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은철 GC녹십자 대표이사 사장이 중국과 일본 희귀의약품시장을 적극 공략한 결실을 2020년부터 맺을 것으로 예상된다.
허 사장은 중국과 일본에서의 성과를 앞세워 그동안 늦춰진 미국 면역증강제시장 진출의 공백을 메울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2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GC녹십자의 헌터증후군 치료제 ‘헌터라제’가 이르면 2020년 상반기에 중국에서 시판허가를 받고 2020년 하반기부터 매출을 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GC녹십자는 올해 7월 중국 식품의약품감독관리총국(CFDA)에 헌터라제의 시판허가를 신청했는데 최근 헌터라제가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됐다.
우선심사제도는 치료제가 없거나 치료가 긴급히 필요한 분야의 혁신의약품과 희귀질환 치료제 등의 심사기간을 단축해주는 제도다.
헌터라제는 ‘IDS 효소’ 결핍으로 골격 이상, 지능 저하 등이 발생하는 선천성 희귀질환 치료제다.
제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중국에서 의약품 시판허가를 신청하면 1년 혹은 그 이상의 심사기간을 거친다”며 “하지만 우선심사 대상으로 지정되면 최대 6개월 안에 허가를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중국에서 현재까지 헌터증후군 치료제로 허가받은 의약품이 없는 만큼 헌터라제가 시판허가를 받게 되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이혜린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헌터라제의 국내 환자는 70~80명에 시장 규모는 300억 원 내외”라며 “중국시장의 규모는 대상 환자가 1천 명 이상이고 국내 약가의 20~30%가 적용될 것이란 점까지 고려하면 700억~1천억 원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GC녹십자는 올해 5월 중국에서 A형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의 시판허가를 신청하기도 했다.
허 사장은 그린진에프의 미국 임상3상을 중단하면서 중국진출에 집중했는데 이르면 2020년 하반기에 시판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에서는 올해 10월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의 헌터라제의 임상1/2상을 마치고 조건부 허가 신청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조건부 허가는 임상2상까지의 결과만으로 우선 출시를 허용하는 대신 추후 임상3상 자료를 제출하도록 하는 제도다.
허 사장은 희귀질환 의약품을 중심으로 중국과 일본 의약품시장을 적극 공략해왔는데 그 성과가 연이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GC녹십자는 최근 신제품의 부재로 실적이 악화되고 면역증강제 ‘IVIG-SN’의 미국 출시 지연으로 성장이 정체될 수 있다는 의구심도 커지고 있었다.
허 사장은 당초 미국에서 5% 농도의 IVIG-SN을 승인받으려 했으나 두 번이나 실패하며 올해 말 10% 농도의 IVIG-SN으로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판매승인 신청을 한다는 전략으로 선회했다. 당초 계획보다 5년 이상 미국진출이 지연된 셈이다.
또 GC녹십자는 올해 상반기 영업이익이 2018년 같은 기간보다 24.3% 감소했고 순손실 96억 원을 내면서 적자로 돌아섰다.
따라서 헌터라제와 그린진에프의 시판허가 임박은 GC녹십자에게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헌터라제와 그린진에프와 같은 희귀질환 의약품은 일반의약품보다 훨씬 가격이 높아 GC녹십자의 수익성 개선에 큰 도움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헌터증후군 치료제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의약품 가운데 하나다.
헌터라제 6mg의 국내 보험상한가는 225만4200원이다. 1년에 드는 약값은 환자 1인 당 3억 원가량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된다. 뇌실에 직접 투여하는 방식의 헌터라제ICV는 상용화됐을 때 훨씬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오세중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GC녹십자는 올해 내수판매가 다소 부진하지만 2020년 하반기부터 수출이 본격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며 “희귀질환 치료제의 수출이 GC녹십자의 현금 창출원(캐시카우)이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