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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스스로 '선장'이라 생각했을까

이민재 기자 betterfree@businesspost.co.kr 2014-04-21 19:17: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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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는 스스로 '선장'이라 생각했을까  
▲ 이준석 선장이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고와 관련해 형법상 과실 선박매몰 혐의 등으로 구속영장을 받은 뒤 지난 19일 새벽 전남 광주지방법원 목포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다. <뉴시스>

그는 스스로를 정말 ‘선장’이라고 생각했을까?


세월호 이준석 선장에게 뭇매가 쏟아지고 있다. “자랑스런 선박 운항 관리의 전통을 더렵혔다”(뉴욕타임스)는 비난이다. 선장이 승객을 버리고 침몰하는 배에서 가장 먼저 탈출했으니 당연해 보인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승객들을 버린 선장과 일부 승무원들의 행동은 상식적으로 도저히 납득할 수 없고 용납할 수 없는 살인과도 같다”며 “이는 법적으로도 윤리적으로도 도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 선장의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 저편에 그가 스스로를 ‘선장’이라고 생각하지 않은 탓이 있는 것 아닌가 하는 분석도 나온다. 곧 세월호를 운영하는 청해진해운의 경비절감이라는 어두운 경영행태가 이 선장으로 하여금 선장이라면 도저히 할 수 없는 일들을 자연스럽게 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 이 선장이 침몰 사고 와중에서 한 행동들이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이 선장은 사고 당시 조타실을 비운 것으로 확인됐다. 이 선장을 대신해 운항을 맡은 사람은 경험이 거의 없는 3등 항해사였다. 이 선장은 항해사에게 운항을 맡긴 채 침실에 있었다. 김삼열 전 목포해양안전심판 원장은 “사고가 난 맹골수도는 평소 조류가 세고 위험 지역으로 유명해 3등 항해사의 근무 시간이라고 할지라도 경험 많은 선장이 배를 몰았어야 했다”고 지적했다.


이 선장의 부재로 승객들을 구할 수 있는 결정적 시간을 놓치고 말았다. 세월호와 진도 교통관제센터(VTS)의 교신 녹취록에 따르면 첫 교신이 이뤄진 16일 오전 9시6분부터 오전 9시37분까지 31분이란 ‘골든타임’이 있었다. 하지만 선장은 현장을 비웠고 교신을 맡은 항해사는 선장이 판단해 탈출을 결정하라는 VTS의 교신에 구조가 가능한지만을 계속 되물었다.


침몰상황에서 이 선장은 사복차림으로 승객 틈에 섞여 첫 번째 구조선을 타고 세월호를 탈출했다. 검경합동수사본부는 이 선장이 9시14분쯤 탈출했다고 판단하고 있다. 승무원들은 VTS와 교신이 끊긴 후 탈선하라는 선장의 명령을 받고 승객 구호조처 없이 탈출했다. 이 선장은 먼저 탈출한 이유에 대해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고 있다.


이 선장은 ‘정규선장’이 아니다. 세월호를 운영하는 청해진해운은 이 선장이 정규선장이 아닌 ‘교대선장’이라고 발표했다. 원래 인천~제주도 항로를 담당하는 2명의 선장이 휴가를 가면 대신 투입되는 선장이라는 뜻이다. 이 선장은 해당 항로를 운행하는 또 다른 선박인 ‘오하마니호’의 교대선장으로도 등록돼 있다.


이 선장은 월 급여 270여만 원을 받으며 청해진해운과 1년간 계약을 한 계약직 선장이었다. 이 선장이 받았던 급여는 다른 선사의 60~70% 수준에 불과하다. 게다가 계약직 신분이었기 때문에 고용조건도 불리했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계약직 선장은 부하 선원들로부터 무시를 당하는 경우가 많아 실질적으로 배를 통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청해진해운이 인건비를 줄이려고 무리하게 운영한 것”이라며 “세월호 규모의 여객선이면 보통 담당선장을 두 명 두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이 선장은 스스로 선장이라는 ‘자부심’을 품고 있었다기보다는 이름만 선장이고 여객선에 대해 실질적 권한이 없는 ‘바지선장’이나 마찬가지였을 가능성이 높다. 세월호에 대한 모든 권한은 선장이 아닌 나머지 항해사들이 쥐고 있을 공산이 크다. 이럴 때 이 선장이 뱅골수로를 지나면서도 조타실을 비우고 침실에 가있고 가장 먼저 탈출한 상황이 비로소 설명된다.



또 청해진해운은 이 선장과 같은 바지선장을 고용하는 것은 물론 나머지 항해사나 조타수에 대해서도 경력이 낮은 선원들을 채용해 인건비를 줄이는 것만 강구한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사고 당시 조타실에 있었던 3등 항해사는 항해 경력이 고작 13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참’이었다. 세 명의 조타수는 경력이 많았지만 모두 6개월에서 1년의 계약직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 선장이 이번 침몰 사고에 대한 책임은 무겁다. 선박과 승객에 대한 일차적 책임은 그에게 있다. 리야창 중국 해군군사사무소 연구원은 중국 봉황위성TV에 출연해 “항운업계에서 선장이 곧 선박이며 선박이 곧 선장이라는 전통이 있다”며 “선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사고의 책임을 회피하거나 남에게 전가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 선장 만큼이나 경비절감이라는 명분으로 선장을 선장답게 만들지 못한 청해진해운의 책임도 물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선장이 사고의 책임을 남에게 전가하지 못하는 것처럼 청해진해운도 선장 만큼이나 이번 침몰 사고의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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