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창흠 한국토지주택공사(LH) 사장이 토지보상에 따른 부동산 가격 상승을 막기 위해 돈이 아닌 다른 토지로 보상하는 방안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3일 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변 사장은 3기 신도시 개발지역을 중심으로 대토보상 비중을 높여 부동산시장 안정화와 회사의 비용부담을 함께 해결하는 방안을 계획하고 있다.
토지주택공사는 택지 개발지역에 주택이나 토지를 소유한 사람에게 토지보상금을 주거나 대토보상을 한다.
대토보상은 현금 대신 근처의 다른 토지로 보상하는 제도를 말한다. 보상으로 주어지는 토지는 상업용지 1천㎡, 주택용지 990㎡로 한정된다.
토지주택공사가 2018년 집행한 공공택지 개발보상 가운데 대토보상 비중은 29%로 집계됐다. 2017년 17%보다 많이 상승했지만 현금보상 비중이 아직 더욱 높다.
3기 신도시 개발은 2020년부터 본격 추진된다. 이에 따른 전체 토지보상 비용은 30조 원을 넘어설 것으로 토지주택연구원 등은 추산하고 있다.
보상의 상당부분이 현금으로 이뤄진다면 이 돈이 다른 주택이나 토지 매입에 쓰이면서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노무현 정부가 2기 신도시를 개발했을 때도 대규모 토지보상금의 시장 유입이 집값 상승에 한몫했다. 2006년 판교 신도시의 토지보상금 29조9천억 원 가운데 37.8%가 토지거래에 쓰였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3기 신도시의 토지보상금도 부동산시장으로 다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토지보상금이 많으면 토지주택공사의 재무 건전성에도 악재가 된다.
토지주택공사는 2019년 상반기 기준 부채비율 273.44%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 아래 공공기관 가운데 가장 높은 수준이다.
토지주택공사는 2023년까지 부채비율을 263%로 떨어뜨릴 계획을 세웠지만 토지보상금이 변수로 떠올랐다. 토지보상금의 많은 부분을 공사채 발행이나 차입으로 마련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 사장은 6월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부채 증가를 고려해 대토보상 방식으로 한국토지주택공사의 부담을 줄이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와 국회의 도움을 받아 대토보상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한 세법 개정안에는 공익사업 수용에 따른 대토보상의 양도소득세 감면율을 15%에서 40%로 상향 조정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토지주택공사은 대토보상리츠의 자산관리회사(AMC)로 참여해 대토보상을 받는 사람들과 개발이익을 나누겠다는 방침도 세웠다.
대토보상리츠는 토지 주인 여러 명이 받은 대토보상권을 하나로 묶어 리츠(부동산투자회사)에 맡긴 뒤 리츠 지분을 받는 형태로 진행된다. 대토보상리츠는 자산관리회사를 세워 토지를 개발한 뒤 이에 따른 이익을 토지 주인들에게 배당 형태로 돌려준다.
토지주택공사는 3월 이천 중리지구에서 대토보상리츠를 처음으로 설립했다. 남양주시 진접2지구도 대토보상리츠 시범지구로 지정해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대토보상은 시중에 풀리는 현금 규모를 줄이는 측면에서 부동산 안정화에 도움이 된다”며 “토지주택공사가 대토보상리츠의 자산관리회사 역할을 맡으면 대토 개발사업의 안정성도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