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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가운데)이 13일 아침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합의서에 서명한 뒤 김한조 외환은행장(왼쪽부터 첫째),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둘째),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넷째), 김병호 하나은행장과 함께 기념촬영하고 있다. |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조기통합 합의를 이끌어냈다.
김 회장은 김근용 노조위원장 등 외환은행 노동조합과 직접 물밑 대화에서 나서 고용보장과 외환은행의 정체성 유지를 제시하며 노조의 마음을 돌리는 데 성공했다.
◆ 하나은행-외환은행, 10월 통합법인 출범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동조합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이 늦어도 올해 10월1일까지 통합법인으로 출범하는 데 합의했다고 13일 밝혔다.
김 회장은 이날 김병호 하나은행장, 김한조 외환은행장, 김근용 외환은행 노조위원장, 김창근 하나은행 노조위원장과 함께 두 은행의 조기통합 합의서에 서명했다.
김 회장은 이날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합병은 금융당국의 판단이 필요하지만 이르면 이를수록 좋다는 것이 우리 쪽 입장”이라며 “늦어도 10월1일 통합은행을 출범시키겠다”고 말했다.
하나금융은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가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을 통합해 금융환경의 어려움과 외환은행 경영상황 악화를 극복하고 미래로 나아가자는 데 모두 공감하면서 이번 합의가 이루어졌다”고 설명했다.
외환은행 노조도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2.17 합의서를 존중하는 동시에 계승하고 발전시키면서 시너지를 극대화하기 위해 조기합병에 합의하게 됐다”고 밝혔다.
합의서에 따르면 하나금융은 두 은행의 통합법인 이름에 ‘외환’이나 ‘KEB’를 넣기로 했다.
하나금융은 통합법인 출범 뒤 2년 동안 인사체계를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출신으로 분리해 운영한다. 하나금융은 이 기간에 교차발령을 받은 인사들에 대해 당사자 사이에 합의를 구하기로 했다.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노조도 통합집행부가 출범하기 전까지 개별적으로 운영된다. 두 노조는 그때까지 회사와 교섭도 각자 진행하게 된다.
하나금융은 통합법인 직원들에 대해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고 출신이나 지역 등에 따른 인사상 불이익도 주지 않는다는 데 합의했다. 하나금융은 통합법인의 임금과 복지체계도 기존 근로조건에서 더 낮추지 않기로 했다.
하나금융과 외환은행 노조는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통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서로 주고받았던 고소와 고발 등 법적절차를 모두 취하하기로 했다.
◆ 김정태, 직접 움직여 성과
김 회장은 11~12일 이틀 동안 김근용 노조위원장 등과 직접 만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조기통합에 대한 동의를 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은 “이번 합의는 김 회장이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들과 지속적으로 물밑접촉한 끝에 성사됐다”고 말했다.
김 회장은 그동안 김한조 외환은행장에게 조기통합 관련 협상에 대한 전권을 위임한 만큼 외환은행 노조와 직접 대화할 이유가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김 회장은 7월 들어 전국 각지의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직원들을 대상으로 조기통합의 필요성을 설명하는 자리를 여는 등 적극적으로 움직였다.
외환은행 노조도 직원들 사이에서 조기통합을 찬성하는 움직임이 일기 시작한 점을 감안해 두 은행의 통합에 합의한 것으로 보인다.
외환은행 노조는 9일 집행부와 직원들이 대화하는 자리를 만들었다.
외환은행의 일부 직원들은 이 자리에서 “하나금융이 고용을 보장하고 외환은행의 정체성을 인정한다는데 노조가 믿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고 싶다”며 “외환은행 직원들에게 유리한 조건을 얻을 수 있을 때 통합에 합의하는 것이 좋아 보인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 노조는 그 뒤 하나금융과 협상을 이어간 끝에 조기통합에 합의했다.
외환은행 노조 관계자는 “7월 들어 대화단 외에도 조기통합 관련 대화를 이어가기 위한 시도가 물밑에서 이어졌다”며 “주말에 김 회장과 김 위원장이 직접 만나는 등 집중적 논의가 이어진 끝에 서로 쌓였던 불신을 풀고 조기통합에 합의하게 됐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이규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