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 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대장암 바이오시밀러 SB8이 2020년에는 유럽에서 판매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SB8은 글로벌 제약사 로슈가 개발한 대장암 치료제 ‘아바스틴(성분명 베바시주맙)’의 바이오시밀러(바이오의약품 복제약)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다섯 번째로 개발한 바이오시밀러로 현재 유럽 식품의약청(EMA)의 판매허가 심사를 받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유럽에서 바이오시밀러의 판매승인을 신청한 뒤 12~14개월 안에 허가 여부가 결정된다”며 “올해 7월 유럽 식품의약청에 판매허가 신청서를 제출했기에 2020년 하반기에는 승인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유럽에서 ‘베네팔리’, ‘플릭사비’, ‘임랄디’, ‘온트루잔트’ 등 4종의 바이오시밀러를 판매하고 있는데 점유율을 꾸준히 늘려가고 있다. 특히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베네팔리는 유럽에서 점유율 40%를 차지하고 있다.
하지만 고 사장에게는 새로운 바이오시밀러가 필요하다.
삼성바이오에피스에서 매출비중이 가장 큰 베네팔리의 성장이 둔화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10월 유럽에 출시한 자가면역질환 바이오시밀러 임랄디가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매출 비중이 크지 않다.
한병화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삼성바이오에피스는 베네팔리의 매출 정체가 1년 이상 진행되고 있다”며 “임랄디의 매출이 증가하는 것은 긍정적이나 경쟁약물들의 시장진입이 많아 좀 더 추이를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고 사장은 대장암 바이오시밀러 ‘SB8’를 유럽에서 베네팔리와 임랄디를 이을 기대주로 밀고 있다.
SB8의 오리지널인 아바스틴은 2018년에만 8조2천억 원의 매출을 낸 블록버스터 의약품이다. 글로벌 의약품 매출 순위 8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바스틴의 유럽 내 물질특허는 2020년 1월 만료된다. 이에 따라 삼성바이오에피스 뿐만 아니라 셀트리온, 암젠-엘러간, 화이자, 베링거인겔하임 등 5곳의 글로벌 바이오제약사들이 바이오시밀러 출시를 준비하고 있다.
암젠과 엘러간이 공동개발한 ‘엠바시’와 화이자의 ‘지라베브’는 이미 유럽에서 판매허가를 받았다. 아직 판매허가를 받지 못한 삼성바이오에피스보다 다소 앞선 것이다. 셀트리온은 가장 후발주자로 글로벌 임상3상을 진행하고 있다.
화이자와 암렌-엘러간은 이론적으로 아바스틴의 물질특허가 만료되는 2020년 1월 유럽에 대장암 바이오시밀러를 출시하는 것이 가능하다. 제형 등 아바스틴의 다른 특허들이 문제가 될 수 있지만 로슈와 협상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로서는 이들 글로벌 제약회사들에 시장선점의 기회를 빼앗길 수 있는 것이다.
바이오시밀러는 그동안 시장선점이 무엇보다 중요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의 베네팔리가 유럽에서 성공한 것은 경쟁사보다 먼저 출시해 퍼스트무버(시장 개척자)의 이점을 살린 덕분이고 플릭사비가 실패한 것은 경쟁제품인 셀트리온 ‘램시마’보다 3년 가까이 늦게 출시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고 사장이 차별화된 전략을 내놓아야 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제품의 투약 편의성을 개선하고 유통기한을 늘리는 방법 등이 있을 수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가 2018년 출시한 임랄디는 암젠, 산도즈 등 경쟁사들의 제품 3종과 동시에 출시됐지만 오리지널보다 유통기한을 1년을 늘리는 등의 차별화를 통해 바이오시밀러 가운데 점유율 1위를 달리고 있다.
삼성바이오에피스 관계자는 “최근 바이오시밀러시장의 추세가 먼저 출시해 시장을 모두 장악하는 흐름에서 가격 경쟁력, 마케팅, 데이터 등이 더 중요해지는 흐름으로 바뀌고 있다”며 “SB8을 충분히 경쟁력 있는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도록 다양한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나병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