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클로가 대규모 할인행사와 홍보활동을 앞세워 가을·겨울시즌 매출을 끌어올리는 데 사활을 걸고 있다.
패션업계에서 매출단가가 큰 가을·겨울상품 매출은 한 해 장사를 판가름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만큼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주요 대상이 되면서 살얼음을 걸었던 3분기와는 확연히 다른 행보를 보여주고 있다.
4일 유니클로의 온·오프라인 매장에서는 ‘유니클로 15주년 감사세일’ 홍보가 한창 벌어지고 있다.
오프라인 매장 곳곳에 할인 안내문이 붙었고 온라인스토어에서도 홍보 배너와 함께 ‘반값 할인’ 상품들을 최상단에 배치해 소개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브랜드의 한국진출 15주년을 기념하는 이번 할인행사에서 가을 시즌 베스트셀러 상품들을 최대 50% 싼 가격에 판매하는 '파격혜택'을 제공하고 있다.
온라인 고객을 겨냥한 프로모션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유니클로는 11일부터 17일까지 온라인스토어를 찾는 모든 고객에게 할인쿠폰을 주고 새로운 색상의 후리스상품을 선보이는 등 전용 이벤트를 강화하고 있다.
그뿐이 아니다.
유니클로는 최근 서울 강남구 신사동에서 가을·겨울 신상품 발표행사를 계획대로 진행했고 불매운동이 본격화된 7월 이후 두 달 가까이 조용했던 공식 인스타그램을 통한 홍보활동도 재개했다.
유니클로는 7월4일 뒤 8월23일까지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에 사과문을 제외한 상품 홍보성 게시물을 하나도 올리지 않았었는데 가을 상품이 출시된 뒤로는 한 달이 조금 넘는 기간 60여 개가 넘는 게시물을 통해 상품을 홍보하고 있다.
유니클로는 그동안 일본제품 불매운동의 집중포화를 받으면서 몸을 사려왔지만 가을·겨울 시즌 돌입을 앞두고는 정면돌파를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가을과 겨울상품은 기능성 소재와 두꺼운 원단을 사용하는 만큼 매출 단가가 높아 ‘불매’ 분위기를 전환하지 못하면 실적에 미칠 타격이 7월, 8월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유통업계와 카드사 집계에 따르면 유니클로는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불거진 7월부터 매출이 급감했다.
금융감독원이 국회 정무위원회 이태규 바른미래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우리·하나·비씨 등 8개 카드사의 유니클로 매출액은 6월 마지막 주 59억4천만 원에서 7월 넷째 주 17억7천만 원으로 70.1%나 줄어들었다.
KB증권은 유니클로의 한국 운영사 에프알엘코리아의 올해 3분기 매출이 2018년 같은 기간보다 50% 줄어든 것으로 추정했다.
9월부터 불매운동 열기가 수그러드는 양상을 보이고 있지만 유니클로는 브랜드 이미지 훼손이 워낙 컸기 때문에 그 여파가 올해 연말까지 갈 것이란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게다가 유니클로가 불매운동에 휘청이는 사이 한국 토종기업들의 SPA(제조와 유통을 함께하는 의류브랜드) 브랜드들이 시장에서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 유니클로가 더 이상 손 놓고 있을 수는 없는 상황인 것이다.
다만 위험부담을 감수한 유니클로의 승부수가 역효과를 낼 가능성을 여전히 무시할 수 없다.
대형 포털사이트 커뮤니티에서는 유니클로가 15주년 감사세일을 시작한 3일부터 “유니클로의 한국 법인이 올해 겨울 판매에 목숨을 걸었을 것”이라며 “지속적 불매를 이어가야 한다”는 내용의 글들이 반복적으로 올라오고 있다. [비즈니스포스트 박혜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