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준영 기아차 대표이사는 이전 집행부와 협상에서 사실상의 임금 삭감을 고수했는데 이런 기조를 이어가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25일 기아차 관계자들에 따르면 26일 임금협상 13차 본교섭을 통해 재개되는 기아차 노사 협상에서 최대 쟁점은 성과급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전 집행부가 회사와의 협상을 중단하고 차기 집행부에 협상을 넘긴 가장 큰 이유 가운데 하나가 성과급 규모를 두고 노사 사이 견해차가 컸기 때문이다.
노조 새 집행부는 아직 회사에 어떤 임금협상안을 요구할지 결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최근 지부 임시대의원회의를 연 뒤 협상 방향성을 놓고 ‘2019년 임금교섭에서 조합원 동지들이 (현대차와) 차별받지 않도록 한다’라는 방침을 세웠다. 최소한 현대차 노조가 얻어낸 것보다 적은 수준에는 합의하지 않겠다는 노조의 의지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현대차 노사는 8월에 △기본급 4만 원 인상 △성과급 150%(기본급 대비)+300만 원 △전통시장 상품권 20만 원 등을 뼈대로 하는 임금협약을 타결했다.
최준영 기아차 대표이사로서는 노조 새 집행부와 교섭에 긴장할 수밖에 없다. 최 대표는 이전 집행부와 협상하면서 사실상 임금을 삭감하겠다는 방안을 고수했다.
최 대표는 노조에 △기본급 4만 원 인상(호봉승급액 포함) △경영성과금 150%(기본급 대비)+100만 원 △특별성과금 150만 원 △재래시장상품권 20만 원 등을 제시했다.
기아차 노사가 2018년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4만5천 원 인상(호봉승급액 포함) △성과급과 격려금 250%(기본급 대비)+280만 원 지급 △재래시장 상품권 20만 원 지급 등에 합의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단순 계산으로 조합원 1인당 지난해보다 ‘기본급 100%+30만 원’을 덜 받게 되는 것이다.
기아차의 임금제시안은 현대차 노사의 합의결과와 비교해도 성과급 규모에서 50만 원 적은 수준이다.
이전 노조 집행부가 문제삼았던 부분이 바로 이 지점인데 새 집행부는 회사의 전향적 태도 변화를 더욱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게다가 새 노조 집행부는 여차하면 현대차그룹의 경영권 승계문제까지 거론할 태세여서 최 대표로서는 거센 압박을 받게 됐다.
새 집행부는 25일 소식지를 통해 “최준영 대표이사가 결단하지 못한다면 노조는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과 정의선 총괄 수석부회장의 부자 재벌세습 부당성과 문재인 정부에서 받은 각종 특혜 등 현대차그룹의 민낯을 우리사주조합과 연대해 집중적으로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최 대표가 더욱 긴장할 수밖에 없는 것은 새 집행부의 성향이 ‘강성’으로 분류된다는 점이다.
현재 노조를 이끄는 최종태 전국금속노조 기아차지부 지부장은 선거에서 △노동강도 완화와 작업환경 개선 △현대차와 차별없는 임금투쟁 연내 마무리 △4차산업 대비 고용안정 쟁취 △65세 정년연장과 신입사원 충원 △2020년 임단협에서 체불임금과 통상임금 재교섭 △신입사원 특별채용 조합원 이중임금제 전면 폐지 등 6대 핵심공약을 내세워 당선됐다.
▲ 최종태 전국금속노조 기아자동차지부 지부장.
기아차 노사는 이미 올해 3월 통상임금 확대소송의 2심 판결을 수용하고 이에 따른 보상을 마무리했는데 기존 합의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를 재추진하겠다는 카드를 꺼내든 것이다.
우선 올해 임금협상에서는 통상임금 문제를 건드리지 않겠다는 것이 노조의 방침이지만 언제든 기존 합의를 물리고 재교섭하자는 의지를 지니고 있는 만큼 실질 소득이 줄어드는 최 대표의 기존 임금제시안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다.
노조 새 집행부는 현대차 노사가 올해 교섭에서 특별격려금 지급에 합의한 점을 협상카드로 쓸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도 최 대표의 어깨를 무겁게 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현대차 노사는 올해 협상에서 ‘미래임금 경쟁력 및 법적 안정성 확보 격려금’이라는 명목으로 조합원들에게 1인당 최소 200만 원에서 최대 600만 원을 주기로 합의했다.
현대차가 노조와 이런 내용에 합의한 것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승리한 기아차 노조와 형평성을 맞춰달라는 현대차 노조의 요구를 수용한 것이었다.
기아차 노조 일부 조합원들은 통상임금 소송에서 패소한 현대차 노조가 특별격려금을 받은 것에 불만을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소송 승소와 패소 사이에 결국 격차가 없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이런 점을 감안해 기아차 노조 새 집행부가 특별격려금 등을 요구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이 고개를 든다.
최 대표는 올해 임금협상을 진행하면서 ‘회사의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 ‘교섭에만 매몰되어서는 회사의 생존을 장담하지 못한다’며 노조의 양보를 주장해왔다. [비즈니스포스트 남희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