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태정 대전광역시장이 대덕구에서 시행하고 있는 지역화폐를 대전 모든 지역으로 확대 시행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그러나 현재 지역화폐를 발행하고 있는 대덕구는 대전시 전체에서 쓰이는 지역화폐가 나오면 번화한 다른 구로 지역화폐 소비가 몰려 대덕구를 살리기 위한 특성이 사라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허 시장은 18일 시청에서 열린 9월 정례브리핑에서 지역화폐 확대 보급사업을 위해 내년 예산에 2500억 원을 편성하겠다고 밝혔다.
허 시장은 2020년 7월 지역화폐 출시를 목표로 사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대덕구에서 8월 출시한 지역화폐 ‘대덕e로움’이 초기 목표액인 50억 원을 한 달 만에 조기달성하고 발행액을 100억 원으로 늘리는 등 긍정적 효과를 보이고 있어 허 시장이 지역화폐의 흥행 가능성을 높게 보는 것으로 풀이된다.
경기도와 인천, 부산 등 다른 광역자치단체에서 잇따라 지역화폐를 도입한 점도 영향을 준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허 시장은 과거에도 지역화폐에 관심을 보였다.
허 시장은 연초에 열린 확대간부회의에서 대덕구의 지역화폐 도입계획 보고를 받으면서 유성구청장 재임시절 지역화폐 도입을 검토했다는 점을 강조했다.
2일 충남도청에서 충청남도 공무원을 대상으로 열린 특강에서는 대전과 충남의 ‘경제통합론’을 제시하면서 구체적 사례로 대전과 충청남도 사이 지역화폐를 자유롭게 사용하는 방안을 들었다.
허 시장은 기초자치단체에 독립적으로 지역화폐 운영을 맡기는 인천시나 경기도 등과 달리 대전시가 직접 지역화폐를 발행하는 것을 고려하고 있다.
그는 “지역화폐 발행을 기초자치단체에서 할지, 대전시 사업으로 할지 고민이 많았다”며 “광역시는 시 단위로 지역화폐를 운영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도는 시군 단위별로 생활권과 경제권 등이 지리적으로 구분돼 있지만 광역시는 행정구역상 자치구가 있을 뿐 경제활동에는 구분이 명확하지 않고 통합적으로 생활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허 시장의 정책 방향에 대덕구가 반발하고 있다.
박정현 대덕구청장은 17일 페이스북에 “경기도와 인천시가 지역화폐를 직접 발행하지 않고 간접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하는 것을 대전시도 알고 있다”며 “대전시가 직접 지역화폐를 발행할 것인지를 놓고 ‘대덕e로움’을 사용하고 있는 대덕구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대덕구의 인구와 재정 규모가 대전시 자치구 가운데 가장 작기 때문에 대전시 전체에서 통용되는 지역화폐가 발행된다면 소비가 대덕구를 벗어나 새도심인 서구와 유성구로 몰릴 것이라는 것이다.
대전시장과 자치구청장이 지역화폐를 놓고 다른 의견을 보이면서 정책혼선이 빚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허 시장은 ‘지역화폐 문제와 관련한 대덕구의 반발에 어떻게 대응할 것이냐’는 질문에 “자치구와 긴밀히 협의하고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겠다”고 말했다. [비즈니스포스트 김남형 기자]