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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폴 싱어 엘리엇매니지먼트 CEO |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합병 공방에서 재반격에 나섰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그룹이 합병 성사를 위해 정면승부 태세를 취하자 삼성물산 이사진 교체를 포함한 기업 지배구조 개선을 요구할 뜻을 내비쳤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또 법원의 삼성물산 합병 주주총회 가처분 결정에 불복해 항고를 제기하는 등 대대적인 역공을 펼치고 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3일 “삼성물산의 현 이사진을 독립적이고 경륜이 있는 인사로 교체할 필요가 있다”며 “후보추천위원회·보상위원회·리스크위원회 등을 포함한 이사회 내 위원회를 새롭게 하거나 재설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정관 변경을 요구할 가능성도 내비쳤다. 지배구조 변경을 위한 일체의 거래를 할 때 독립적인 재무조언을 받아야 하고 그 결과를 사전에 주주들에게 알려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엘리엇매니지먼트가 합병 성사 여부와 무관하게 향후 임시 주총 요구, 이사진 교체, 정관 변경 등 경영 전반에 대해 주주로서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뜻을 공표한 것으로 풀이된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경영진이 내놓은 배당성향 30% 확대 등 주주친화정책에 대해서도 평가절하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주주들을 달래기 위한 의미없는 노력”이라며 “이런 양보는 너무 적고 늦었다는 점을 차치하더라도 너무 낮은 합병비율 때문에 삼성물산 주주들이 7조8천억원의 장부가액을 제일모직 주주들에게 대가 없이 이전하게 된다는 근본적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국민연금에서도 합병 반대편에 설 것을 촉구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국민연금이 아직 의견을 명시하지는 않았지만 공정성과 국민 권리에 깊은 관심을 둔 국민연금이 삼성물산의 주요주주인 점을 기쁘게 생각한다”고 에둘러 국민연금을 압박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이날 법원에 '주주총회 소집통보 및 결의 금지' 가처분 신청이 기각된 데 대해 항고했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또 아직 법원의 결정이 나지 않은 ‘주식매각금지 및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기대감을 보였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법원이 KCC가 삼성물산 자사주를 매입해 주총 의결권을 얻은 것을 불법적인 것으로 판단할 것으로 봤다.
엘리엇매니지먼트는 “법원이 우리의 입장을 지지할 것이라는 점에 대해 의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삼성물산은 엘리엇매니지먼트의 이런 입장 표명이 예정된 수순이라며 특별히 대응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17일 예정된 삼성물산 합병 임시주주총회가 다가오면서 표 대결에 대비해 우호세력 확보를 위한 물밑 작업도 빨라지고 있다.
삼성물산은 소액주주들에게 의결권 위임장을 받는 서류를 우편으로 발송했다. 삼성물산은 또 직접 전화를 통한 설득작업도 진행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민연금은 3일 지난달 4일부터 30일까지 장내에서 삼성물산 주식을 271만4370주(1.69%)를 순매수해 지분율이 9.92%에서 11.61%로 늘어났다고 국민연금이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삼성물산 지분보유 사실을 알린 뒤 1% 가량 지분을 더 늘린 것이다.
국민연금이 주총 표대결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상황이어서 추가 지분 매수가 어떤 의도에서 나온 것인지 더욱 주목된다. [비즈니스포스트 김수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