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는 지난해 대기업 최초로 '길거리 캐스팅 채용'을 시행했다. ‘new thinking, new possibilities’라는 슬로건 아래에 새롭게 도입한 '스펙 탈피 전형'이다. ‘The H’라고 이름붙은 이 전형은 6~7월 두달 동안 사원급 인사팀 직원들이 2인1조가 되어 대학생들이 있는 곳을 직접 발로 찾아 나서는 방식으로 선발자를 정했다. 새벽 첫 차, 대학 도서관, 까페, 인사동 거리 등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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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대자동차의 신개념 채용시스템, The H |
현장에서 만나서 캐스팅 권유하는 것 이외에도 다양한 루트가 동원됐다. 직원 추천, 학교 수위 아저씨의 추천, 상담소 운영, 인터넷 등 자기소개서와 짧은 면접으로 볼 수 없는 ‘끼’ 있는 인재를 찾기 위해 현대차는 눈과 귀를 열어두었다.
두 달 동안의 캐스팅 과정으로 7월 말 합격자 100명이 선정되었다. 그 이후 4개월 동안의 인사팀 대리, 과장 2명과의 자유로운 식사 모임, 여행, 봉사활동 등을 통해 인성을 평가하여 최종 면접으로 선발되었다.
이 새로운 채용은 성공적인 방식일까? 이 채용 참가자를 직접 만나 길거리 캐스팅 채용에 대해 들어봤다.
- 몇 명이나 최종 입사했나?
“우리 조는 국내영업을 지망하는 10명으로 구성되었다. 한 명은 중간에 취업이 되어서 나가고, 9명 중 최종 3명이 입사했다. 다른 조에 있는 국내영업 부문 희망자를 모두 포함한 16명 중에서는 총 4명이 되었다. 그 중 여자는 한 명뿐이다. 경영지원을 희망하는 19명 중 개인사정으로 중도 하차한 한 명으로 제외하고는 총 7명이다. “
- 생각보다 적다. 시행 도중 문제점은 없었나?
“가장 큰 문제는 공정성과 형평성이다.
2014년 2월 졸업 예정자 혹은 졸업자로만 입사가 가능한 데 졸업 요건 충족에 관해 캐스팅 과정에서 검증을 하지 않았다. 최종 합격을 해도 입사 자체가 ‘원시적 불능‘인 자를 캐스팅한 것은 공정성 문제가 있다. 또한 현대차 입사를 희망하는 자의 기회를 박탈하는 점에서 형평성 논란이 있다.
일례로 지난 6월 철도 선로에 떨어진 취객을 구한 평택대 3학년 학생에 대한 미담이 전해지자, 인사팀은 그에게 연락해 The H 에 캐스팅을 했으나 그 친구는 개인사정으로 중도 하차를 했다. 중도 하차가 문제가 아니라 합격을 해도 입사가 불가능한 친구를 the H라는 채용 프로그램에 참가시킨게 문제라는 것이다.
The H를 거쳐 최종 합격한 자는 1) 2014년 2월 졸업자 또는 기졸업자 2)신체검사 합격자 3) 해외여행에 결격 사유가 없는 자 위 세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한다. 입문 교육은 13(하) 대졸공채 최종합격자와 함께 받는 것이었다.
우리조 같은 경우도 졸업 요건을 인사담당자가 제대로 물어봐서 확인한 것이 프로그램 전형 중이었다. 그 전에는 공란으로 비워둔 경우도 있었다.
재미있는 건 참가자 중 현대차 다니는 애인이 있어 극비 정보인 인사팀의 행보를 가르쳐준 경우도 있었다. 직접 그 자취를 밟으며 강남 교보문고, 광화문 교보문고 등지를 따라다니다가 캐스팅되기도 했다. 인생 그래프를 발표하는 자리에서 평가를 맡은 인사 담당자가 개인 전화를 받으며 자리를 비우는 사태도 있었고, 술을 많이 먹인다고 커뮤니티에 항의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
- 같이 여행도 가고, 술도 마시며 친해졌을 텐데 희비가 갈렸다. 불합격 통보는 어떻게 받았나
“4개월 동안 함께 활동한 인사담당자한테 전화로 통보 받았다. 특이해서 안 뽑는다고 했다. 특이해서 캐스팅 됐는데 특이해서 안 뽑는다니까 할 말이 없었다. 전국구 채용설명회에 내가 쓴 자기소개서가 우수 소개서로 소개되기도 했는데, 그것이 무색해졌다. 처음엔 자랑스러웠다가 동의도 없이 기업 홍보용으로 쓰냐는 배신감이 든다. 장기 '인성'평가인데 내 인성은 사회생활하기 글렀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다른 불합격자들한테는 ‘같이 일하기에 자질이 부족해보이니 공부 좀 더 하고 와라‘ ‘네가 어떤 애인지 몰라서 안 뽑겠다‘ ’일에 대한 열정이 부족해보였다‘ '너무 소극적이다'이라고 했다. 우리 조에 업무 경험도 많고 학교도 SKY였던 친구는 충격 받아 2주 동안 잠수를 탔다.
- 합격 불합격 기준은 무엇인가?
"잘 모르겠다. 인사팀 임원은 최종 면접에 앞서 '인연이 안 닿은 친구들도 앞으로 현대차 계속 사랑해달라'고 주문했다. 불합격하더라도 대기업에서 하는 최초 인사 실험에 참가했다는 것에 의의를 두라는 뜻이었다. 총 4번의 만남 동안 술 마시고 놀고 볼링 치고 맛있는 거 먹고 과장님 연애 얘기 듣다가 누구는 운 좋게 취업이 되었다.
우리 조 처음 만났을 때 구호가 100프로 였다. 담당자 말로는 티오는 정해져 있지 않으니 모두 전환이 가능하다고 했다. 실제로 참가자들은 입사가 거의 확정된 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해 아무 것도 안 하면서 여기에 올인한 친구도 많았다. 희비가 갈린 후 조의 성향에 따라 인연이 이어지는 경우도 있지만 우리 조는 완전히 와해되었다. 실제로 우연히 지하철에서 풀이 죽은 모습으로 앉아 있던 같은 조 참가자 친구한테 인사도 못 건넸다.”
현대차는 제 2기 길거리 캐스팅 채용을 시행할 예정이라고 한다. 분명 이 채용 방식은 '재야에 묻혀있는 인재를 찾는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좋은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여러 과제를 해결해야 한다.
또다른 1기 참가자는 “길거리 캐스팅은 좋게 말하면 외인구단, 나쁘게 말하면 오합지졸을 모으는 것이었다. 누가 보더라도 저 사람은 '괜찮다'는 평을 받은 사람이 있는가하면, 누가 보더라도 '아니다'라는 평을 받은 사람도 있었다. The H를 통해 합격한 친구들이 업무 수행 능력으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공정성과 형평성 논란은 반드시 불식시켜야 한다. 구직자는 곧 고객관리와도 직결되므로 브랜드 이미지를 위해서도 확실히 체계가 잡힌, 모두에게 납득 가능한 현대자동차만의 인사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