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때 애물단지로 꼽혔던 한글과컴퓨터가 기지개를 켜고 있다. 김상철(61) 회장이 한글과컴퓨터를 인수한 뒤 3년 만에 매출이 두배 가량 늘어났다. 소프트웨어기업을 계속 인수하면서 글로벌 소프트웨어기업을 향해 걸어가고 있다.
|
|
|
▲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 |
한글과검퓨터는 최근 MDS테크놀로지 지분의 29.97%(261만4477주)를 744억9940만 원에 인수하고 사물인터넷으로 사업확대를 꾀하고 있다. MDS테크놀리지는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및 개발툴 사업을 추진하는 기업이다. 자동차, 정보가전, 산업용기기, 모바일, 국방/항공 등의 분야에서 기기를 제어할 수 있는 임베디드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전 산업에 걸친 사물인터넷기술의 확산으로 임베디드시장이 빠르게 커지고 있기 때문에 미래 성장가치가 높다고 판단해 인수했다“고 밝혔다.
이번 인수는 한글과컴퓨터를 종합소프트웨어그룹으로 키우고자 하는 김상철 회장의 뜻이 반영됐다. 김 회장은 “국내 임베디드 시장의 확장성을 보았을 때 이번 인수는 매우 성공적”이라며 “한글과컴퓨터는 이번 인수를 통해 글로벌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종합소프트웨어그룹으로 도약을 모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글과컴퓨터는 2012년 이미지 편집 소프트웨어 ‘이지포토(2012년)’,지난해 4월 영국의 모바일 프린팅 스트트웨어 선두업체인 '소프트웨어 이미징'을 각각 인수했다. 1년에 한 기업씩 인수해 몸집을 키우는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MDS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매출액 837억 원으로 한글과컴퓨터보다 큰 회사다. 한글과컴퓨터의 지난해 매출은 717억 원이다. MDS테크놀로지 인수로 한글과컴퓨터그룹은 연 매출 3천억 원대에 도달했다. 계열사도 8개를 거느리게 됐다.
한글과컴퓨터에 대한 시장평가도 최근 좋은 편이다. 증권업계는 아래한글 및 아래한글 오피스 소프트에어의 모바일화가 성공적으로 이뤄져 태블릿PC시장의 성장과 함께 수혜를 받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그동안 소프트웨어 개발 중심에서 모바일과 클라우드 및 콘텐츠로 사업영역을 넓히고 있다. 또 이번 MSD테크놀리지 인수도 사물인터넷 쪽으로 진출을 확대한다는 점에서 종합소프트웨어기업으로 시너지를 낼 것이라는 긍정적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한글과컴퓨터는 2010년 10월 김상철 회장이 인수한 뒤 크게 탈바꿈하고 있다. 김 회장 등장 이후 한글과컴퓨터는 2011년 1분기부터 2013년 3분기까지 11분기 연속으로 분기 최대매출 기록을 기록했다. 2010년 4천 원대였던 주가 역시 4년 만에 2만4천 원으로 6배가 뛰었다. 2010년 매출 469억 원에서 지난해 매출 717억 원으로 배로 성장했다.
|
|
|
▲ 김상철 한글과컴퓨터 회장(오른쪽)이 9일 “KAIST의 우수 브레인에 한글과컴퓨터가 쌓은 SW분야 노하우를 접목하면 세계 시장에서도 승부해 볼 만하다”며 강성모 KAIST총장이 협력서에 사인한 뒤 기념촬영하고 있다. |
한글과컴퓨터는 한때 국민 소프트웨어기업으로 불렸으나 그동안 외풍에 크게 흔들렸다. 2003년 프라임그룹, 2009년 TG삼보컴퓨터와 그 모회사인 셀런으로 주인이 계속 바뀌었다. 마이크로소프트의 오피스에 밀린 데다 지배주주가 없다 보니 경영권 분쟁에 시달려 왔다.
부동산개발회사 프라임그룹이 2003년 한글과컴퓨터 지분 29.37%를 인수했다. 그러나 곧 프라임그룹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면서 셀런으로 넘어갔다. 그런데 셀런 역시 자금난에 시달렸다. 한 때 대표이사기 횡령 혐의로 기소되면서 상장폐지 심사기업으로 결정되는 위기를 맞기도 했다. 20년 동안 주인이 8차례 이상 바뀌었다.
김상철 회장이 670억 원에 한글과컴퓨터 지분 28%를 인수할 때 너무 비싸게 산 것이 아니냐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김 회장은 한글과컴퓨터의 기술력이면 소프트웨어기업으로 한글과컴퓨터를 재건할 수 있다고 확신했다. 그는 당시 "소프트포럼을 맡아 IT 분야에서 10년 동안 경영하며 노하우를 쌓아왔다"며 “한글과컴퓨터가 보유하고 있는 독자 소프트웨어 기술에다 소프트포럼이 보유한 보안 시스템을 융합시키면 승산이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한글과컴퓨터를 살릴 수 있는 길은 ‘사람 투자’라고 보고 투자를 확대했다. 김 회장은 글로벌 종합 소프트웨어 기업‘이라는 비전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한컴 인수 당시) 내부적으로 잦은 경영진 교체로 직원들이 떠나면서 높은 이직률이 성장을 가로막고 있었다”며 “인재가 모일만한 환경을 만드는 게 시급했다”고 뒷날 말했다.
김 회장은 인수 이후 3년 동안 대규모 신규채용을 통해 직원을 250명에서 400명으로 늘렸다. 또 장기적 성장을 위해 연구개발(R&D)비를 40% 이상, 연구개발 인력을 50% 이상 늘렸다. 김 회장은 “사내에서 최고 고객은 바로 직원이란 생각으로 인재를 모시면 회사가 저절로 강성해진다”고 강조한다.
김 회장은 앞으로 3~4개의 IT회사를 추가 인수합병한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이를 통해 해외진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어느 순간부터 회사 직원들 얼굴만 봐도 회사 분위기나 상황 등을 짐작할 수 있을 정도로 직원들과의 공감대가 형성되다 보니 이제 인수대상 기업을 판단할 때 일종의 감이 생겼다”며 “인수하려는 회사 직원이나 CEO를 보면 그들의 기운을 통해 회사 성장가능성을 읽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금호전기 영업본부장으로 근무하다 외환위기 때 위기에 빠진 금호전기 사업부였던 금호미터텍(현 두레콤)을 떼내 독립했다. 처음에 직원 170명의 월급 맞추기도 힘들었다. 그때 라트비아에서 계측기 국제 공개입찰이 있다는 것을 알고 현지에 날라가 제품을 선정할 위원들을 하나씩 접촉하는 발품을 팔아 마침내 사업권을 따냈다.
이를 계기로 사업을 확대해 1999년 12월 설립 2년 만에 코스닥에 등록했다. 그 뒤 정문술 대표이사의 보안회사 소프트포럼을 인수해 IT기업에 뛰어들었고 그 경험을 기반으로 2010년 한글과컴퓨터도 품에 안았다.
김 회장의 가장 큰 조력자는 부인 김정실 한글과컴퓨터 회장이자 소프트포럼 회장으로 알려져있다. 한국인 벤처신화의인 '자일랜'의 공동창업자로 유명한 김정실 회장과는 2005년 3월 재혼했다. 당시 결혼 축의금 5천만원을 한국복지재단에 기부하기도 해 화제가 되었다. 김 회장이 소프트회장 시절 2010년 한컴 인수 당시 부인에게서 100억원을 투자 받는 적극적 외조를 받기도 했다.
소프트포럼은 한글과컴퓨터의 최대 지배주주로 13.5%를 지분을 소유하고 있고 지난해 딸인 김연수 이사(30)까지 경영에 참여해 가족 경영체제를 이끌어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