400주를 출연했다.
GS건설 주식 총수가 2006년 5100만 주에서 2014년 경영난에 따른 대규모 유상증자 등으로 현재 7992만 주까지 57% 늘어난 점을 감안해도 속도가 빠르다.
GS건설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남촌재단은 상속 문제와 상관이 없다”고 말했다.
남촌재단은 허 회장이 아버지 고 허준구 LG건설 명예회장의 호를 따서 만든 재단으로 사회소외계층의 자립기반 조성을 목적으로 의료, 교육, 장학, 문화 및 복지 사업 등을 하고 있다. 2017년 기준으로 자산을 470억 원가량 보유하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홍지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