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이 사장이 내년에 만 60세가 돼 '60세 퇴진 룰'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연임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시선도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그룹은 12월 초중반에 인사를 발표할 가능성이 높아 이윤태 사장의 거취가 주목된다.
이 사장은 2021년 3월 임기가 끝나지만 대표이사를 맡은 기간이 5년으로 짧지 않은데다 최근 삼성전기의 실적이 부진하기 때문이다.
박동건 전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이 2016년 4월 당시 임기가 2년가량 남았는데도 해임됐다는 점을 고려하면 안심할 수만은 없다.
실적만을 놓고 따지면 이 사장의 연임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삼성전기 2019년 영업이익은 지난해와 비교해 40% 가까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3분기 영업이익은 1802억 원으로 2018년 같은 기간보다 절반 이하로 줄어들었다.
하지만 이런 실적 부진이 이 사장의 ‘문책성 인사’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다.
삼성전기의 올해 실적 감소는 경영진의 책임이라기보다 적층세라믹콘덴서업황이 큰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국제 스마트폰시장이 포화상태에 접어들면서 스마트폰 수요가 줄어 관련 기업들의 적층세라믹콘덴서 수요도 감소했다.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전기를 축적하거나 차단, 방출하는 부품으로 스마트폰, 가전제품, 자동차 등 다양한 제품에 탑재된다. 적층세라믹콘덴서를 다루는 삼성전기 컴포넌트솔루션사업부는 3분기 누적 기준 삼성전기 영업이익의 60% 이상을 차지할 만큼 비중이 크지만 업황 변동에 민감하다.
삼성전기는 3분기 실적보고서를 통해 “적층세라믹콘덴서는 스마트폰, 태블릿PC, 스마트TV 등 완제품의 수요 변동과 경기 변화에 민감하게 영향을 받는다”며 “경기가 호황일 때는 주문량이 급증하고 불황일 때는 수요가 감소한다”고 설명했다.
삼성전기가 놓인 상황을 타개할 적임자로 이 사장이 꼽히고 있다는 점도 연임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이 사장은 적층세라믹콘덴서 호황 가능성에 미리 대비해 2017년과 2018년 삼성전기의 최대 실적을 이끌었다. 2015년부터 필리핀과 중국 등에서 적층세라믹콘덴서 생산시설을 확충해 성과를 낸 것으로 파악된다.
이 사장은 5G통신시장과 관련해서도 이런 ‘선견지명’을 발휘해 사업전략을 세우고 있다.
그는 3월 주주총회에서 “4차산업혁명의 도래로 5G이동통신,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등 기술의 변곡점에서 새로운 사업기회가 열릴 것”이라며 “삼성전기는 고부가 중심의 사업 강화, 성장 분야의 신제품 확대, 운영 효율화를 통한 성장기반 마련 등을 실천하겠다”고 말했다.
이후 삼성전기 기판솔루션사업부와 모듈솔루션사업부를 통해 5G통신모듈용 기판, 카메라모듈 등 5G 스마트폰 관련 고부가제품을 개발 및 생산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최근 5G통신 관련 적층세라믹콘덴서의 수요가 늘 가능성이 커지고 있어 이 사장의 이런 전략은 큰 폭의 실적 개선으로 이어질 공산이 크다. 5G통신 관련 장비는 이전 세대인 LTE 통신장비보다 더 많은 적층세라믹콘덴서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김록호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전기 3개 사업부 모두 2020년에 전년 대비 실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라며 “5G스마트폰 물량이 본격적으로 늘어나며 성장세를 회복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이 사장이 삼성그룹의 주요 사장단과 비교해 재임기간이 길고 내년에 '60세룰'에 해당된다는 점에서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이 사장은 2014년 말 대표이사 사장에 올라 5년 가까이 삼성전기를 이끌고 있다.
반면 강인엽 삼성전자 시스템LSI사업부 사장, 정은승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 사장, 진교영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사장, 이동훈 삼성디스플레이 대표이사 사장, 홍원표 삼성SDS 대표이사 사장 등은 비교적 최근인 2017년 임명됐다.
이 사장은 1960년 7월19일 태어났다. 내년이면 만 60세가 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임한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