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진에어는 국토부의 신규 항공기 도입과 노선 배분을 금지하는 제재로 발이 묶인 지 15개월째에 접어들면서 다급해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최정호 진에어 대표이사.
진에어 관계자는 “국토부 제재의 해제를 위해서 경영문화 개선보고서를 국토부에 제출하고 추가조치 요청이 있을 것에 대비해 모든 노력을 다하고 있다”며 “항공업황이 좋지 않아 어려움을 겪고 있어 제재 해제가 절실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국토부는 2018년 8월 조현민 전 진에어 부사장이 외국인 신분으로 등기임원에 재직한 점을 이유로 진에어에 신규 항공기 도입과 노선 취항을 금지하는 처분을 내리면서 항공법령 위반 재발 방지와 경영문화 개선대책을 충분히 내놓으면 제재를 해제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이에따라 진에어는 수차례에 걸쳐 중간단계의 보고서를 냈고 9월에는 경영문화 개선보고서도 최종적으로 제출했지만 국토부의 제재는 여전히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다.
이런 국토부 제재 때문에 진에어는 최근 한·아세안 특별정상회의를 계기로 한국과 싱가포르, 브루나이 등이 합의한 항공자유화 협정의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됐다.
한국 정부가 싱가포르, 브루나이와 각각 직항 항공자유화 협정을 맺음에 따라 두 국가를 향한 운항도시, 횟수, 기종과 관련된 제한이 사라지게 된다. 이에 따라 운수권을 발급받지 못했던 항공사도 현지공항의 여건만 맞으면 자유롭게 노선을 개설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진에어는 중장거리 운항이 가능한 항공기 B777-200ER을 4대 보유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국토부의 제재로 신규 노선 취항이 불가능한 상황을 맞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렇게 국토부 제재가 풀리지 않으면서 진에어의 경영상황이 악화돼 올해 적자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진에어는 2019년 3분기 매출 2239억 원, 영업손실 131억 원을 내며 시장의 예상치를 대폭 하회하는 실적을 보였다.
김영호 삼성증권 연구원은 “국토부 제재가 언제 해소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인데다가 저비용항공업계의 경쟁 심화가 지속되고 있어 진에어의 올해 실적이 좋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진에어가 2019년에 매출 9277억 원, 영업손실 304억 원을 낼 것으로 내다봤다.
국토부 관계자는 진에에 제제문제와 관련해 “내부적으로 진에어가 최종 제출한 경영문화 개선보고서를 심층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올해를 넘기면서 제재가 이어질지 구체적 일정을 말해주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국토부 제재가 행정법상 비례의 원칙에 어긋날 소지가 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 제재 처분의 이유 가운데 하나인 조현민 전 부사장의 등기이사 재직이 국토부의 제재처분이 있기 2년 전에 끝난 사항인 점, 선행적 경고조치 없이 처분을 내려 신뢰를 훼손한 점에 비추어 볼 때 법적으로 다투어볼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기한 없이 제재해제를 검토하겠다는 행정기관의 태도가 사실상 모든 신청을 거부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점도 법적으로 문제 삼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일부 항공경영학 전문가들은 국토부의 제재뿐만 아니라 제재의 근거가 된 항공법령의 문제점도 거론했다.
허희영 한국항공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는 “국토부의 제재가 명확한 기준과 시점을 두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며 “외국 국적 임원을 둘 수 없다는 법령 조항도 지금의 세계적 추세에는 맞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항공업계에서는 이런 법적 문제점이 있다고 하더라도 진에어가 소송까지 나서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항공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국제항공운수권 배분 등의 심사권한을 갖고 있는 만큼 진에어가 날을 세우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여러 가지 사항을 고려할 때 소송까지 가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조장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