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금융회사를 대상으로 한 종합검사와 파생상품 손실,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등의 소비자 피해 구제를 동시에 진행하며 인력 부족문제가 부각되고 있다.
윤석헌 금융감독원장은 금감원의 예산과 인사 독립을 추진하고 있는데 금감원 역할의 중요성과 인력 충원 필요성 등을 국회에 설득할지 주목된다.
22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회사 종합검사 일정은 상황에 따라 유동적으로 진행된다.
금감원은 올해 주요 은행지주사와 보험사 등을 대상으로 종합검사를 진행하고 있는데 최근 들어 인력 부족문제로 일정을 계획대로 진행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해외금리연계 파생결합상품(DLS·DLF) 손실사태와 라임자산운용 펀드 환매중단, 키코사태 분쟁조정 추진 등 금감원이 다뤄야 하는 새로운 현안이 쌓여있기 때문이다.
한 금융회사 관계자는 “금감원 종합검사 일정이 예상보다 늦춰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파생상품 손실 대응 등 여러 문제가 벌어졌기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금감원 종합검사는 2015년 이후 사실상 폐지되었다가 윤 원장이 부활한 금융회사 대상의 정기조사다. 20~30명에 이르는 조사인력이 금융회사에 최장 한 달에 이르는 기간에 투입된다.
금감원은 현재 우리은행과 KEB하나은행의 파생상품 손실 관련된 조사를 마무리하는 단계이고 라임자산운영의 환매중단에도 회사 측의 과실 여부를 확인하는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조사가 끝난 뒤 금융회사와 피해를 본 소비자 사이 분쟁조정 역할도 금감원이 담당하게 되는 만큼 인력 부족문제는 앞으로 더 심각해질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은 이르면 10월 말부터 중소기업들이 은행과 불리한 계약을 맺어 환율 변동으로 막대한 손실을 봤던 키코사태 관련한 분쟁조정도 새로 시작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윤 원장은 금감원의 인력 부족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현재 금융위원회가 담당하는 예산과 인력 편성을 모두 금감원에서 자체적으로 할 수 있도록 분리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고 있다.
윤 원장은 8일 금감원 국정감사에서 “금감원의 예산과 인사 독립이 중장기적으로 맞는 방향이라 생각한다”며 “자체적으로 조사 역량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금감원이 금융위에서 독립하려면 관련된 법 개정이 필요한 만큼 국회를 설득해야만 한다.
결국 윤 원장은 금융회사 종합검사와 파생상품 손실 및 펀드 환매중단에 따른 대응조치를 통해 금감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인력 충원이 필요하다는 당위성을 증명하려 할 가능성이 높다.
금감원 관계자는 “금감원의 역할이 이전보다 늘어났기 때문에 인력이 부족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런 문제와 관련한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고 말했다.
지상욱 바른미래당 의원은 금감원 국감에서 “금감원의 예산과 인사가 독립해야 금융위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있다”며 “국회가 지원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회 일각에서도 이미 금감원 독립에 긍정적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이 앞둔 금융회사 종합검사는 금융권 전반에서 대규모 소비자 피해를 일으킨 사태가 벌어진 뒤 진행되는 만큼 엄격하게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
검사 과정에서 문제가 발견되거나 추가 조치가 필요한 사안이 있다면 금감원의 관리감독 기능을 강화하기 위해 인력을 충원해야 한다는 의견에 더 힘이 실릴 수 있다.
윤 원장은 21일 종합국감에서 “종합검사가 효과적 금융감독 수단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최근 벌어진 일련의 사태로 금융소비자 보호와 관련한 재발 방지대책 및 금감원 역할 강화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진 만큼 윤 원장이 예산과 인사 독립을 적극 밀어붙이기 유리한 상황에 놓여있다.
윤 원장은 지난해 금융감독원장에 취임할 때부터 금융감독 본연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독립성이 확보되어야 한다는 점을 꾸준히 강조해왔다.
반면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국정감사에서 금감원 인력 부족문제가 일시적 현상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며 금감원의 독립에 보수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용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