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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5월 윤창중 청와대 전 대변인의 성추행 의혹과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사과문을 발표한 이남기 당시 청와대 홍보수석 |
박근혜 대통령의 인사는 돌고 도는 것일까? 2014년 새해 벽두부터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의 한국관광공사 사장 내정설이 흘러나오면서 박 대통령의 인사에 대해 ‘돌려막기’ ‘밀봉인사’ 등의 논란이 다시 점화되고 있다.
최근 한 신문과 방송은 정부 고위관계자와 관광업계 관계자의 말을 빌려 “이남기 전 청와대 홍보수석이 현재 공석인 관광공사 사장직의 최종 후보군에 올랐으며 사실상 내정된 상태”라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관광공사의 주무부처인 문화체육관광부에서는 관광행정 경험이 있는 권경상 2014인천아시아경기대회 조직위원회 사무총장을 추천한 반면, 청와대에서는 이 전 수석을 선호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관광업계에서는 청와대에서 원하는 인물이 (사장 임명) 가능성이 높지 않겠느냐는 전망을 내놨다.
이 전 수석은 ‘윤창중 성추문 사건’을 통해 박 대통령의 신임을 얻은 것으로 보인다. 그는 성추문 사건이 언론에 보도되고 청와대가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을 경질한다고 발표한 5월10일 ‘국민 여러분과 대통령께 진심을 사과드립니다’라는 문장으로 시작되는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이에 대해 ‘청와대가 교민 피해자나 국민이 아니라 청와대의 책임자인 대통령에게 왜 사과를 하느냐’는 지적이 쏟아지면서 이 전 수석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러나 그는 여론의 뭇매와 비례하는 정도로 ‘대통령님’에 대한 자신의 깍듯함을 어필했다.
이 전 수석의 이런 사과는 이 사건을 일단락 짓는 데 기여한 면도 있다. 이 전 수석의 사과문 발표에 대해 민주당은 ‘셀프 사과’라며 박 대통령의 사과와 이 전 수석의 사퇴를 요구했다. 윤 전 대변인이 “이 홍보수석이 자신에게 귀국을 종용했다”는 내용의 기자회견을 열면서 이 전 수석과 청와대를 향해 사건 대응방식에 대한 비난이 쏟아졌다. 이런 상황에서 이 전 수석은 자신이 사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물러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결국 사건 발생 12일 만인 22일 청와대가 사표를 수리하면서 윤창중 성추문 사건은 일단락됐다. 그가 청와대에 입성한지 87일만이었다.
당시 김행 대변인은 사의표명 이후 사표수리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이유에 대해 “정권 초기 멤버고 해서...”라며 말을 아껴 박 대통령이 이 전 수석의 사표 수리에 대해 상당히 고심했음을 내비쳤다.
이번 내정설에 대해 관광공사 측은 “관광공사 사장은 임원추천위원회 구성 후 정식 모집공고를 통해 뽑으며 이런 절차 없이 사장이 내정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한국거래소 이사장 선임과정 등 전례를 살펴보면 이번 내정설이 현실화 될 가능성도 적지 않다. 지난해 9월 거래소와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사장 후보 면접 전에 이미 최경수 전 현대증권 사장의 내정설이 나돌았다. 당시 거래소 노조는 밀실인사를 중단할 것을 요구하며 이사장 선임 반대를 외쳤다. 금융위원회는 내정설과 관련해 “거래소 이사장은 관련법령에 따라 서류와 면접심사 등을 거쳐 선임될 예정”이라며 “후임 이사장에 대해서는 현재 결정된 바가 없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그 달 26일 한국거래소 이사회는 최 후보를 단독 후보로 선출했다. 그리고 나흘 뒤 박 대통령은 최경수 후보를 한국거래소 이사장에 임명하면서 내정설은 ‘사실’로 확인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