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이 추진해 오던 자회사 SK루브리컨츠의 상장 추진이 중단됐다.
SK이노베이션은 실적이 좋아진 데다 SK루브리컨츠의 몸값이 낮아져 상장을 추진할 이유가 없어졌다고 밝혔다.
정 사장이 최근 방산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어 리더십에 흠집이 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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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 |
SK이노베이션은 23일 SK루브리컨츠 상장 추진을 중단하기로 결정하고 상장예비심사 신청을 자진철회했다고 밝혔다.
SK루브리컨츠는 SK이노베이션이 지분100%를 보유하고 있는 자회사다.
SK루브리컨츠는 윤활기유 생산규모 세계3위 기업으로 엔진오일 브랜드 지크(ZIC)로 유명하다. SK루브리컨츠는 지난해 매출 3조5293억 원, 영업이익 2954억 원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SK루브리컨츠의 코스피 상장을 위해 지난 5월 한국거래소에 상장예비심사청구서를 제출했다.
SK이노베이션은 당시 SK루브리컨츠 상장으로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를 개선할 것이라고 밝혔다.
정 사장도 지난 5월 기자간담회에서 “자회사 상장이나 비핵심자산 매각과 같은 자산 유동화를 꾸준히 추진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정 사장이 사모펀드와 SK루브리컨츠 매각을 놓고 협상을 벌이다 무산된 데 이어 상장 추진마저 중단됐다.
SK이노베이션이 상장을 철회한 이유로 우선 SK이노베이션의 재무구조 개선이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올해 2분기 연결기준으로 매출 12조9983억 원, 영업이익 9879억 원, 당기순이익은 5875억 원을 기록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실적을 바탕으로 지난해 말 기준 19조403억 원에 이르는 부채를 17조7167억 원으로 줄였다. SK이노베이션의 부채비율도 119%에서 104%로 낮아졌다.
SK이노베이션은 이날 컨퍼런스콜을 통해 “SK이노베이션의 실적이나 재무구조가 빠르게 개선돼 기업공개에 대한 시급성이 감소했다”고 밝혔다.
윤활기유 업황이 다소 안 좋아졌다는 점도 상장추진 중단에 영향을 미쳤다.
SK루브리컨츠는 올해 1분기 매출 7087억 원, 영업이익 426억 원, 당기순이익 296억 원을 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매출은 15.1%, 영업이익은 31.5%, 당기순이익은 21% 줄어든 것이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윤활유부문에서 부진한 실적을 냈다.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윤활유부문에서 매출 6564억 원, 영업이익 415억 원을 거뒀다. 1분기의 매출 6201억 원, 영업이익 567억 원보다 매출은 5.5%, 영업이익은 26.8% 줄었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적절한 기업가치 평가를 받지 못하는 현시점에서 굳이 상장을 강행할 필요가 없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정 사장이 최근 방산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어 입지가 축소된 점도 SK루브리컨츠 상장중단에 영향을 끼쳤을 가능성이 높다.
정 사장은 지난해 말 SK이노베이션에 구원투수로 긴급투입돼 구조조정을 이끌었다. 정 사장은 최근 SKC&C 사장 때 일어났던 방산비리로 재판을 받고 있다.
정 사장이 유죄판결을 받게 된다면 정상적 경영활동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비즈니스포스트 이승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